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 베트남전에서 승리한 뒤 팬들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프로축구 2020 K리그 개막이 연기된 데 이어 남녀 축구대표팀도 후폭풍 영향권에 놓였다. 3월에 중요한 A매치 홈경기를 앞두고 있는 대표팀의 경기 장소 변경 가능성도 제기된다.
먼저 여자축구 대표팀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지난 9일 제주도에서 끝난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경기에서 미얀마와 베트남을 완파하며 조 1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한국은 B조 2위인 중국과 PO에서 올림픽 티켓을 다툰다. 다음달 6일 한국 용인에서, 11일에는 원정에서 경기를 벌이는 일정이다.
대표팀은 PO 상대로 중국이 결정되면서 원정 경기 장소가 바뀌게 됐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원정이 취소되고 제3국인 호주 시드니에서 치르게 됐다. 1차전 이후 호주로 장거리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됐다. 그러다 최근 한국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홈 경기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국내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중국축구협회 등과 논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특히 상대팀 중국이 한국 상황에 적극적으로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자국의 코로나19 여파로 홈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중국은 한국 상황도 심각한 만큼 제3국 개최 요청할 개연성이 있다. 그럴 경우 한국은 홈 이점이 사라지고 사실상 원정 2경기를 잇따라 치러야 해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자 대표팀도 3월에 2022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 A매치 2경기를 치른다. 다음달 26일 국내 천안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경기한 뒤, 31일에는 스리랑카와 원정경기를 벌인다. 대표팀은 4차전까지 2승2무를 기록, 한 경기를 더 치른 투르크메니스탄(3승2패)에 이어 조 2위에 올라있다. 이번 3월 2연전에서 무난히 연승을 거둬 선두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홈 경기를 정상적으로 개최할지 불투명해졌다. 협회는 아직 한 달여의 여유가 있어 정상적인 홈 개최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일정이나 장소 변경 등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3월 A매치에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경기 장소 변경까지 이뤄질 경우 대표팀으로서는 악재가 이어지게 된다.
한편 축구협회는 이날 협회가 주관하는 FA컵과 세미프로 K3, K4리그 일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FA컵은 일단 3월 14일 열릴 예정이던 1라운드와 28일로 예정된 2라운드가 연기된다. 또 협회가 1부에서 7부까지 이어지는 디비전 시스템을 완성하고자 야심 차게 준비한 K3, K4리그의 출범식과 3월 경기도 모두 연기된다. 축구협회는 또 이달 24일 열 예정이던 K리그 심판 운영 설명회도 연기하기로 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한국 축구의 발이 꽁꽁 묶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