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31·여)씨는 매일 새벽 2∼3시간씩 온라인 마켓에서 마스크 물량이 풀리기를 기다리느라 요즘 잠을 설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더 많은 마스크를 챙겨둬야 안전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수시로 입고도 되고 경쟁이 지금만큼 치열하지 않아서 간혹 구매할 수 있었다”며 “그때 KF94 마스크 20장을 샀는데 이후로 일주일째 마스크는 구경도 못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가까스로 진정되던 마스크 확보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마스크 구매가 어려워지자 카카오톡에는 입고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채팅방(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콘텐츠를 주고받는 채팅방)도 등장하고 있다.
대학 동문 커뮤니티를 통해 지난 21일 만들어진 마스크 구매 오픈채팅방에 참여 중이라는 마모(28·여)씨는 “온라인 마켓인 쿠팡에 가끔 마스크 물량이 풀리는데, 오픈 채팅방 참여자들이 마스크 입고를 발견할 때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해준다”며 “하루 종일 채팅방을 확인하며 알림이 올 때마다 수시로 구매하러 가지만 경쟁이 하도 치열해 구매에 성공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판매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3일 서울 시내 약국 10곳을 돌아본 결과 성인용 KF94, KF80 마스크는 10곳 중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간혹 아동용인 소형 마스크만 소량 보일 뿐이었다.
약국, 마트 등 관계자들은 물량이 거의 들어오지 않거니와 간혹 들어와도 순식간에 다 팔려버린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정모(43·여)씨는 “지난주에 가까스로 100장 정도 마스크를 들여놨는데 서너 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며 “특히 어르신들이 찾아와 마스크를 살 수 없냐고 물으실 때마다 그냥 돌려보내는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1일 ‘마스크 등 시장교란행위 방지 추진상황 관계부처 점검회의’를 열고 약국과 마트의 마스크 구매 가능 비율이 80%를 넘어섰다며 시장 안정화 조치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장기화되자 단속에도 불구하고 관련 범죄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1일 중국 국적의 30대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4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을 통해 중국인 자영업자 B씨에게 ‘마스크 4만3000개를 구해주겠다’고 거짓말해 약 1억1000만원을 받은 뒤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마스크 값으로 받은 돈을 도박으로 모두 탕진했다고 진술했다.
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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