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FC 김승대(왼쪽)와 임채민이 지난 17일 거제도 전지훈련지 숙소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거제 | 윤은용 기자
지난 시즌 ‘병수볼’ 돌풍을 일으킨 강원 FC는 다가오는 새 시즌을 앞두고 착실히 전력 보강을 하며 더 높은 곳을 꿈꾸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강원으로 이적한 두 이적생 임채민(30)과 김승대(29)도 다시 만난 옛 은사와 함께 강원의 비상을 꿈꾼다. 이적 후 착실하게 준비한 둘은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7일 거제도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임채민과 김승대는 이미 강원이라는 팀에 완벽히 적응한 듯 보였다. 임채민은 “참 자율적인게 많은 팀인 것 같다. 운동할 때 빼곤 각자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선후배 관계도 다른 팀과는 다르게 편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A대표팀에 뽑혀 동아시안컵에 출전했다 갈비뼈가 미세골절되는 부상으로 한 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던 김승대는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을 만드는데 신경쓰고 있다”며 “훈련 분위기가 너무 좋다. 하고자하는 마음들이 강한 것 같아서 참 좋다”고 거들었다.
임채민과 김승대는 김병수 강원 감독이 영남대 감독 재직 시절 가르쳤던 제자들이다. 이후 각자의 길을 가다가 강원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지도 기간이 길진 않았지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김 감독의 축구 스타일은 둘은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강원에서 제안이 왔을 때 이들이 선뜻 ‘OK’ 사인을 낸 것도 김 감독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채민은 “난 항상 상황만 맞으면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다른 팀에서도 제안은 있었는데 (강원행을) 결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가 어릴 때 배운거라 그런지는 몰라도, 감독님의 축구가 항상 내가 생각하는 정답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김승대는 “감독님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곳을 알아볼 생각도 안했다”며 “난 지금 시기에 축구적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감독님과 함께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망설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이 대학 시절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나’는 질문에는 입을 모아 “프로 무대라서 그러신건지 책임감이 한층 더 강해지신 것 같다.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환하게 웃었다.
강원은 지난 시즌 활약했던 주축 선수들을 대부분 지켜낸 가운데 임채민과 김승대를 포함 고무열, 신세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전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주변에서는 스플릿A를 넘어 구단 사상 첫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임채민과 김승대도 이런 기대감을 잘 알고 있다. 적잖이 부담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에 또 설렌다. 임채민은 “팬들이 기대하는 것도 당연하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걱정도 되고 부담도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린 프로다. 프로는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부담이 드는 그 순간만 벗어나면 우린 이번 시즌 정말 무서운 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뿐 아니라 선수들도 결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잘했지만, 올해는 아무래도 지난해보다는 순위가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1차 목표는 스플릿A지만, 그 이상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1차 목표를 이룬 다음 다시 목표를 설정하겠다”며 덧붙였다.
김승대는 팀적인 부분을 떠나 개인적으로도 다시 비상해야 한다. 포항 스틸러스 시절 ‘라인브레이커’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주가를 높였던 김승대는 지난해 여름 포항을 떠나 전북 현대로 이적하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조제 모라이스 전북 감독의 신임을 얻는데 실패했고, 결국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와신상담의 각오로 시즌을 준비하는 김승대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불타오른다. 그는 “지금까지 K리그에서 뛰면서 지난해 같은 시즌은 없었다. 스스로 화도 많이 났고 아쉬움도 있었다”며 “한편으로는 울분을 잘 쌓아놨다고 생각한다. 올해 그만큼 터뜨리면 된다. 내가 바로 김승대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둘의 이번 시즌 목표는 동일하다. 시즌 후 열릴 시상식에 강원 소속으로 서는 것이다. 임채민은 “여태까지 K리그에서 뛰면서 베스트 11을 해본적이 없다. 올해는 꼭 강원의 좋은 성적을 이끌어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승대도 “섣불리 말할 순 없어도 만약 시즌 말미에 공격포인트에서 경쟁권에 있다면 욕심을 내 시상식에서 도움이나 골, 또는 베스트 11 수상을 노려보겠다”고 다짐했다. 2020년 강원의 희망찬가를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