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잦은 확진자 판단기준 변경으로 중국 정부 통계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20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등에 따르면 20일 0시 기준, 중국 전역 31개 성에서 하루 동안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394명, 114명 늘었다. 지난 18일 하루 신규 확진자는 1749명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1300여명이 줄어든 셈이다. 19일까지 누적 확진자는 7만4576명, 사망자는 2118명이다.
후베이성 신규 확진자는 349명, 사망자는 108명이 늘었다. 누적 확진자는 6만2031명, 누적 사망자는 2029명이다. 이 지역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아래로 감소한 것은 지난달 28일 840명을 기록한 이래 22일 만이다.
이처럼 중국 전역에서 확진자 증가폭이 감소한 것은 중국 정부가 전날 저녁 ‘코로나19 치료 방안 제6판’을 발표하면서 ‘임상진단 병례’를 확진자 판단기준에서 제외한 탓이다.
임상진단 병례는 핵산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아도 의사의 임상 소견과 폐 컴퓨터단층촬영 결과만으로 확진자로 판단하는 것이다. 중국 측은 “확진자 검사 능력이 향상됐다”고 재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임상진단 병례를 확진 범위에 포함한 지난 12일 중국 전역 신규 확진자는 1만5000명 가까이 급증한 바 있다. 이번에 또다시 임상진단 병례를 판단기준에서 제외하자 확진자 규모가 확연히 줄어든 것이다.
‘고무줄 중국 통계’에 당국에 대한 불신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웨이보 등 중국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잦은 통계기준 변경에 비판적인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러 통계 수치를 보기 좋게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후베이성 외 나머지 중국 지역에서는 16일째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고 있지만, 하루 100명 이상 사망자가 나오는 등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실제로 중국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치료 난도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높다고 보고 있다. 사망률은 낮지만 감염력이 강하고, 중증 환자는 치료가 어렵다.
위건위 고위급 전문가팀 소속 퉁차오후이 차오양병원 부원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는 진행속도가 너무 빨라서 초기 조치를 하지 못하면 환자가 호흡기능을 상실하는 상태에 빠르게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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