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이 필자와 매체를 고발했다 논란 끝에 철회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두고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자기 기분대로 쓴, 기본적으로 저질 칼럼”이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임 교수 고발로 당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은 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당 지도부가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진보 어용지식인’인 유 이사장이 다시 칼럼을 공개 비판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유 이사장은 18일 재단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 라이브’에서 임 교수의 해당 칼럼을 놓고 “퀄리티(질)가 낮다, 논증이 거의 없고 인상비평”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유 이사장은 칼럼 내용 중 임 교수가 빈부격차와 노동 문제를 거론한 것과 관련해선 “‘진보 코스프레’ 칼럼이라고 본다”며 “현 정부를 공격하고 싶을 때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나 문재인 (대통령) 찍었는데’라면서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임 교수에 대해 “민주당과 진보진영 사이 정당 말고, 나머지 정당을 왔다갔다 했더라”며 “‘안철수당’((가칭)국민의당)이나 ‘원플러스원(1+1) 황교안당’(미래통합당)에서 빨리 영입해야 한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임 교수가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비꼬았다. 그는 해당 칼럼을 실은 경향신문을 향해서는 “최소한의 균형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게이트키핑도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향신문에 “이 문제에 대한 내부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다만 유 이사장은 민주당이 임 교수를 고발했다 취하한 것과 관련해선 “민주당이 다툼의 소지가 있는 것을 고발했다”며 “쓸데없고 미련한 짓을 했고, 사과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유 이사장은 이번 일로 민주당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당’으로 몰아붙이는 건 과도한 조처라면서 민주당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어쩌다 바빠서 무단횡단을 한 번 했는데, 그렇다고 상습 무질서·폭력 행위자로 몰아붙이면 안된다”고 빗대며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수호하기 위해 노력한 정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 이사장은 “우리 선거법은 권위주의 시대의 법으로, 허용되는 것이 정해져 있어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약한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임 교수는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해당 칼럼에서 “(민주당이)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며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민주당이 이해찬 대표 명의로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민주당의 고발을 두고 외부에서는 물론, 당내에서까지 거센 비판이 터져나왔다.
한편, 이날 유 이사장은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민주당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조국 백서’의 필자인 김남국 변호사가 도전 의사를 밝혀 ‘자객공천’ 논란이 인 것을 놓고는 김 변호사를 향해 “당내 경쟁으로 정치를 시작하는 건 현명한 게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유 이사장은 “신인은 한국당(통합당)의 센 현역이 있는 데 가서 붙어야 한다”며 자신이 김 변호사라면 험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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