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록 밴드 자전거 탄 풍경의 김형섭, 강인봉, 송봉주(왼쪽부터)가 4년 만에 소극장 단독 콘서트 ‘지영이를 위해’를 앞두고 5일 대학로 그라운드씬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박민규선임기자
가수는 음악을 닮고, 음악은 가수를 닮는다는 말이 있다. 결국 한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처럼, 그 사람이 하는 음악도 그 사람을 닮아간다. 올해 데뷔 20년에 접어든 포크밴드 ‘자전거 탄 풍경(이하 자탄풍)’에 참 어울리는 말이다. 자전거를 타고 보는, 스치는 풍경의 모습이 자탄풍의 노래와 판박이다.
한 팀이 20년을 함께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도 포크 음악을 하는 팀이 버텨내기엔 음악의 생태계가 그간 녹록치 않았다. 팀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 마찬가지로 김형섭, 강인봉, 송봉주 세 멤버들에게도 다양한 삶의 희로애락이 들이쳤다. 그들은 외풍을 차분하게 이겨내고 오늘도 기타와 피아노를 잡는다.
“그냥 잘 걸어왔던 것 같아요. 빠르지 않게요. 한 번 뛰기 시작하면 넘어지고 그러면 무릎도 까지고 그러잖아요. 우리도 뛰다가 넘어진 적이 있어서 뛰지 않고 넘어지지 않으면서 걷는 방법을 택했던 것 같아요. 어찌보면 답답할 수 있죠. 하지만 그래서 오랜기간 함께 음악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숨 가쁘게 달려왔다면 이렇게 하지 못했겠죠.”(송봉주)
자탄풍은 그룹 ‘세발자전거’의 멤버였다 ‘나무자전거’로 활동했던 김형섭과 강인봉에 ‘풍경’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송봉주가 합류해 2001년 결성됐다. ‘나무자전거’와 ‘풍경’이 합쳐져 ‘자전거 탄 풍경’이 됐다. 2001년 냈던 1집 앨범의 수록곡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2003년 개봉된 영화 ‘클래식’에서 주인공 조인성과 손예진이 빗속을 달리던 장면에 겹쳐지며 유행이 됐다. 그 시절 대학가나 통기타 카페에서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라는 가사를 읊조리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였다.
포크록 밴드 자전거 탄 풍경의 강인봉, 김형섭, 송봉주(왼쪽부터)가 4년 만에 소극장 단독 콘서트 ‘지영이를 위해’를 앞두고 5일 대학로 그라운드씬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박민규선임기자
“우리 성(姓)이 김씨고, 강씨고, 송씨인 것처럼 그 노래는 우리의 성 같은 노래죠. 그 안에서 이후로도 음악이 좀 더 진전된다던지, 힘을 뺀다던지 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우리 모든 음악의 기준이 된 것 같아요.”(김형섭)
뒤이어 2003년 개봉했던 차승원 주연이 영화 ‘선생 김봉두’의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서 수록됐던 ‘보물’이 3년 후 재조명됐다. 모두가 생각하지 못했던 KBS2 ‘개그콘서트’에서였다. 정종철, 김시덕, 김대범, 박준형 등이 출연했던 ‘마빡이’ 코너의 오프닝에 나왔던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망까기, 말타기/ 놀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하는 노래가 그들의 곡이다. 물론 많은 정규앨범과 싱글을 냈지만 그들의 노래가 각광을 받았던 것은 OST에서였다.
“OST 수록곡이 많지 않은데, 타율이 좋았죠. 정말 개인적으로는 감사하게 생각하는데 우리는 운이 좋은 팀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 덕을 많이 봤죠. 2001년에 TV나 예능을 하지 않고 라디오나 공연을 하면서 인기를 얻는 일이 쉽지 않거든요. 그 당시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있었고 금전적으로 어려운 시절이었거든요. 하지만 대중의 사랑이 우리를 다시 무대에 나갈 수 있게 도와줬죠.”(강인봉)
팀도 물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멤버들 하나하나에 시련이 닥쳤다. 2011년 강인봉의 낙상사고가 시작이었다. 그해 4월 한 방송사이 녹화를 위해 무대에 올랐던 강인봉은 무대에서 발을 헛딛어 추락하면서 중상을 입었다. 당시 강인봉은 골반과 고관절 쪽이 으스러졌고 치아와 광대뼈에도 부상을 입고 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아야했다. 그로 인해 강인봉은 이전 운동능력의 80퍼센트 정도밖에 회복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80퍼센트나 쓸 수 있다’는 감사한 생각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4년 만의 소극장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스포츠경향’과 만난 포크밴드 자전거 탄 풍경의 멤버들. 왼쪽부터 송봉주, 김형섭, 강인봉. 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2018년에는 송봉주가 암에 걸렸다. 다행히 초기에 암세포가 발견돼 치료는 잘 끝났고 증세가 발병한 지 2년이 안 된 상황이라 아직도 송인봉은 6개월 마다 추적검사를 받고 있다.
“사람이 달라진 것 같아요. 사실 예전의 저는 무엇이든 내려놓는 것을 잘 할 줄 몰랐거든요. 고집도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안 되는 일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봉주씨는 자꾸 장애인 등록을 하라고, 그러면 혜택이 많다고 하지만 정말 필요한 분들이 혜택을 못 받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안 하고 있어요.(웃음)”(강인봉)
30대 초반에 동행을 시작하고 이제는 자녀들이 빠르면 20대를 넘어선 지금의 시기에서 이들의 음악은 조금씩 더 깊어지고 있다. 물론 음악장르에 나이를 매길 수 없지만 삶에 대해 관조할 수 있고, 여유를 아는 지금이 그들에게는 ‘포크’를 하기 아주 적기인 시기다. 그래서 그들은 앞으로도 20년은 더 포크음악을 갖고 대중을 만나고 싶다.
포크록 밴드 자전거 탄 풍경의 강인봉, 송봉주, 김형섭(왼쪽부터)이 4년 만에 소극장 단독 콘서트 ‘지영이를 위해’를 앞두고 5일 대학로 그라운드씬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이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박민규선임기자
음악 이야기에는 눈을 빛내다가도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또 눈가가 깊어진다. 데뷔 20년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대중에게 빠르지도 않은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딱 포크의 박자 같은 걸음걸이로 접근할 생각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감정으로 대중에게 다시 노래할 생각이다. 그들은 딱 ‘포크’를 닮았다. 기분좋은 오솔길을 이리 비틀 저리 움찔하며 나아가는 자전거의 속도를 닮았다.
“다 적당한 능력들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게 넘치면 딴짓을 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모자라니 함께 할 수밖에 없죠. 감사한 일이죠. 우린 사업할 주변머리도 없고 부업도 안 하니 오히려 감사한 일이죠.(웃음)”(강인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