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7일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에서 열린 2019~2020 코파 델 레이 8강 아틀레틱 빌바오와 경기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빌바오 | AP연합뉴스
실로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스페인 프로축구의 양대 산맥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에서 나란히 자취를 감췄다. 이번 시즌 코파 델 레이는 무려 10년만에 두 팀 없이 4강 대진이 짜여졌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7일 열린 2019~2020 코파 델 레이 8강전에서 각각 패해 탈락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레알 소시에다드를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불러들였으나 한 때 0-3으로 끌려가는 등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3-4로 패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출신으로, 현재 레알 소시에다드에 임대를 간 마르틴 외데가르드가 친정팀을 상대로 선제골을 터뜨려 레알 마드리드를 울렸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바르셀로나가 아틀레틱 빌바오에 0-1로 패해 역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바르셀로나는 리오넬 메시를 앞세워 90분 내내 빌바오의 골문을 두들겼으나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불안함을 표출하더니, 결국 후반 추가시간 빌바오의 이냐키 윌리엄스에게 결승 헤딩골을 얻어맞아 무릎을 꿇었다.
스페인 축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두 팀의 탈락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코파 델 레이 4강에 나란히 오르지 못한 것은 2009~2010시즌 이후 무려 10시즌만이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32강, 바르셀로나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지난 9번의 코파 델 레이 중 무려 7번(바르셀로나 5회·레알 마드리드 2회)을 두 팀이 합작했을 정도로 코파 델 레이에서 이들이 갖는 위상은 압도적이었다.
이는 바뀐 규정의 산물이다. 그 동안 코파 델 레이는 대부분의 경기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뤄졌다. 그러다 보니 강팀들이 이변의 ‘희생양’이 될 확률이 적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양강 체제가 확고한 스페인에서는 그 현상이 더욱 뚜렷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4강을 제외한 나머지 대진을 전부 단판 승부로 치르도록 변경됐고, 이변의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이는 실제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7위 팀들이 모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함께 발렌시아(5위)와 비야레알(7위) 역시 8강에서 탈락했고 헤타페(3위)가 64강, 아틀레티코 마드리드(6위)가 32강, 세비야(4위)가 16강에서 줄줄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