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스터 주:사라진 VIP’와 ‘남산의 부장들’ 공식포스터,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쇼박스
때아닌 종의 전쟁이 벌어졌다.
동물을 다룬 영화들과 사람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설 극장가 왕좌를 두고 흥행 대전을 벌인다. 짧은 연휴를 사이에 둔 이 싸움은, 누구의 승리로 돌아갈까. 동물이 이길까, 사람이 이길까.
동물을 다룬 영화 ‘닥터 두리틀’, ‘해치지않아’, ‘미스터주:사라진 VIP’(위부터),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동물 이겨라!
여느 겨울보다 덜 추워서일까. 개구리도 때 이르게 깨어났다더니, 극장가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동물들이 몰려왔다.
여러 동물 영화 중 가장 먼저 출격한 건 ‘닥터 두리틀’(감독 스티븐 개건)이다. 한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앞세워 지난 8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동물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의 닥터 두리틀(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동물 친구들의 모험기로, 놀라운 CG 작업으로 완성된 귀여운 동물들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호흡’이 주요 관전포인트다. 성인 관객에겐 다소 유치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체관람가답게 아이들과 손잡고 보기엔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비슷한 결의 한국영화도 있다. 이성민이 원톱으로 나선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다. 갑자기 동물의 말을 듣게 된 국가정보국 요원 ‘주태주’(이성민)가 실종된 중국 외교 사절인 팬더 ‘밍밍’을 찾아나서는 과정이 그려진다. ‘닥터 두리틀’ 못지않은 동물 CG 효과도 볼거리다. 여기에 신하균, 이선균, 유인나, 박준형, 김수미, 김보성, 이순재, 이정은, 김종국 등 목소리 연기에 나선 스타들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동물 없는 동물 영화도 싸움에 뛰어든다.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는 수습변호사 ‘태수’(안재홍)가 정규직 전환을 위해 파산 직전 동물원인 ‘동산파크’의 재기를 돕는 코미디다. 안재홍과 박영규의 조합이 유머러스하고, 강소라, 김성오, 전여빈 등 신선한 얼굴들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이외에도 아기곰 구하기 작전을 다룬 애니메이션 ‘슈퍼 베어’, 강아지 ‘어벤져스’들의 대모험을 그린 ‘프린스 코기’도 설날 관객들을 기다린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나쁜녀석들:포에버’ ‘스파이 지니어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람 이겨라!
동물 이야기에 밀리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스크린 위에 수놓인다. ‘짠내’나는 코미디부터 실화 바탕의 정치 누아르까지, 다양한 장르물이 예비 관객을 유혹한다.
‘명절엔 코미디’란 공식을 깬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이 가장 눈에 띈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114분의 필름을 완성한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의 충성이 어찌하여 대통령을 향한 총성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는지 내면의 변화를 아주 촘촘하게 그린다. 탁월한 내면 묘사와 배우들의 연기 열전으로, 모처럼 ‘웰메이드 정치물’ 탄생을 알린다. 15세 관람가.
눈여겨 볼만한 코미디도 등장했다. 권상우, 정준호, 이이경 주연의 ‘히트맨’(감독 최원섭)이다. 국정원을 탈출한 웹툰 작가 ‘준’(권상우)이 술김에 국가 1급기밀을 웹툰으로 그린 뒤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더블타깃이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B급에 매우 충실한 유머 코드, 애니매이션과 실사의 적절한 조화 등 강점들을 내세워 유쾌한 110분을 선사한다. 머리 아프지 않게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다면, 이 작품이 제격이다.
‘나쁜 녀석들’도 설날 대목을 노린다. 1995년 원작 흥행 이후 인기 시리즈물로 자리잡은 이 작품은, 이번엔 ‘나이 든’ 나쁜 녀석들 콘셉트로 배꼽을 훔친다. 시리즈가 더 이어지길 바라는지, 제목도 ‘나쁜녀석들: 포에버’(감독 아딜 엘 아르비, 빌랄 팔라)다. 은퇴를 선언한 ‘마커스’(마틴 로렌스) 대신 일생일대 미션을 나홀로 수행하게 된 강력반 형사 ‘마이크’(윌 스미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 조직과 싸우는 과정이 124분간 이어진다. 시리즈의 히어로인 윌스미스와 마틴 로렌스가 여전히 ‘티키타카’ 합을 맞추고, 여기에 파올라 누녜스, 바네사 허진스 등 여성 파워가 더해져 색다른 맛을 첨가한다. 청소년관람불가.
잘나가는 슈퍼 스파이와 엉뚱한 지니어스의 극한 팀플레이를 그린 애니메이션 ‘스파이 지니어스’(감독 닉 브루노, 트로이 콴)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작이다. 연이은 흥행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스파이물의 고정관념을 뒤집으며 웃음과 쾌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윌 스미스, 톰 홀랜드 등 국내에도 팬층이 두터운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아 어른과 아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102분을 완성한다.
나흘 간의 연휴, 집에만 있기보단 동물과 사람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극장으로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스스로에게 특별한 2시간을 선물해, 설 연휴가 더더욱 풍성해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