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동시 개봉하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미스터 주: 사라진 VIP’ 한 장면들. 사진제공|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쳐스
세 편의 한국 영화가 22일 동시 출격한다.
이병헌, 권상우, 이성민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저마다 주특기 하나씩 내걸고 연휴 대목을 노린다. 소재도 다양하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실화부터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국정원 요원의 고군분투까지, 여러 이야기로 명절 대전에 나선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미스터주: 사라진 VIP’ 중 관객이 지갑을 연 만큼 만족스러운 휴식을 선사할 작품은 무엇일까. 자음 순으로 살펴봤다.
■다 잡았다, ‘남산의 부장들’
연출력·연기력·대중성 모두를 잡았다. 10.26 사건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이다. 사건은 익숙해도, 재편집한 솜씨가 탁월해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탄탄한 이야기 구성력과 잔가지를 미련없이 쳐낸 깔끔한 편집이 보는 이의 이해를 돕고, 영상미 역시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우민호 감독 전작인 ‘마약왕’에 실망했더라도, 이번 작품은 도전해볼 만하다.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제격이다. 이병헌은 눈빛 하나만으로도 극 중 ‘김규평’의 내면 변화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권력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부터 충성심이 분노로 변하기까지 과정을 아주 세심하게 짚어낸다.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서현우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4분.
■아이와 함께라면, ‘미스터 주’
동물들과 대화가 통하고 그들의 얘기가 내 귀에만 들린다? 만화 같은 설정을 스크린 위로 가져온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도 결전을 준비한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는 동물혐오가인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이성민)가 동물에게 귀가 트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여기에 딸과 아버지의 사랑, 발칙하게 의인화된 동물들의 에피소드가 더해지면서 코믹 홈드라마를 완성한다.
코미디를 내세울 만큼 웃음보를 강타하는 장치는 없지만, 가슴 따뜻한 이야기와 이성민·군견 ‘알리’의 조합이 소소한 볼거리를 안긴다. 가장 큰 무기는 역시나 CG 작업으로 완성된 동물들의 열연이다. ‘알리’를 비롯해 팬더, 고릴라, 호랑이, 앵무새, 햄스터 등 다양한 동물들이 곳곳에서 등장하며 ‘깨알’처럼 웃기려 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연기한 신하균, 유인나, 김수미, 이선균, 이순재 등 익숙한 스타들의 체취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도 이 작품만의 매력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나,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전체관람가, 113분.
■‘히트맨’, 불향 가득한 ‘병맛’
‘히트맨’(감독 최원섭)이 요리라면, 불향 가득한 ‘병맛’이라 정의할 수 있다. 국가 일급기밀을 술김에 웹툰으로 그려버린 ‘준’(권상우)이 국정원과 테러리스트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기상천외 소동극으로, ‘불향’나는 액션과 ‘병맛’나는 코믹을 110분간 투하한다.
액션과 ‘병맛’의 향연이 이 작품의 주무기다. 원작 웹툰의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살려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다.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묘한 결합, 트렌디한 BGM의 사용 등 메가폰의 고심은 곧 강점이 된다.
주연 권상우도 두 코드를 제대로 소화해내는 데에 집중한다. 여기에 황우슬혜, 이지원이 각각 아내, 딸로 등장, ‘웃픈’ 가장의 일상에 힘을 싣는다. 또한 정준호, 이이경, 허성태 등이 합세하며 볼만한 B급 코믹 액션물의 마지막 매듭을 짓는다. ‘B급’ 코미디를 좋아하는 이라면, 관람시 불협화음이 일진 않는다.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