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알파인 풋볼 캠프에서 진행된 한국 U-23 축구대표팀 훈련에서 요르단전 버저비터 골의 주인공인 이동경이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매 경기 가리지 않고 돌아가면서 터진다. 김학범호의 공격수들은 마치 누가 걸릴지 몰라 짜릿한 긴장감을 안겨주는 ‘러시안 룰렛’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대회 한국의 고민거리 중 하나로 골 결정력을 꼽는다. 그런데 사실 ‘데이터’로 본 한국의 결정력은 나쁜 편이 아니다. 이번 대회 기간 모든 경기를 분석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업체 ‘옵타’에 따르면, 한국이 8강까지 4경기에서 기록한 기대 득점(각 팀이 생산한 찬스의 퀄리티를 측정한 뒤 이를 토대로 한 팀이 그 경기에서 얼마나 많은 골을 기대할 수 있는가를 분석한 수치)은 4.7골이다. 평균 2골이 안되는 수치로, 한국이 ‘일방적인’ 경기력을 펼쳤음에도 정작 ‘결정적인’ 찬스를 많이 만들지는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이 실제로 넣은 골은 7골로 기대 득점보다 2.3골이 더 많다. 8강에 오른 8팀 중 실제 득점과 기대 득점의 차이가 한국보다 큰 팀은 없다. 이는 한국이 정말 중요한 찬스는 비교적 잘 살렸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의 공격수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스트라이커의 경우 돌파형의 조규성(안양)과 타겟형의 오세훈(상주)으로 나뉘며 측면에는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이동준(부산), 엄원상(광주), 김대원(대구),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포진돼 있다. 측면과 가운데를 활발히 오가는 이동경(울산), 그리고 미드필더로 분류돼 있지만 섀도 스트라이커까지 소화가 가능한 정승원(대구)까지. 김 감독은 매 경기 이 공격자원들을 믿고 적절히 조합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려고 고민한다.
감독의 믿음에 선수들은 결과로 보답했다. 중국전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이동준이 결승골을 넣었고 이란전에서는 이동준의 선제골에 조규성이 골맛을 봤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오세훈이 생일을 멀티골로 화려하게 자축했고, 요르단전에서는 조규성이 주인공이 되는 듯 하더니 후반 추가시간 이동경이 왼발 프리킥 하나로 ‘씬 스틸러’가 됐다. 매 경기 결승골을 작렬한 선수가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김학범호의 공격수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들이 이제, 호주를 정조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