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트문트 골잡이 엘링 홀란드가 18일 밤 열린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 원정에서 후반 교체투입된 지 3분 만에 리그 데뷔골을 터뜨린 뒤 볼을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교체 투입 후 23분 만에 해트트릭 달성, 2골차 열세에서 2골차 역전승. 이보다 더 환상적인 데뷔전이 있을까.
엘링 홀란드는 축구를 만화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18일 밤 열린 아우크스부르크 원정에서 1-3으로 끌려가던 후반 11분 루시앵 파브레 도르트문트 감독이 피슈체크를 빼고 홀란드를 투입했다. ‘홀란드 효과’가 나타나는 데 걸린 시간은 딱 3분. 홀란드는 산초가 수비 사이로 찔러준 볼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왼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아우크스부르크 골네트를 갈랐다. 후반 25분 토르강 아자르가 골키퍼를 따돌리고 완벽하게 밀어준 볼을 텅 빈 골문에 차넣어 4-3 역전골을 터뜨린 홀란드는 9분 뒤 단독 기회에서 왼발 슛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슈팅 3개로 3골. 말 그대로 ‘원샷원킬’이었다.
지금까지 분데스리가 데뷔전서 해트트릭을 터뜨린 선수는 홀란드 포함해 7명이 있었지만 교체멤버로 나와서 해트트릭을 만들어낸 것은 홀란드가 처음이다. 1m94의 장신에도 불구하고 볼을 다루는 감각과 결정력이 뛰어나 ‘제2의 즐라탄’으로 불리기도 하는 홀란드는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14경기에서 16골, 챔피언스리그 6경기에서 8골, 오스트리아 컵대회 2경기서 4골을 넣은 데 이어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신고하며 올 시즌 출전 경기수보다 골수가 더 많은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홀란드는 지난 연말 잘츠부르크에서 도르트문트로 이적했다. 무릎 부상으로 새로운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완벽한 라인 공략과 가공할 결정력으로 ‘괴물’ 골잡이다운 클래스를 과시했다.
파브레 감독은 “홀란드가 상대 수비 라인 사이에서 잘 움직여 줬다”면서 “그게 우리에게 또 다른 공격 옵션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분데스리가 데뷔전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홀란드. 도르트문트 선배들인 레반도프스키나 오바메양처럼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골잡이로 성장할지 주목된다.도르트문트 트위터 제공
홀란드는 도르트문트 팬들에겐 데자뷔를 느끼게 했다. 오바메양도 2013년 도르트문트 리그 데뷔전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17번을 달고 뛴 거나 상대가 아우크스부르크인 것도 홀란드와 똑같다. 마르코 로이스는 “홀란드가 오바메양의 성공 스토리를 다시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홀란드의 해트트릭에 배가 아프게 된 것은 맨유다. 맨유는 에이전트 라이올라와의 갈등과 계약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다잡았던 홀란드를 도르트문트에 빼앗긴 악연이 있다. 원래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