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손승락, 고효준. 롯데 자이언츠 제공
문을 닫지 못하고 있는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올해도 롯데가 중심에 섰다.
지난 18일 포수 김태군이 NC와 4년 최대 13억원에 계약하면서 올시즌 FA를 신청한 19명 중 14명이 계약을 완료했다. 이제 미계약 선수는 내야수 김태균·오재원과 투수 오주원·손승락·고효준까지 5명이다. 오재원은 원소속구단 두산과 계약기간이나 규모에는 대략적으로 의견을 맞췄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협상에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롯데와 협상 중인 베테랑 불펜 투수 손승락과 고효준의 계약 전망은 불투명하다.
롯데는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구단이다. KIA와 협상 난항을 겪던 내야수 안치홍을 2+2년 계약으로 영입해 유일한 이적 사례를 만들며 파격적인 계약 형식으로 시선을 끈 뒤 내부 FA 전준우와 4년 최대 34억 계약을 완료했다. ‘최대어’로 불렸던 전준우와도 협상이 쉽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잡았다며 이번 스토브리그의 승자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내부 FA인 투수 둘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손승락과 고효준은 롯데 불펜의 중심으로 뛰었지만 지난 시즌 비교적 부진한 채 FA를 맞았다. 구단은 미래 가치를 강조하다보니 협상을 풀지 못한 채 스프링캠프 출발을 준비하는 시점까지 왔다.
미계약 FA 5명 중 2명이 또 롯데 출신이라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 롯데가 지난 몇 년간 겪은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롯데는 2010년대 중반 이후 FA 시장의 큰손으로 등극했다. 정대현, 이승호, 윤길현, 손승락 등 불펜 투수 중심으로 외부 FA들을 대거 영입한 뒤 2017년에는 해외에서 돌아온 이대호를 역사상 최고 대우인 150억원에 영입하고 이듬해에는 손아섭(98억원)과 민병헌(80억원)을 나란히 계약했다.
그러나 롯데는 같은 시기에 FA 한파의 중심에도 서며 ‘결렬’로 스토브리그를 마무리했다.
지난 2년 연속 ‘FA미아’가 롯데에서 나왔다. FA 계약에 실패해 1년 동안 뛰지 못하거나 은퇴한 사례는 2011년 최영필·이도형 이후 나오지 않고 있었지만 2018년 롯데에서 FA를 선언한 이우민이 결국 계약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지난해에는 노경은이 뒤를 이었다. 노경은은 1년을 쉰 뒤 올해 결국 다시 롯데로 돌아갔지만 FA보상제도의 문제와 롯데의 스토브리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쉬운 기억이 됐다.
프로야구 FA의 첫 ‘사인앤트레이드’ 역사에도 롯데가 있다.
2018년 FA 시장에서 계약하지 못하고 있던 내야수 채태인이 원소속구단 넥센과 계약한 직후 롯데로 트레이드 됐다. 당시 롯데에서 FA를 선언했으나 역시 잔류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던 최준석은 그 바람에 포지션이 겹쳐 설 곳을 잃게 됐고, 뒤늦게 또 한 건의 사인앤트레이드를 통해 NC로 갔다. 롯데는 올해도 고효준에 대해 이미 ‘사인앤트레이드’의 문을 열어놨다며 사실상 협상 결렬을 선언해놓은 상태다.
롯데는 지난 3년 사이에만 300억원이 훌쩍 넘는 돈을 FA 3명에게 써 기대를 모았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뿌리부터 바꾸겠다고 나서 더 차가운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대반전이 없는 이상 올해도 FA시장이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면 마지막까지 롯데의 이름이 남게 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