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세터 황동일이 지난 18일 대한항공전에서 토스를 올리고 있다. KOVO 제공
황동일(34·현대캐피탈)은 지난해 6월 현대캐피탈에 입단했다. 삼성화재에서 방출돼 은퇴 위기에 몰려있을 때 현대캐피탈의 부름을 받은 황동일은 테스트를 거쳐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5번째 유니폼이다. 경기대 시절 대학 최고의 세터로 큰 기대를 얻고 2008년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우리캐피탈에 입단한 황동일은 트레이드를 통해 LG손해보험을 거쳐 대한항공과 삼성화재에서 뛰었다. 기대받은만큼 보여주지 못하는 사이 팀을 계속 옮기다 5번째 유니폼을 입었다.
현대캐피탈에 와서 처음 맞는 시즌, 4라운드에서야 기회가 찾아왔다. 그동안 교체멤버로 출전하던 황동일은 지난 18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전에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오늘만을 기다렸다”고 한 황동일의 예리하고 안정된 토스는 현대캐피탈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주공격수 다우디가 이날 유니폼을 잘못 가져와 1세트 중반까지 뛰지 못했지만 국내 선수들을 잘 활용했다. 코트를 떠나 쉬고 있던 황동일을 부르고 “이제 때가 됐다”며 이날 첫 선발 출전시킨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경기 전에 다우디 때문에 놀라고 경기 중에는 황동일 때문에 놀랐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토스를 해 상대뿐 아니라 벤치의 허까지 찌른 황동일의 활약을 칭찬했다.
최태웅 감독은 “우리 팀 토스 패턴을 상대들이 많이 읽고 대비돼있는 상태인데 때마침 황동일이 팀에 온 뒤 적응이 거의 돼가고 있다 느껴 과감히 투입했다”며 “우리 팀으로 올 때부터 마음가짐이 남다르고 간절함을 많이 보여줬다. 다른 팀 선수로서 보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프로 선수로서의 마음가짐이 잡혀있는 선수”라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프로배구 최고 세터 출신인 최태웅 감독의 현대캐피탈에서 황동일은 새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배구를 그만둘뻔하다 새로운 기회를 얻고 처음으로 다시 출발하는 황동일의 감격은 남다르다.
황동일은 “오늘 한 경기로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늘(첫경기)을 위해 연습했고 기다리며 마음의 준비를 많이 했다”고 첫 선발 경기에 최선을 다한 심정을 드러내며 “현대캐피탈만의 세터 훈련 시스템이 있다. 항상 감독님과 같이 영상 보면서 요즘 세터 트렌드 같은 것들을 이야기해주시고 좀 더 배울 수 있다”고 최태웅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현대캐피탈에는 황동일과 경기대에서 같이 배구했던 ‘친구’ 문성민과 신영석이 있다. 최태웅 감독은 “5년만 먼저 만났다면 우리 모두에게 서로 더 좋았을텐데 아쉽다”고 말할 정도로 황동일이 합류 이후 보여준 모습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날 활약을 통해 앞으로도 선발 출전의 기회는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새 팀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는 상황에 친구들의 존재는 큰 힘이 되고 있다. 황동일은 “이 친구들과 같이 뛰고 싶다는 생각을 수천번, 수만번 했다. 그때는 보완할 점도 많고 내가 선발로 나갈 실력도 안 됐지만 오늘을 기다렸다”며 “오늘 친구들과 같이 경기하면서 정말 좋았다. 점수가 오고 가는 상황에서도 그 순간들이 마냥 좋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황동일은 다시 배구하는 기쁨을 매순간 만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