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40년이 되던 날 쿠데타를 주도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기념 만찬을 즐기는 장면이 포착됐다.
알츠하이머 증상을 호소하며 5.18 관련 재판에 불참하는 전 전 대통령은 지난달 골프치는 모습이 목격된 데 이어 서울의 한 고급 중식당에서 포착돼 논란이다.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는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전 전 대통령이 1인당 50만원짜리 코스가 나오는 강남의 고급 식당에 방문한 모습을 제보했다.
임 부대표는 전 전 대통령 옆에서 밥을 먹으며 “오늘이 12월 12일 군사 쿠데타 당일인데, 이렇게 근신하고 축하 기념회를 여시면 안 되죠”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은 12.12 군사반란 주역이자 5.18 민주항쟁 당시 특전사령관이던 정호용, 3공수여단장이던 최세창 씨 등이다. 이들은 여전히 전 전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기도.
임 부대표가 말을 꺼내자마자 한 여성이 그의 입을 막았다. 임 부대표는 “어제 총 10명이 그 자리에 있었는데 부부 동반 모임으로 보였다”면서 “어떤 분의 아내가 제 입을 막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2시간 동안의 만찬 분위기가 어땠냐’는 질문에 임 부대표는 “시종일관 굉장히 화기애애하고 아주 떠들썩했다”며 “건배사도 여러 번 오간 것도 들었고, 대화의 80% 이상은 전 전 대통령이 주도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임 부대표는 “어제도 참석자들과 너무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알츠하이머라고 한다면 의학계의 새로운 발견”이라며 “선택적 알츠하이머다. 자신에게 불리할 때만 치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식당이 2층에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라는 권유에도 본인이 직접 계단으로 내려오더라”며 전 전 대통령이 정상적인 건강 상태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제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두 종류를 번갈아가면서 상당히 과음하는 것 같았다”며 “그래서 계단을 손을 짚고 내려오는데 이게 거동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전 전 대통령이 취해서 그랬다”고 전했다.
임 부대표는 “어제 상당히 과음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날 오찬과 과음이라니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 나도 다시 한 번 혀를 찼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는 전 전 대통령이 1년에 딱 이틀만이라도 좀 근신하고 자중했으면 좋겠다”며 “5월에 한 번, 12월에 한 번. 이런 모임을 가진 것 자체에 대해서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전 대통령 측은 이 모임에 대해 “12.12사태하고는 전혀 무관한 친목 모임”이라며 “오래전부터 친분을 이어오던 분들이 1년에 두세 번씩 이 내외를 식사에 초대하는 모임이었다. 일부러 12월 12일을 잡은 게 아니고, 우연히 일정이 겹쳤다”고 반박했다.
12·12쿠데타는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노태우 등이 이끌던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세력이 일으킨 군사반란사건이다. 40년 전 이날 오후 7시, 계엄사령관이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체포되는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났다.
쿠데타 세력은 당시 군 수뇌부를 체포하고 중앙청과 국방부 등을 장악, 반란에 성공했다. 이 군사반란으로 5공화국이 시작됐고, 그 중심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있었다. 그는 당시 보안사령관으로 쿠데타를 주도했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사진=정의당 제공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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