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동’ 공식포스터, 사진제공|NEW
■편파적인 한줄평 : 102분간 ‘덜컥덜컥’
공회전만 102분째다. 매력 있는 캐릭터들을 태우고도 시동이 안 걸린다. 힘없는 이야기가 아쉬운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이다.
‘시동’은 학교도 집도 싫은 ‘택일’(박정민)이 ‘엄마’(염정아)를 피해 무작정 내려간 군산 장품반점에서 남다른 포스의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을 만나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여기에 ‘택일’의 절친 ‘상필’(정해인)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서로 부족한 점을 껴안고 사는 소시민들의 성장담을 완성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착한 메시지와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엮었는데, 이야기가 맥을 추지 못한다. 웃음보에 시동도 좀처럼 걸리지 않고, 속도감도 덜컥거린다.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촘촘하지 못한 까닭이다. 여러 인물이 얼키고설킨 게 아니라, ‘택일’을 두고 ‘상필’, ‘엄마’, ‘거석이형’ 에피소드가 방사형으로 뻗은 모양새다. 인물들이 부딪히고 갈등해야 눈을 사로잡는 사건이 빨리 탄생할텐데, 각 관계가 긴 시간 앞만 보고 달린다. 그마저도 반전이나 장치 없이 너무 정직하다. 세 관계가 결말에서 어떻게 합쳐질지도 눈에 훤히 보인다. 끝으로 갈 수록 극적 긴장감을 살리지 못하는 약점이다.
인물들이 빚어내는 서사의 힘이 약하니 ‘욕심 내지 말고 정직하게 어울려 살자’라는 메가폰의 의도도 맹물맛이 난다. 자극적인 요소나 신파를 과감히 뺀 건 좋은 선택이나, 그 효과를 살리려면 인물들의 갈등 구축에 조금 더 집중했어야 했다.
그나마 마동석이 필름에 숨통을 틔게 한다. ‘거석이형’ 캐릭터가 그에게 찰떡이다. 전작에서도 유사한 코믹 이미지가 여러 번 소비되긴 했으나, ‘시동’에서만큼은 ‘마동석이 없었다면 얼마나 아찔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활약한다.
박정민, 염정아, 정해인 등도 기대치만큼 해낸다. 그중에서도 신선한 얼굴 최성은은 눈길을 끈다. 인지도 높은 다른 배우들에게도 가려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물론 흥행 가능성은 있다. 겨울 성수기 경쟁작인 재난물 ‘백두산’, 사극 ‘천문:하늘에 묻는다’에 비해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추운 겨울 아무 생각 없이 따뜻한 작품을 보고 싶은 이라면 ‘시동’에 지갑을 열 수 있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B급 코미디를 기대하고 봤다면 실망할 확률이 크다. 휴먼드라마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극장을 찾길. 오는 18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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