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오지환이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4회초 역전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2018.08.12 / 고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공은 구단으로 넘어갔다.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은 듯하지만, 고민은 더 깊어졌다.
지난 5일 자유계약선수(FA) 오지환(29)이 원 소속팀 LG에 FA 계약을 ‘백지 위임’했다. ‘FA 계약을 구단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사실 오지환은 FA시장에서 몸값을 불리는 데 있어 여러모로 불리했다. 오지환은 FA 시장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으며, 타 구단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다. 구단과 협상에서도 계약 기간, 총액 규모까지 입장 차이가 컸다. LG는 4년, 오지환 측은 6년 이상의 계약을 요구했다. 첫 세 번의 협상에서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입장만 확인했다.
프랜차이즈 선수로, 대체 불가능한 팀 내 주전 유격수인 오지환에 대해 “타 팀의 영입 대상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 충분한 프랜차이즈 선수 대우를 해줄 것”이라고 과감한 베팅을 예고한 LG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오지환 측의 협상 전략에 여론도 등을 돌렸다. 최근 FA 시장 분위기상 오지환 측이 요구하는 장기 계약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팬들의 비난 강도도 거셌다.
오지환은 결국 오랜 고민 끝에 ‘백지 위임’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선수가 ‘백기 투항’한 모양새지만, ‘삭감’ 카드를 빼들 수도 없는 LG도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다. 보통 주전급 FA는 외부 관심이 없더라도, 자존심을 세워준다는 명분으로 비슷한 레벨의 선수의 시장 몸값에 맞춰 계약한다. 팀 내 중심선수인데, 사기를 떨어뜨려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이 깔린 배려다.
LG 차명석 단장은 “오지환을 최대한 존중하고 예우를 하겠다”면서도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는 말로 고민을 드러냈다. LG는 오지환과 협상에서 최선의 오퍼를 넣었다. 2016시즌 통합 우승의 주축으로 활약한 뒤 FA로 두산에 잔류한 유격수 김재호를 기준(4년 50억원)으로 삼았다. 그렇지만 오지환이 물러서면서 기존 오퍼에 적정한 ‘+α’ 설정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입장 차이가 워낙 컸던 터라 그 사이 어딘가 접점을 잡는게 쉽지 않다.
차 단장은 지난 7일 스프링캠프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로 출장을 떠났고, 오는 14일 귀국한다. 오지환과의 협상을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짓겠다는 LG의 고민은 12월 중순을 넘기지 않을 듯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