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심판들이 지난 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OK저축은행 경기 도중 대한항공 측 항의를 받고 경기구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한국배구연맹(KOVO)이 지난 시즌 경기구가 사용된 남자부 경기와 관련해 10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관련자들을 문책한다.
KOVO 관계자는 9일 “경기구 점검 책임을 지고 있던 이명현 부심과 권의탁 경기감독관 및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과 언쟁을 벌였던 권대진 대기심이 상벌위에 회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벌위의 발단이 된 경기는 지난 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OK저축은행의 맞대결이다. 방문팀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가 2세트 5-7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공이 이상하다며 문제를 제기해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선수들에게 전달된 공 2개의 색깔이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조사 결과 2018~2019 시즌에 쓰던 경기구가 코트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경기엔 경기용 공 5개와 예비 공 1개가 쓰였는데 경기용 5개가 지난 시즌 공이었다. 올 시즌 KOVO는 국제대회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반발력이 상향 조정된 경기구를 새로 도입했다.
결국 경기는 양팀 감독의 양해 하에 지난 시즌 경기구로 치러졌다. 문용관 KOVO 경기운영실장은 “경기구 관리에 불찰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KOVO는 지난 주말 회의를 거쳐 상벌위를 10일 열기로 하고 상벌위 회부 대상자를 이명현 부심과 권의탁 경기감독관, 권대진 대기심 3명으로 일단 압축했다. 부심은 국제배구연맹(FIVB)의 경기 운영 규정에 따라 경기 시작 전 공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경기감독관은 공의 상태를 최종 확인, 서명한 뒤 코트로 들여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권대진 대기심은 규정상 직접적 책임은 없지만 박기원 감독과 언쟁을 벌이는 장면이 방송으로 생중계돼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권 심판은 항의하는 박 감독에게 “우리는 (홈팀 OK저축은행 측에서) 받은 대로 가져왔잖아. 왜 우리 보고 그래?”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프로배구 구단들은 시즌 시작 전 배구공 제조업체가 구단에 일괄 배송한 경기구를 창고에 보관하고 경기마다 6개씩 꺼내서 사용하고 있다. 이번 사고도 업체가 공을 오배송한 데서 시작됐다. 다른 구단에도 지난 시즌 경기구와 올 시즌 경기구가 섞여서 배송됐을 가능성이 있다.
KOVO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기구 점검을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며 “지난 6일 경기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기 시작 전 경기구를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