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부산 아이파크의 K리그 승강플에이오프 2차전에서 경남FC를 2:0으로 물리치고 대망의 K리그1에 진출한 부산 선수들이 조덕제 감독을 헹가래 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승격 전도사라는 별명은 영광이죠.”
조덕제 부산 감독(54)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를 껴안으며 1부리그 승격이라는 기쁨을 누렸다.
부산은 8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남을 2-0으로 꺾었다. 5년 전 조 감독이 이끌던 수원FC에 무너지면서 2부로 탈락했던 부산이 공교롭게도 그의 손길에 따라 다시 1부로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조 감독은 “전임 사령탑인 故 조진호 감독님과 최윤겸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빨리 승격하고 싶었다”며 “이젠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래 두 번이나 승격의 기쁨을 누린 것은 남기일 성남 감독에 이어 조 감독이 두 번째다. 부산이 올해 왜 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역 시절 부산에서 ‘원 클럽맨’으로 활약한 조 감독도 자신있게 뛰어들었으나 고난의 시간이기도 했다. 1부리그 수준이라는 화려한 전력까지 갖췄으나 광주FC에 우승컵을 빼앗기면서 적잖은 비판에 시달렸다. 화끈한 공격(73골)과 달리 수비(47골)에선 구멍이 뚫린 게 문제였다. 조 감독은 “선수들도 나도 힘들지만 외부에는 표현하기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승격의 남은 희망인 플레이오프에선 거꾸로 탄탄한 수비로 웃었다. 지난달 30일 FC안양과의 K리그2 플레이오프에서 무실점 수비를 뽐내더니 호물로의 결승골로 웃었다. 3년 연속 참가한 승강 플레이오프에선 가장 중요한 첫 판을 실점 없이 비겼고, 2차전에선 운명의 페널티킥(PK)과 쐐기골을 묶어 이겼다. 감독급 코치인 노상래 전 전남 감독과 이기형 전 인천 감독까지 힘을 합친 코칭스태프가 정규리그 36경기를 치르면서 파악한 상대의 공격 루트를 출저히 분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경남과의 2차전에선 상대가 스리백을 예고한 상황에서 “포백이 진짜일 것”이라고 예고했던 것이 그대로 들어 맞았다.
승격 전도사로 불리는 조 감독은 이제 새로운 한계를 벗어던지는 도전에 나선다. 그저 2부리그에서 1부로 올라가는 재주가 뛰어난 감독이 아니라 1부에서 잘 살아남는 감독이 되어야 한다. 아쉽게도 조 감독은 수원 시절인 2016년 1부에선 꼴찌로 자동 강등돼 이듬해인 2017년 경질되는 비운을 맛봤다. 부산을 이끌고 재도전하는 2020년에는 다른 결과가 나와야 지도자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 조 감독은 “수원에서 한 차례 경험했기에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머릿속에 담겨 있다”며 “1년간 호흡한 선수들과의 정과 현실을 어느 정도 분리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