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제기한 1조원대 이혼 소송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묵묵 부답으로 일관했다.
최 회장은 5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중 고위급 기업인 대화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감색 줄무늬 수트에 같은 계열의 넥타이 차림으로 행사 시작 후 도착한 최 회장은 이날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요구대로 재산 분할이 이뤄질 수 있냐”, “전날 진행된 한중 고위급 기업인 대화 환영 만찬에서 무슨 얘기를 했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고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앞서 노 관장은 전날 서울가정법원에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 맞소송을 제기하며 재산 분할소송을 냈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42.3%에 대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이와 함께 위자료 3억 원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전체 SK 주식의 18.29%(1297만5472주)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노 관장이 요구하는 42.29%는 전체 SK 주식의 약 7.73%(약 548만여주)에 해당한다. 이날 SK 주식 종가 기준으로는 1조3000억여원이다. 현재 노 관장의 보유주식은 8616주(약 0.01%)다.
노 관장이 이혼 의사를 밝힌 건 최 회장이 2015년 12월 국내 한 언론사에 보낸 편지를 통해 혼외 자녀가 있다며 불륜을 고백한 후 4년 만에 처음이다.
1988년 최 회장과 결혼 후 1남2녀를 둔 노 관장은 “이혼할 의사가 없다”라며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통해 최 회장의 2017년 7월 이혼조정 신청에 반대 의견을 내 왔다. 최 회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4회 변론 기일에 직접 법정에 출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현재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다.
돌연 태도를 바꾼 노 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세월은 가정을 만들고 이루고 또 지키려고 애쓴 시간이었다”면서 “힘들고 치욕적인 시간을 보낼 때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기다렸지만 이젠 그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됐다”고 적었다. 이어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관장은 그러면서 “목숨을 바쳐서라도 가정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 믿었으나 이제 그 ‘가정’을 좀더 큰 공동체로 확대해 여생을 사회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헌신하겠다”며 이혼 소송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한편, 최 회장은 노 관장과 결혼 전에 SK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의 핵심적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사실이 구체적으로 증명될 경우 노 관장의 요구가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혼을 통한 재산 분할의 경우, 노 관장이 직접 재산 형성에 일정한 기여를 했단 점을 증명 해야 한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노소영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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