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KBO리그는 질적, 양적으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야구 선진국인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와 어깨를 나란히하며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국제무대에서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늘 우승을 경쟁한다. 그렇지만 국제대회에서는 늘 들러리인 모양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도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개최하는 프리미어12에서 어딘가 모르게 불이익을 받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없다.
야구의 세계화를 명분으로 대회가 열리지만, 정작 자국에만 유리하게 작동되는 경우가 많다. 큰 목소리를 내는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기에는 거리가 멀다. 첫 WBC가 열린 2006년, 한국은 엉터리 대진표 논란의 희생양이 됐다. 한 대회에서 일본과 세 차례나 대결하는 대회 대진에 발목을 잡혔다. 한국은 일본에 두 번 승리하고도 준결승에 져 결승행이 좌절됐다. 미국이 결승전에 오르기 위한 대회 방식이 문제로 지적됐다. 사실상 일본이 주도하는 대회인 프리미어12에서는 공정성 논란에서 한국도 일부 피해자가 됐다.
국가대표팀의 도약을 위해서는 야구계 외교력과 행정력도 세계무대에서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국제야구연맹(IBAF)과 아시아야구연맹(BAF) 회원국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지만 아시아연맹회장국 지위를 내려놓은 뒤부터 국제야구연맹 집행위원이 없다. 한 야구계 인사는 “무엇보다 국제야구연맹 집행위원이 나와 국제무대에서 힘을 발휘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대회를 경험한 야구인은 “한국에서는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행정가가 거의 나오지 않은게 현실”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우리 관계자가 대회에 관여하는 게 도움이 된다. 대회 직후 베스트9을 선발하는 경우에도 자국 선수들을 더 추천하는 경우가 있다. 국제 행정쪽에 전문가를 더 키워야 하지 않을까”라고 짚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황정주 사무차장도 비슷한 관점에서 “대표팀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협회가 좋은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도자와 선수 뿐 아니라 심판, 기록원 등까지 국제 경험을 다양하게 쌓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 듯하다. 또 그 경험을 공유하면서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포츠에서도 외교력과 행정력이 중요시된다. 한국이 올림픽 등 세계무대에서 강세를 보이는 종목들은 선수들 실력 못지 않게 강력한 외교력이 뒷받침되면서 가능한 경우가 많다. 야구도 국제무대에서 들러리가 아니라, 세계 톱클래스 리그를 유지하는 수준의 외교력 강화를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