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시절 정근우. 스포츠경향DB
정근우(36)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지금은 진정이 됐다”며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말했다.
정근우는 20일 실시된 2차 드래프트에서 LG에 2라운드 지명됐다. 2014년부터 6년간 뛰었던 한화를 떠나 야구인생 3번째 팀 LG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2차 드래프트 결과가 나온 직후 “서울행 축하한다”는 지인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서야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보고 LG행을 알게 됐다는 정근우는 “처음에는 놀랐는데 지금은 진정됐다”며 웃었다.
2차 드래프트 지명 사실은 늘 서운함을 동반한다. 경력이 화려한 선수일수록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존 구단에서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선수들만 지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가 40인 명단에서 정근우를 뺐다는 뜻이다.
정근우는 “40인 보호명단에서 빠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타 구단 등)여러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해줬다”며 “아무래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지명되는 게 쉽지는 않은데 그래도 새 기회를 받았다. 서운한 마음보다는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SK에서 뛰며 리그 정상급의 국가대표 2루수로 올라선 정근우는 2013년 시즌을 마친 뒤 FA가 돼 한화로 이적했다. 2017년 시즌을 마친 뒤에는 다시 FA가 돼 한화와 잔류 계약을 하면서 6년 동안 뛴 팀을 떠나게 됐다.
정근우는 “한화와 계약하고 제주도 마무리 훈련 중이던 김응용 감독님께 인사하러 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 전”이라며 “그동안 팀을 위해 열심히 했고 팬들로부터 큰 사랑 받아 감사하게 생각한다. LG에 가서도 후배들과 소통하며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정근우의 LG행은 2루수 복귀에 대한 예고로 해석되기도 한다. 국가대표 2루수 출신이지만 한화의 세대교체를 위한 포지션 변경 과정에서 정근우는 지난해 시즌중 2루수를 완전히 내놓고 1루수로, 외야수로까지 변신했다. LG에서 2루 수비는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평가받고 있어 정근우가 합류할 경우 다시 2루수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
정근우는 “그것은 팀에 합류한 뒤에 코칭스태프가 결정하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신이 내게 큰 선물을 주시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언제까지 야구할지 모르겠지만 감사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 LG에 가서도 좋은 방향으로 팀이 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