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인적 쇄신의 방향과 폭, 강도를 놓고 내홍에 빠질 조짐이다. ‘지도부 불출마’를 요구한 김세연 의원에 이어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초선의 곽상도 의원 등은 19일 총선 출마를 지도부에 백지 위임하며 당 쇄신과 구성원의 희생을 강조했다. 반면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일부 의원은 여의도연구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당 해체’를 주장한 김 의원을 겨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지 않겠다. 대신 당 안팎에서 권고한 서울지역 험지 출마 등 당을 위해 기여할 일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대선주자급 후보군의 험지 차출론의 필요성이 대두됐는데, 그중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험지 출마를 공식화한 셈이다.
곽 의원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스스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응분의 조치가 있다면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당 쇄신과 이에 따른 물갈이가 필요하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조건부 불출마’ 의사를 밝힌 셈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지도부의 자기희생과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한 전도양양한 젊은 정치인의 자기희생 결단으로 자유한국당에 기회가 왔다”며 “그런데 그 절호의 기회가 공중분해돼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 좋은 소재를 발화점으로 만들지 못하는 화석화된 정당”이라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이어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을 이겨야 한다. 이를 위해 ‘통합과 혁신’은 반드시 이루어야 할 전제조건”이라며 “이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한국당 리더십의 ‘정치적 상상력’”이라고 덧붙였다.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 선언으로 물꼬를 튼 전면 쇄신 요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반면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김 의원의 여의도연구원장 업무 수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우택 의원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당이 해체되어야 하고 또 소명을 다했다고 ‘좀비정당’으로 판단한 사람이 이번 총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여의도연구원의 원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코미디”라며 “본인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에 “타이타닉호에서 마지막까지 연주하는 악단같이 임기 마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직분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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