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3월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벌어진 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7회말 선두 타자 이치로가 배영수의 투구에 맞고 있다. 연합뉴스
현역 최다승 투수 자리에서 내려와 은퇴를 택한 배영수는 일본전 ‘원조 열사’ 중 한 명이다. 배영수는 2006년 WBC 일본과의 경기에서 스즈키 이치로와 승부 때 150km 강속구로 이치로의 오른쪽 엉덩이를 정확히 맞혔다.
앞서 일본전에서 일본 투수들이 대표팀 타자들을 상대로 연거포 위협구를 던진데 대한 앙갚음이었다. 이 공 하나로 배영수는 ‘배열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배영수는 그 장면에 대해 “구대성 선배님이 한 번 맞히라고 하셨다. ‘봉중근이 때리면 별로 안 아프니까 영수 니가 때려라’ 라고 했다”며 “구대성 선배님이 ‘뒷처리는 내가 한다’고 하셨다. 그때 정말 팀 분위기 끈끈했다”고 말했다.
일본전은 단연코, 기세 싸움이다. 배영수 역시 “2006년 WBC에서 좋은 경기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팀 분위기가 좋았고,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대팀 기둥 타자의 엉덩이를 과감하게 맞힐 수 있는 ‘기’가 승부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배영수(왼쪽)와 봉중근이 지난 2006년 WBC 전지훈련 때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배영수는 대표팀 후배들에게 “대만에게 지기는 했지만 다들 잘 하고 있다. 야구는 그렇게 한 번 말리면 한 없이 꼬일 수 있는 것”이라고 응원했다. 우리가 말리지 않고, 상대를 꼬이게 하는 게 바로 기싸움이다.
배영수는 “일본전을 앞두고는 저절로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된다. 준비 잘 했으니까 부담덜고 분위기 싸움 잘 가져가면 된다. 세리머니도 좋고, 팀 분위기 좋은 것 같다”면서 “투수들은 기세에서 밀리지 말고, 초구 스트라이크 잡아가면서 승부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