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이 2009년 3월18일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트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일본전에서 선발등판해 이닝을 끝낸 뒤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봉중근(39)은 한국 야구 대표팀의 투수 역사에서 일본과 가장 인연이 깊다. 특히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총 5번이나 성사된 한·일전 중 3차례나 선발 등판했고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당초 핵심 선발 자원으로 기대받지는 않았던 봉중근은 한국이 1라운드 첫 대결에서 2-14로 콜드게임 충격패를 당하자 일본과 두번째 대결에 선발 등판을 자원해 5.1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1-0 승리를 이끌어 통쾌한 복수전을 펼쳤다. 여기에 움찔만 해도 확 꿀밤을 때리듯 압박하는 견제 동작으로 일본 선수단의 리더 스즈키 이치로의 발을 꽁꽁 묶어 ‘의사 봉중근’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한·일전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봉중근은 “1라운드 두번째 경기에 나갔던 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대결에서 우리가 콜드게임으로 진 게 너무 분해서 복수심으로 던졌기 때문이다”며 “콜드게임을 당했지만 다음 경기에서 선수 모두가 다시 집중하고 이겼기 때문에 결승까지 갈 수 있었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도 대만전은 잊고 자긍심으로 다시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전에서 뛰어난 투구를 한 ‘봉의사’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봉중근은 “국가대표 경기는 이벤트로 생각하면 안 된다. 나라에서 최고로 잘 하는 선수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영광스러운 자리고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매경기 열심히 하지만 특히 한·일전은 1구 1구를 이 악물고 던졌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한·일전이 부담스럽기는 일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이야말로 WBC나 프리미어12에는 최고의 프로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 ‘사무라이 재팬’으로 칭하고 늘 우승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봉중근은 “2006년과 2009년 WBC 때 두 번 다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일본 선수단과 같은 호텔을 쓰기 때문에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곤 하는데 그때 일본 선수들이 ‘제발 좀 코리아랑 경기 안 하면 좋겠다’고 말해서 ‘우리 제발 만나지 말자’고 웃으며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며 “일본 내 슈퍼스타들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보다 더 부담스러워하는 듯 보였다”고 떠올렸다.
이번 대표팀의 전력 분석팀으로 현재 일본 도쿄에 가 있는 봉중근은 “한·일전에 대한 부담은 어차피 같으니 이번 일본전도 너무 긴장하지 말고 초반부터 집중해서 차분히 경기하면 좋겠다”고 일본전에서 명승부를 펼칠 대표팀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