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 이석우 기자
‘단기전 베테랑’의 낙승일까, 사기충천한 도전자의 업셋 우승일까. 임기 5년 내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김태형 감독(52)과 히어로즈 창단 첫 우승을 바라는 키움 장정석 감독(46)이 KBO 사상 첫 서울팀 간 맞대결로 치러지는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지략 대결을 펼친다.
두산과 키움은 오는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개막하는 한국시리즈에서 올 시즌 프로야구 왕좌를 두고 7전4선승제의 승부를 벌인다. 두산엔 지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씻어낼 기회이고, 키움으로선 준플레이오프부터 LG와 SK를 줄줄이 격파하고 올라 온 여세를 몰아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호기다.
벤치의 경험 면에서 여유 있는 쪽은 두산이다. 2015 시즌부터 두산을 이끌고 있는 김태형 감독은 부임 후 올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수많은 단기전 노하우를 쌓아왔다. 데뷔부터 화려했다. 역대 KBO 리그에서 정규시즌 3위팀이 한국시리즈 업셋 우승을 거둔 것은 1992년 롯데, 2001·2015년 두산 등 총 3차례인데 이 가운데 2015년 우승이 김 감독의 사령탑 데뷔 시즌 작품이다.
김 감독은 2016년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과 2017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2018년 정규리그 우승 및 한국시리즈 준우승 등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화려한 성적을 만들어왔다. 특히 자유계약선수 김현수(LG)·민병헌(롯데)·양의지(NC) 등 주전들의 이탈로 해마다 전력 누수가 발생하고, 외인 타자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했음에도, 빈자리를 기존 자원들로 메워가며 강팀의 전력을 유지했다. 올 시즌에는 중반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9월 초만 해도 2위 수성조차 위태로워 보였으나, 막바지 스퍼트를 올려 정규시즌 최종일 1위로 올라서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 감독은 20일 훈련 때 “엔트리를 두고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다. 선발 3명만 확실하면 단기전에 투수 숫자 많이 필요없다”면서 선발 우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 | 이석우 기자
이에 반해 2017년 사령탑 이력을 시작한 장정석 감독은 올해가 첫 한국시리즈다. 그러나 사기와 분위기 측면에선 키움도 두산에 뒤지지 않는다. 정규시즌 3위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에서 LG를 3승1패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올라 2위 SK를 3경기 만에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장 감독은 히어로즈 1군 매니저와 운영팀장을 지내다가 2016년 말 당시 히어로즈 감독이던 염경엽 SK 감독이 SK 단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무명의 장 감독이 취임 3년 만에 ‘선임’ 염 감독을 누르고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으면서 장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팬들의 의구심도 잦아들고 있다. 특히 장 감독은 불펜 투수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하고, 한 템포 빠른 투수 교체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마운드 운영을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 키움 불펜이 플레이오프 3경기(15이닝)에서 내준 점수는 2점에 불과하다.
장 감독 역시 이날 팀 훈련에서 “감독 데뷔 때 개막 5연패 뒤 첫 승리가 두산전이었다. 두산과는 팽팽한 승부 해 왔다”면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키움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이긴다면 창단 첫 우승이자 KBO 역대 4번째 정규리그 3위팀의 업셋 우승이 된다. 준플레이오프부터 ‘도장 깨기’를 하며 올라온 팀의 기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업셋 우승을 해 본 두산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타공인 ‘단기전 전문’인 두산으로선 자존심이 걸린 승부다. 공교롭게도 김태형 감독과 장정석 감독 모두 올해 계약이 만료된다. 누가 마지막에 웃는 주인공이 될 것인지, 야구팬들의 시선이 서울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