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 | 연합뉴스
“전쟁치르듯이 축구했습니다. 축구를 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네요.”
한국 축구대표팀 단장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최영일 대한축구협회(KFA) 부회장은 치열했던 남북전을 회상하며 고개를 저었다.
최 부회장은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만나 “(경기를) 전쟁치르듯이 했다. 축구를 보면서 그렇게 밖에서 함성을 지르는 것은 처음 봤다”며 “(북한) 선수들이 지지 않으려는 눈빛이 살아있었다. 우리가 기술적인 축구를 했다면 북한은 정신적인 축구를 했다. 부상없이 잘 끝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경기 외적 변수가 많았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은?
“원정 경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잘 싸워줘서 축구인으로 후배들이 자랑스럽다. 어려움은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전부 있었다. 이기러 갔는데, 비긴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경기가 얼마나 거칠었나?
“전쟁치르듯이 했다. 축구를 보면서 그렇게 밖에서 함성을 질러대는 것은 처음 봤다. 북한 선수들이 지지 않으려는 눈빛이 살아있었다. 우리는 기술적인 축구를 했고, 북한은 정신적인 축구를 했다. 그래서 경기가 상당히 거칠어졌다. 부상없이 잘 끝내서, 원정에서 승점 1점을 따와서 만족한다.”
-무관중 경기라서 놀라지는 않았나?
“많이 놀랐다.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전에 갔는데, ‘저 문이 열리면 관중들이 다 쏟아지겠지’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끝까지 안 열렸다. 선수들도 많이 놀랐다.”
-호텔에서의 통제는 어느 정도였나?
“통신 자체를 할 수 없었다. 호텔 문 앞에도 나가지 못하게 했고, 외부인들도 못 들어오게 했다. 호텔 안에 선수단만 있었다.”
-무관중 경기에 대한 설명은 없었나?
“규정대로 이렇게 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고만 했을 뿐이다. 말을 시켜도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물어봐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관중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2년전 여자축구 때와 비교하면 싸늘한 반응이었다. 굉장히 (반응이) 추웠다.”
-이번 경기에 대해 FIFA에 제소할 계획은 있나?
“일단 협회에 가서 회의를 하고 규정 자체를 봐야한다.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선수나 코칭스태프들이 모두 피곤한 상태다. 회의를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정몽규 회장이 북한측과 만나서 얘기를 했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중앙이어야 하는데 사이드로 배치를 해놨더라. 회장님은 어떻게 (중앙으로) 들어가셨는데, 깊은 얘기는 나누지 못한 것 같다. 물어보지는 않았다.”
-인판티노 회장이 온 것은 알고 있었나?
“얘기는 들었다. 게임 시작하자 중앙에서 문 열리는 게 보이는데 자리에 앉는 것이 보였다. FIFA 관계자들도 무관중인 것을 보고 놀나는게 보였다.”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잠도 못잤다고 하던데?
“잠은 나도 잘 못 잤다(웃음).”
-무관중 경기였음에도 스웨덴 대사 등 몇 명 있었던거 같은데?
“대사관 직원들이 한쪽에 있었다. 우리들 쪽과 반대쪽에 있었다. 한 20명 정도 됐다.”
-최종예선 때 북한 또 만날 가능성이 있는데?
“최종예선 때 만나면 혼내줄 것이다. 실력이나 기술은 우리가 훨씬 나은데 사실 잘 안 맞아서 이렇게 된 것일 뿐이다. 우리 산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열심히 해줬다는 것을 고맙게 여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