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에 참가하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케이티위즈파크에서 훈련 장소로 이동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아직은 ‘완전체’가 아니지만 야구 대표팀 분위기는 이미 달아올랐다. 일단 하나로 뭉치는 원팀의 분위기는 잡혔다. 엄숙과 진지, 근엄한 분위기 속에 어두웠던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야구 대표팀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김경문 감독은 “개그맨이 되겠다”고 했고, 입담 좋은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을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부른다. ‘잔소리꾼’ 김현수(LG)가 주장에 뽑힌 가운데 87년생 5인방이 적극적으로 나서 대표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프리미어12에 참가할 야구 대표팀은 하루 휴식 뒤 16일 수원 KT WIZ 파크에서 훈련을 재개했다. 워밍업과 수비 훈련, 타격 훈련으로 이어지는 간단한 훈련이었지만 시즌이 끝난 뒤 쉬고 있던 몸을 다시 야구 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드는데 적당한 움직임이다.
대표팀 김종국 코치는 펑고 타구를 날리면서 선수들의 별명을 불렀다. 양의지(NC)를 향해서는 “M중!”이라고 외쳤다. 무등중 후배라는 뜻이다. 황재균(KT)에게는 “어이, 샌프란!”이라고 불렀다. 웃음꽃이 넘치는 가운데 훈련이 계속됐다. 수비 훈련을 마친 뒤 황재균은 “솔직히 샌프란시스코(메이저리그)에는 겨우 한 달 있었다. 난 샌프란이 아니라 새크라멘토(마이너리그)를 줄인 색(SAC)이라고 불려야 한다”며 웃었다. 황재균은 “그래도 현수는 발(BAL, 볼티모어 약자)이 맞다”고 덧붙였다.
주장은 LG 주장 김현수가 선정됐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에게 주장 선임을 맡겼는데, 김현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현수는 LG 주장으로 팀 분위기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재균은 “당연히 현수가 주장”이라면서 “잔소리꾼이 주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주장 김현수를 중심으로 한 87년생 동기 5인방이 대표팀의 분위기를 이끈다. 포수 양의지, 외야수 김현수와 민병헌(롯데), 투수 차우찬이 오랜 친구 사이다. 모두 밝은 성격이다. 황재균은 “옛날 대표팀 때는 막내인 것 같은데, 이제 형이 두 명(박병호, 최정) 밖에 없다”면서 “우리가 나서서 움직여 분위기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도 분위기 띄우기에 적극 나섰다.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들이 아주 유쾌한 분위기를 잘 만들고 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친구들인 줄 새삼 깨닫고 있다”면서 “팀이 하나되는 분위기를 위해서는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나 스스로 개그맨이 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김 감독은 두산, NC 시절 ‘무서운 감독’에서 확실히 달라졌다. 훈련 때 박수가 늘었고, 몸짓도 과장됐다. ‘달의 개그’가 대표팀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