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보름 만에 검거된 ‘함바왕’ 유상봉(74)씨에게 검찰이 공용물건손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자발찌를 훼손했을 때 통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로 처벌할 수 있으나, 재판 중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보석이 허가된 피고인에게는 이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29일 인천지검과 인천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무소속 윤상현(58) 의원이 연루된 ‘총선 공작’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유씨는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올해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유씨는 “건강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구속 기간을 고려했다”며 보석을 허가했다. 다만 전자발찌를 반드시 몸에 부착해야 하고 자택으로 주거지가 제한된 상태에서 법정 출석 외 외출은 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이는 법무부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보석 허가’ 제도다. 제도 시행 초기에 보석으로 석방된 피고인들이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법무부는 “보호관찰관이 전자장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철저히 감독하겠다”고만 했을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진 못했다.
보석으로 풀려났을 당시 이미 함바(건설현장 간이식당) 운영권과 관련한 사기 사건으로 또 다른 재판을 받던 유씨는 대법원이 지난달 29일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자 이달 12일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했다. 검거팀을 꾸린 검찰은 도주한 지 15일 만인 지난 27일 유씨를 경남 사천 일대에서 붙잡았다.
문제는 유씨처럼 전자발찌 부착을 조건으로 풀려난 피고인이 보석 중에 전자발찌를 훼손할 경우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로는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 통지를 받은 법원이 곧바로 보석을 취소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이에 법무부도 보석 피고인의 전자발찌 훼손과 관련한 처벌 규정이 없는 사실을 최근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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