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달 연대기 파트3’와 ‘배가본드’ 포스터. 사진제공 각 방송사
스케일은 시청률을 보장하지 않는다.
막 문을 연 SBS ‘배가본드’와 대단원을 향해 달리는 tvN ‘아스달 연대기’에 대한 이야기다. 두 작품은 각각 250억, 500억원을 제작비로 투여했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드라마가 됐다.
지난 20일 첫방송을 시작한 ‘배가본드’는 스토리의 개연성, 연기력 논란, 몰입도 저하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배가본드’의 빈약한 개연성에 대한 예를 들자면 비행기 테러범 ‘제롬’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적이다. 국가를 상대로 한 테러를 자행한 범인들의 종말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최소 제 3국으로 도주를 택한다. 배후를 숨겨 완벽한 테러로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다. 그러나 ‘배가본드’ 세계관에서는 비행기 테러 후 범인은 버젓이 공항으로 나온다. 세계 분쟁 지역에서 자행되는 테러 뉴스만 접하더라도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다. 이를 차달건(이승기)이 목격하고 추격신을 벌인다. 종합 무술 18단이라지만 실전 경험없는 아마추어와 고도의 실전 훈련을 받은 테러리스트의 대결에서 테러리스트가 도망을 치는 장면도 선뜻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다.
또 국정원 블랙요원은 “내가 국정원 소속”이라고 쿨하게 신분을 밝히기도 한다. 드라마의 배경이 모로코인지도 의문이 든다. 무기 강국인 러시아나 미국이 아닌, 왜 그곳에서 일을 벌인 것일까?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을 논하기는 이르지만 캐릭터에 녹아들어간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극단적인 상황에 놓은 인물들을 연기하는 만큼 평가에는 조금 더 시간을 둘 필요가 있어보인다. 다만 한 편의 드라마가 3부로 나뉘다보니 시청자들은 떨어지는 몰입감을 부여잡기가 쉽지 않다.
‘아스달 연대기’는 신선한 설정, 방대한 스토리, 독특한 편성 방식을 택하며 안방극장에 새 바람을 가져다줬지만 그 바람은 아쉽게도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18부작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 힘들었을까? 시청자들은 생략된 서사나 변화된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오히려 막바지로 갈수록 캐릭터에 대한 선명도가 높아지고 갈등 요소가 증폭되면서 극의 활력과 긴장감이 생겼다. 지난 21일 방송한 17화는 한 편의 완벽한 기승전결이 구현됐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특기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았다. ‘태알하’ 역의 김옥빈은 새로운 악녀 캐릭터의 탄생이라고 불릴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시청자들이 유입하는 시기를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드라마 평론가 은구슬씨는 “드라마는 ‘현실을 기반으로한 혹은 모방한 판타지’라고 정의한다. 결국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은 우리도 겪을 법한 인간사와 관련된 갈등과 해소 과정인 셈이다. 그렇다면 개연성이 떨어지는 ‘배가본드’와 ‘저세상’ 이야기인 ‘아스달 연대기’는 기존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외면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떤 장르든 얼마나 제작비를 들였든, 볼거리나 화려한 캐스팅으로 눈길을 끄는 건 1, 2화가 끝이다. 시청자를 TV 앞에 앉히는데 성공했다면 그 이후는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