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본부, 분류 제외 약속 어겨”
여의도서 100여명 점거시위 충돌
파업 지속에 곳곳 배송지연 속출
15일 사회적합의 최종회의 분수령
택배업계가 ‘택배종사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 회의를 앞두고 분류작업에서 촉발된 갈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40대 택배기사가 또 쓰러졌다.
14일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에 따르면 롯데택배 운중대리점 소속 택배 노동자 임모(47)씨가 전날 병원으로 이송돼 다발성 뇌출혈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택배노조는 “임씨의 뇌출혈이 다발적으로 발생해 매우 위중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임씨가 롯데택배에서 2년 넘게 근무하면서 하루에 많게 15.5시간, 일주일 평균 93시간 일하는 등 일상적인 과로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임씨의 동료 김모씨는 “대리점 측에 과로 문제를 경고하고, 물량 조정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아무도 신경을 써주지 않았다”며 “이제 다음에는 또 어떤 동료가 쓰러질지 걱정스럽다”고 울먹였다.
반면 사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쓰러지기 직전 파업 참여로 인해 배송물량이 거의 없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안이 결렬되자 무기한 파업을 결정하고 지난 9일부터 2100여명 규모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15∼16일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회의가 다시 한번 열릴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 노동자 12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여의도우체국 청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를 기습적으로 점거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국가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사회적 합의의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우정사업본부가 택배기사 과로사의 주범으로 꼽히는 분류작업을 개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않기로 한 사회적 합의기구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은 집회를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노조파업 등 택배업계의 갈등은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 방안이 최대 쟁점이다. 노조 측은 택배기사의 분류작업 제외와 이로 인해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임금을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택배 수수료 자체를 추가 인상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된다. 반면 사측은 올해 초 수수료를 한 차례 올린 바 있어 추가 인상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은 화주인 기업고객과도 합의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택배사들은 파업이 지속될 경우에 대비해 단기 인력 투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지속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배송 지연이 속출하는 등 소상공인과 고객들의 피해도 표면화하는 모습이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P보기클릭)118.235.***.***
(IP보기클릭)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