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시절 근무 베테랑들 기용
옐런 前 연준의장 재무장관 내정
안보보좌관 설리번 역대 최연소
유엔대사, 흑인 여성 외교관 발탁
국가정보국장도 첫 여성 수장
국토안보부장관은 첫 이민자 출신
미국 역사상 ‘최초’ 기록 줄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시간) 선보인 첫 내각의 각료 후보는 한결같이 행정 관료로서의 경험이 축적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새 얼굴’로 새바람을 일으키기보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근무했던 ‘낯익은 얼굴’로 안정감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당선인은 여성, 흑인과 라티노 등 소수인종, 이민자 출신 등을 내각의 핵심 요직에 중용함으로써 미국 역사상 첫 번째 기록을 세우는 인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재무부 장관 지명을 받을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옐런은 미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모두 역임하는 최초의 인물이 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옐런은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노동 경제학자이다. 옐런은 하버드대 조교수, 연준 이사회 이코노미스트, 런던정경대 강사를 거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로 활동하다 1997년 빌 클린턴 정부 당시에 경제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옐런은 2004∼2010년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뒤 연준 부의장을 거쳐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 의해 2014년에 연준 의장으로 지명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4년을 마친 옐런의 연임을 허락하지 않았다.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올해 43세인 제이크 설리번이 낙점된 것도 파격에 가깝다.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무부, 국방부 장관, 국가정보국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외교·안보팀에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수행하기에 대체로 백전노장이 맡는 게 관행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설리번이 1950년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정부 이후 최연소 국가안보보좌관이라고 전했다.
장관급인 유엔 대사에는 35년 경력의 흑인 여성 외교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가 발탁됐다. 그는 국무부의 정통 외교관 중에서 흑인 여성 출신 최고위급 관리였다가 2017년 퇴임했다.
애브릴 헤인스(51)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는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첫 여성 수장이 된다. 헤인스는 오바마 정부에서 2015∼2017년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을 지냈고 2013∼2015년에는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지냈다.
헤인스는 이때에도 첫 여성 기록을 세웠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60)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은 미국의 이민자 출신 첫 국토안보부 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는 쿠바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었다. 그는 망명자 출신이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첫 수장이 된다. 그는 오바마 정부에서 불법 체류 외국인 구제 프로그램을 입안했었다.
국방부 장관 유력 후보로 꼽히는 미셸 플러노이(59) 전 국방부 차관도 실제 지명을 받으면 사상 첫 여성 국방부 장관이 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에서 인준 전쟁을 피하려고 비교적 무난한 인물들을 각료로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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