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보험급여 지출은 건보 의무”
공단측 “법원이 면죄부” 항소 검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폐암 등이 발병한 사람들에게 제공한 보험급여를 배상하라면서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홍기찬)는 20일 건보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송을 시작한 지 6년 7개월 만에 내려진 선고다.
건보공단은 2014년 4월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과 인과성이 큰 3개의 암(폐암 중 소세포암과 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에 걸린 환자 중 3465명에게 건보공단이 지출한 보험급여비용 약 533억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담배회사 상대 직접 손해배상 청구 △소송 관련 흡연자 대리 담배회사 상대 손해배상 청구 모두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요양기관에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보험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면서 “보험급여를 제출해 불이익을 입었더라도 감수해야 할 불이익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담배회사들이 담배 판매과정에서 설계상 결함이나 표시상 결함과 같은 불법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환자 질병과 흡연 간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개개인의 생활습관, 유전, 주변환경, 직업적 특성 등 다른 요인들에 의하여 발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법원이 담배회사들에 또다시 면죄부를 줬다”고 반발했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담배 피해를 인정받는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라며 “항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T&G는 “재판부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도형·이진경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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