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를 방문해 강한 어조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 협조를 요청하자 여권이 '11월 출범'에 어떠한 타협도 없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성역 없는 수사와 권력기관 개혁이란 국민의 여망이 담긴 공수처의 출범 지연도 이제 끝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1월을 공수처 출범 시기로 못 박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11월 공수처 출범을 위해 '26일까지 야당 몫 추천위원 추천'과 '이번 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구성 마무리'를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일단 앞선 두 조건은 민주당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천위원을 내정했고, 이로써 구성을 마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오는 30일 첫 회의를 한다.
다만,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비토권을 활용해 출범을 늦출 것을 우려해 고삐를 더 바짝 죄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공수처 출범 지연을 끝내 달라'는 요청 또한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도 한 달여의 시한이 남은 이날 공수처 출범에 대한 의지를 천명해 문 대통령의 요청에 화답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공수처 출범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협상이나 딜은 있을 수가 없다"며 "한 달 내 공수처가 출범을 못 하면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고 했다.
허영 대변인은 문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현안 서면 브리핑에서 라임·옵티머스 국감을 주장하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공수처를 방해하는 자, 민생을 외면하는 자, 그자가 진짜 범인"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에 날을 세우는 논평도 쏟아내 공수처 명분을 쌓았다.
허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권력형 게이트, 여권 로비설의 근거가 없다. 오히려 윤석열 검찰총장이 주도한 편파·봐주기 수사 의혹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라임 수사팀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사 비위' 진술을 묵살했다는 전날 보도도 거론하며 "법과 원칙에 입각한 수사가 검찰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라며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하지 않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검찰 개혁 선봉대에 선 추미애 법무부장관에도 힘을 실었다. 허 대변인은 "야당의 특검 주장은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방해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박진영 상근부대변인은 윤 총장 장모 동업자의 요양원 각서 위조 의혹에 대해 "검찰의 부실수사와 외압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장모의 유무죄의 결과를 떠나서 1%의 의혹만으로도 친족의 수사는 의심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법의 여신 아스트라이아는 헝겊으로 눈을 가리고 있다. 내 친족이나 부하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정하게 수사하라는 뜻"이라며 "장모의 수사를 사위가 들여다보고 있다면 무혐의로 결정된들 누가 믿겠나. 그래서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박성현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서울고법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징역형을 선고한 것을 거론하면서 "당연하지만 너무 늦은 판결이다. 공수처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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