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 물적 분할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2대 주주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LG화학의 배터리 분사 계획이 암초에 부딪힐 것인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소액주주와 마찬가지로 ‘모회사 디스카운트’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했다고 보고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수탁위 일부 위원들은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이 기업의 성장 동력을 빼앗아선 안 된다’는 입장을 냈지만 다수 위원들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판단해 반대 의결권 행사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27일 제16차 수탁위 회의에서 LG화학 임시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9일 현재 LG화학 지분을 10.28%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있다.
수탁위는 분할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 공감하지만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추후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본 유치가 이뤄지면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분할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에서도 주주가치가 훼손됐다고 봐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위원들은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소액 주주와 다르다’며 이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탁위 위원은 “기업의 분할을 막으면 성장 동력을 상실할 수 있어 반대 의견을 냈다”며 “기업 경영진들이 피해가기 어려운 선택을 반대한 것이라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심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수탁위에 의결권 행사 방향 결정을 요청해 이뤄졌다. LG화학은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물적분할은 특별결의 사안로 주총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해야 의결된다.
10% 이상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다른 운용사, 해외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결정에 영향을 줘 LG화학 분할계획 안건이 쉽게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게 됐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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