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왔던 '디아4'가 OBT를 진행했습니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플레이를 했는데 뭐랄까, 정확하게 기대와 우려를 뒤섞어 놓은 게임으로 돌아왔네요. 물론 실제 플레이로 인한 만족감의 크기는 예상과는 조금 달랐지만 말이죠. 사실 이 포스팅을 준비하기에 아직 OBT기간이라 시간도 짧았고 많은 분들이 후기 올려주신 것과 크게 다를 것도 없어 그냥 넘어갈까도 생각해봤지만 나름 디아블로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로서 개인적인 소견을 몇 자 끄적여 봅니다. 참고로 대기열 문제나 버그 등의 사후관리와 같은 문제는 괜히 글만 길어지고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넘어가겠습니다.(근데 튕김 버그 ㅆㅂ~)
1 우리가 기대했던 디아블로의 정체성
이번 OBT는 '디아블로'라는 이름을 들으면 게이머로서 떠올리는 이미지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어준 게임이었습니다. 같은 쿼터뷰의 핵앤슬래쉬라도 '디아블로'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던 세번째 시리즈는 끊임없이 정체성에 의문을 들게 만들었죠. 단순히 장르적으로 같음이 아니라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즐겼던 디아블로 1편과 2편에서 쌓아올렸던 어둡고 음습하면서도 디아 특유의 파밍과 재미가 3편에서는 상당히 희석되었다는 평가가 주였습니다. 당연히 4편의 시선은 잃어버린 정체성의 되찾음과 디아블로가 가진 게임 본연의 장르적 재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지적되었던 다크한 분위기와 함께 4편은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분위기 좀 어둡게 바꾸고 그래픽 처리 좀 상향시키면 만족할만한 디아블로가 될까요? 평가는 게임을 즐기시는 분들이 직접 하시겠지만 저에게 이번 '디아블로4' OBT는 앞으로도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그 기대치를 수정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아를 기다리며 4번째 이야기 : https://blog.naver.com/rdgcwg/222480350166
2. 원류가 짭의 느낌으로
OBT의 첫 느낌은 뭔가 '디아가, 디아같긴 한데, 디아짭'같은 인상이 깊었습니다. 회피기와 스킬트리, 그리고 몇 몇 도입 시스템들, 그리고 그래픽은 뭔가 디아스런 분위기에 POE나 바이킹(미드가르드의 늑대)를 하는 느낌이 많이 났습니다. 그래도 3편을 플레이할때는 기대는 못 미치지만(사실 저는 나름 만족했지만) 다른 방향으로 변한 '디아블로'같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이번 '디아4 OBT'는 그냥 이름을 떼놓고 보면 디아같은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게임을 진행하고 던전을 탐험할수록 '디아'본연의 느낌이 많이 나서 좋았습니다. 거기에 몇 몇 새로운 시스템도 많이 들었고요. 사실 그래픽적으로 필드를 돌면 상당히 횡해서 기존의 디테일 왕이었던 디아블로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던전 깊숙한 곳들을 탐험하면서 배경, 분위기, 디테일 등이 살아있는 곳들을 점점 만나볼 수 있었고 상당히 좋았습니다.
-올해의 6월은 도대체 어떤 달이 될까? https://blog.naver.com/rdgcwg/222985152603
3. '디아블로'라는 브랜드를 뗀다면
게임을 비롯해 많은 것들을 비교하고 평가할 때 가지고 있는 원칙이 있는데 '재미는 취향이지만 완성도는 분명 일정 부분의 객관성을 가지고 평가할 부분이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디아4 OBT'는 재미와는 별개로 완성도면에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오히려 POE2가 더 기대가 될 정도로 미흡했던 점이 많이 보였는데 추후 완벽하게 출시되면 이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되서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디아블로'라는 이름값을 떼놓고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게임이었다는 점은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 쿼터뷰형 핵앤슬래쉬 장르가 상당히 많은 게임들이 나오지만 어느 정도의 안정적 재미는 보장되는 장르지만 그 이상을 뛰어넘기도 상당히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죠. '디아블로4'는 적어도 OBT에서 기본 이상의 재미와 그 이상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고 보이네요. 앞서 이야기했던 기대치를 수정해야되겠다는 말은 나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이 장르에서 더 많은 신선함이나 독창성보다는 디테일이나 게임의 방향성과 취향의 문제로 기대감을 가져야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디아블로'는 시리즈가 벌써 4번째지만 바론 전작만해도 10년이 훌쩍 넘어버린 작품이기 때문에 신규유저를 신경쓰고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눈에 띄더군요. '디아블로'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괜찮은 게임 하나를 만난 느낌.
-포스트 디아블로를 향한 욕망 : https://blog.naver.com/rdgcwg/221768710054
4. 그래서 당신은 디아블로를 사겠는가?
단독직입적으로 말하면 예구는 하지 않겠지만 저라면 디아블로가 출시된다면 살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게임패스라도 입점되길 바라긴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제 제가 이 게임에 기대하는 것은 인생게임으로서의 대작보다는 향후 후속작이나 비슷한 장르의 다른 게임들이 나올때까지 가볍게 즐길만한 '킬링타임 게임'으로서 이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되네요. 특히 방대한 맵과 만랩이후에도 계속될 엔드컨텐츠 그리고 최소 5개의 직업들을 모두 즐긴다면 상당히 오랜시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디아1'에서 인생게임 비슷하게 느껴졌던 엄청난 대작이, 2편에서 느꼈던 무지막지한 중독성과 재미를 가졌던 게임이 '킬링타임용 게임'으로 격하되긴 했지만 전 그걸로 만족할 것 같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겠지만 저에게도 디아블로 시리즈는 상당히 많은 추억이 서려있는 게임입니다. 부모님 몰래하기 위해 새벽에 몰래 깨서 소리를 줄이고 플레이했던 게임이기도 했고, 친구들과 피씨방에서 밤을 새며 즐겼던 게임이기도 했죠. '디아블로4'가 그 위치까진 가지 못할것 같지만 이젠 40대가 되어버린 저에게 직장끝나고 잠깐의 휴식을 줄 수 있는 혹은 주말의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컨텐츠가 되기 기대해봅니다.
-블리자드가 추억을 파는 법, 우리가 디아블로를 받아들이는 법 : https://blog.naver.com/rdgcwg/22251765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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