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게임은 위어드 웨스트.
기이한 서부라는 뜻이다.
* 독특하게도 서부를 배경으로 한 RPG 게임이다.
거기에 트윈 스틱 슈터 장르도 섞여 있다.
컨트롤러 우측 스틱으로 360도 조준을 해야 하기 때문에 패드에 익숙치 않다면 조금 고전할 수도 있다.
* 첫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양키 알피지 특유의 잡템부터 박박 긁어 모아 돈 모으고 옷 사 입고 장비 갖추고 사람 맹그는 감각은 여전히 재밌다.
자유도 있는 겜 답게 마을 안에서 몰래 도둑질로 파밍하는 것도 괜찮았고.
그러다가 들키면 감옥에 간다거나.
감옥에 가면 명성이 떨어지고.
명성이 일정 이상 떨어지면 현상금 사냥꾼이 잡으러 오고.
아니면 돈 내고 감옥을 나올 수도 있고.
이도저도 싫다면 걍 마을을 초토화 시켜버릴 수도 있고.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엔피시를 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도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
* 총 쏘는 재미도 나름 있고.
초반에는 총알이 부족해서 은신 잠입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딱히 지적할 부분은 없다.
* 문제는 딱 거기까지라는 거다.
적당한 자유도.
적당한 선택지.
적당한 액션.
적당한 잠입.
도드라지게 특출난 부분을 찾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저것들이 다 기본은 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아슬아슬하고 간당간당하다.
* 이런 종류 알피지가 다 그렇듯이 소지 제한 때문에 파밍하는 재미에 제동을 건다.
진짜 화딱지 나는 건 아이템이 겹쳐지는 한도가 고작 다섯 개라는 거다.
그래서 유리병 여섯 개를 주우면 [5개], [1개]이런 식으로 인벤을 두 칸이나 잡아 먹는다.
파밍을 위해서는 삽질도 해야 하는데 몇 번 하면 삽이 부러진다.
그러면 새 삽을 사러 다시 마을까지 꾸역꾸역 가야 한다.
삽을 최종 업그레이드 하면 내구도가 무한이 되는데 그 업글을 위해서는 광석이 필요하다.
아니면 삽을 여러 개 쟁여놓거나.
근데 그 광석이랑 삽이 또 인벤을 차지하네?
심지어 삽은 겹치기도 안 되네?
그리고 광석을 캐기 위해서는 폭탄을 쓰거나 곡괭이가 있어야 하네?
근데 광석 캐다가 곡괭이가 부러졌네?
ㅅㅂ
이 게임의 규칙은 재미를 위한 규칙이 아니라, 규칙을 위한 규칙일 뿐이다.
재미의 발목을 잡을 뿐.
* 액션에도 하자가 있다.
우선 불릿 타임이라는 기술이 너무 만능이라서 다른 스킬을 굳이 쓸 이유가 없다.
아니.
다른 스킬은 죄다 하자가 있다.
써먹기 애매해서 번거롭게 다른 스킬 쓸 바에는 잠입 암살하다가 걸리면 불릿 타임 쓰고 따다당, 마나 떨어지면 물약 빨고.
이거만 반복하게 된다.
애초에 게이머라는 종족이 자기 손에 익으면 그거 하나만 주구장창 쓴다지만...
찍고 싶은 스킬이 없다는 건 다른 문제지.
이런 문제들 때문에 세 시간 정도 하면 게임이 밑천을 드러낸다.
금세 재미의 바닥이 드러난다.
* 자유도,
규칙에 따라 돌아가는 세계관 매커니즘,
액션 등.
뭔가 해보려는 티는 나는데 이게 밋밋하다.
그럼 뭐 스토리라도 좋나?
스토리는 더 끔찍하다.
* 아이를 잃은 여자의 복수극으로 시작했던 이야기는 불완전 연소로 끝나고 갑자기 돼지 머리를 단 녀석으로 주인공으로 바뀐다.
응?
그럼 이게 군상극 같은 건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고.
나름 작품의 핵심이라 설명하긴 뭐한데... 과정이 다 의미가 없어지는 그런 스토리 라인이다.
나중 가면 본인이 서부극이라는 걸 망각하고 엉뚱한 소리만 하다가 끝난다.
진짜 어이가 없어가지고.
거기다가 이런 장르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과 결과'도 얄팍하다.
그냥 적 우두머리를 죽이면 부하가 도망간 다음에 한참 뒤에 복수한다고 찾아오는데 누구 부하였는지 기억도 안 나고.
누가 도와주러 오는데 처음에나 오 신기하다 그러지 한 시간만 지나면 심드렁해진다.
선택에 따른 결과가 너무 듬성듬성 있어서 이게 잘 와닿지가 않아.
* 성우도 없어서 그냥 글만 읽어야 하는데 그 글마저도 가독성이 떨어진다.
무슨 설정인지 모르겠는데 홀리, 지져스, 같은 표현을 게임에서는 '홍수여!'라고 하는데
이딴 컨셉 잡을 시간에 문장을 정갈하게 다듬었으면 어땠을까.
* 시점은 다르지만 위어드 웨스트처럼 '저예산 알피지'에 속하는 일렉스라고 있는데.
이 게임과 비교해 보면 문장 가독성이 하늘과 땅 차이다.
단순 번역의 문제일까?
일부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선택지 고를 때도
[상대의 글을 추천한다.]
이런 사소한 문장조차
[당신은 상대방이 정성스레 쓴 글에 추천을 누른다.]
이런 식으로 '당신은 XXX을 한다' 하는 식으로 적어놔서 순간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된다.
몰입도 안 되고.
* 위어드 웨스트는 결국 거창하게 구상을 해놓고 그것들을 '어찌어찌 작동은 되게'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자유도는 엔피시를 죽여도 진행이 되는 정도고.
선택과 결과는 그 결과가 너무 늦게 나오거나, 혹은 감흥이 없고.
액션은 불릿 타임 원툴이고.
잠입 암살은 그냥 그렇고.
구역은 조각 조각 나뉘어서 스케일이 얄팍하며.
스토리는 쓸데없이 난해하다.
* 작은 규모의 게임인데 계획을 너무 거창하게 잡은 게 패착이 아닐까 싶다.
규칙대로 돌아가는 진짜 같은 세계.
선택에 따른 결과가 반영되는 세계.
이전 사람의 흔적을 다음 사람이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세계.
그렇게 세계에만 집착하다가 본질을 놓쳤다.
게임을 이제 막 시작한 유저는 킬빌 같은 직설적인 감성을 예상할 거다.
매정하게 피 비린내 나는 복수를 할 것인가.
아니면 복수의 와중에도 인간성을 놓치지 않을 것인가.
뻔하지만 재미 없기도 힘든 설정이지.
차라리 그랬으면 더 나았을 거다.
하지만 개발자는 너무 세계의 창조와 구현에만 몰두했다.
마치 신이라도 된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걸 효과적으로 구현하기에는 애초에 게임의 규모가 너무 작았다.
하늘에서 내려와 보다 낮은 곳에서,
좀 더 인간의 시선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걍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던가.
* 특징.
조각조각 나뉘고 띄엄띄엄 다가오는 서부 RPG.
* 장점.
RPG인데 배경이 서부라는 독특함.
턴제는 아님.
물건 털고 정리하는 깨알같은 재미가 있음.
* 단점.
맵 스케일이 엄청 작음.
주인공이 계속 바뀌어서 흡입력이 떨어짐.
선택에 따른 파장이 크게 다가오는 퀘스트가 없음.
깊이가 없는 액션.
인벤 제한, 겹치기 제한, 아이템 내구도 등 자유도를 방해하는 온갖 규칙들.
쓸데없이 거창해서 몰입이 안 되는 스토리.
문장 가독성이 나쁨.
종합적으로 단조롭고 지루함.
간간히 한글이 깨진 부분이 존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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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스 진짜 재밌죠 | 23.09.29 17: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