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때는 게임이 한글화가 됐건 말건 아무런 두려움 없이 게임을 했었다.
아는 게 없으니 겁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비한글화 게임에 대한 두려움이 무럭 무럭 커졌고,
게임 짬밥이 어느 정도 차면서 다시금 비한글화 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희석 되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조금 있기는 하다.
* 비한글화 게임에 섣불리 다가서지 못 하는 건 사실 당연한 일이다.
영어나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 게임을 하다가 종종 이런 일을 겪어 보았을 것이다.
운전을 해야 하는데 자막이 뜨는 바람에 운전과 자막에 집중을 못 하는 경우를 말이다.
특히나 요즘은 시네마틱에 의존하지 않고 실시간 연출을 쓰는지라 더욱 도드라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 이렇듯 게임과 언어는 서로 밀접하다.
하지만 아무리 밀접하다고 해도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물론 장르나 예산의 문제 때문에 많은 부분을 언어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라면 전달에 있어서 너무 언어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 왜냐하면 결국 전달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발전해서 예전에는 도트로 표현하던 것이 이제는 진짜 사람처럼 표현이 되고 움직인다.
그런 와중에도 전달의 많은 부분을 그저 언어에만 의존하는 것은 좀 나태한 것이 아닌가 싶다.
* 시대가 아무리 발전했어도 문자를 번역하는 기술은 성에 차질 않으니 이게 발전을 한 건지 안 한 건지 가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기대하는 게임이 비 한글화 일 때의 아쉬움이란 참...
* 단순히 '한글이 아니라서 스토리가 이해가 안 돼' 이런 이야기가 아니다.
RPG에서 아이템을 얻었는데 이게 좋은 건지 어쩐 건지 구분할 장치가 필요하다.
가령 색깔 같은 걸로 말이다.
협력 게임을 하는데 녹색 핑은 거기로 이동하라는 의미이고 빨간 핑은 그곳을 조심하라는 의미이다.
이런 게 바로 언어에만 의존하지 않는 전달력이고, 전달력은 곧 게임성의 일부분이다.
* 감정의 전달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군 캐릭터가 죽었는데 한글이 아니라서 스토리를 모른다는 이유로 무덤덤하다면,
그걸 단순히 언어를 이해 못 해서 그렇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이건 존나 쩌는 갓겜인데 너희가 영어를 몰라서 그걸 못 느끼는 것 뿐이야' 라는 말에 백퍼센트 수긍을 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아쉬운 수긍을 하겠지만 여기서 더 시간이 흐른다면 그 땐 아니요 라고 대답할 것이다.
* 특히나 한국 게임은 온라인 게임 위주로 판이 돌아가는지라 더더욱 전달력의 발전이 더디다.
그저 언어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게임의 내용은 그저 글자로 진행되고, 시네마틱은 걍 눈요깃거리 정도로만 쓰인다.
* 스샷은 오버워치의 '마지막 바스티온' 시네마틱의 한 장면.
대사 하나 없이 뭉클한 전달력을 보여준다.
* 요즘은 스팀(과 에픽)같은 마켓 덕에 세계의 다양한 게임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자유로운 선택을 가로 막는 것은 결국 언어의 문제다.
유저가 외국어를 공부를 한다거나, 번역 기술이 왕창 발달을 한다거나,
뭐 그러면 좋겠지만 게임사에서 좀 더 유연한 전달 방식을 익히는 쪽이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 언어의 문제는 곧 전달의 문제이며 또한 게임성의 문제이다.
전에도 쓴 글이지만 진정 좋은 게임은 언어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고 적응할 수 있고, 느낄 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성 영화를 찍으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언어에 의존하지 않는 전달력이 높아져야 하지 않을까.
게임의 디테일은 그런 부분에서 오지, 등 뒤의 검을 뽑을 때 검이 자연스럽게 뽑히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니까.
다크소울의 튜토리얼을 하나 하나 일일이 문자로 알려줘서 한 시간이 지나서야 본격적이고 자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보자.
정말 끔찍할 것이다.
* 뭔가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바람이다.
게임이 지닌 언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좀 더 영리한 전달법을 익히고, 그것이 대중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임이 언어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건 어설프게 소설이나 영화를 따라가는 길이고, 게임은 소설이나 영화가 아니다.
게임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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