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꿀잠이 오게 하는 이지 리스닝의 대부 유비소프트.
* 오늘의 게임은 어크 시리즈 중에서 손꼽힌다는 어크2이다.
이번에는 과거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 말이 좋아 베니스니 피렌체니 하지만 배경이 주는 느낌은 다른 시리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갓 나올 당시야 그래픽적인 충격이 있겠지만 지금은 그게 없으니 문제다.
배경이 말 그대로 배경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기믹을 담당하면 좋으련만, 그런 게 없으니
여기가 아랍인지 이탈리아인지 프랑스인지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 특히 뻔질나게 등장하는 뷰 포인트를 오를 때면 건물이 다 똑같은지라 이탈리아고 나발이고 하는 심정이다.
* 몇 몇 퀘스트의 기믹은 종종 흥분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런데 몇 개 없다.
* 대부분의 퀘스트는 지루하기 그지없다.
* 그 이유는 어크 시리즈의 기본적인 매커니즘이 별로기 때문이다.
전투는 극단적으로 수동적이고, 은신과 잠입은 불완전하다.
* 전투 모드에 들어가면 이동에 제약이 걸리고 무한정 반격만 노려야 한다.
비슷한 장르인 아캄 시리즈의 경우 결정타를 날리면 그 때부터는 삑나지 않는 이상 계속 배트맨의
턴이지만 이쪽은 그런 게 없다. 중반이 지나면 반격기도 잘 통하지 않는다.
액션성에 있어서는 밀고 당기는 맛도 없고 몰아치는 리듬감도 없는 고역 그 자체다.
* 은밀한 잠입 역시 시스템적으로 부족하다. 게임의 구성 자체가 은밀하게 플레이하기에 불합리하다.
적들의 배치, 시야, 목표 지점, 대처 기능 등등. 잠입의 매커니즘을 엉성하게 만들어놓고는
몇 몇 미션은 무쌍을 방지하겠답시고 발각되는 즉시 게임 오버가 되게 해놨다. 거 참.
그나마 은밀한 플레이가 쾌적해진 것이 최근작 신디케이트의 일이니 그 전까지 유비가 얼마나 일을 안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어크 시리즈는 언제나 더 많이, 더 크게, 더 넓게를 추구한 게임이다.
그만큼 플레이에 있어 디테일함이 늘 떨어졌고 그건 2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얼핏 보면 거대한 바다지만 깊이가 발목 정도 밖에 안 되는 기이한 물 웅덩이인 셈이다.
* 어크 시리즈 자체가 너무 쉽게 만들어진 느낌이 있다.
오픈월드 게임은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요소들이 상호작용하여, 파고들면 나름 지지고 볶고 할 샌드박스적인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이 단 한 개도 없다는 점에서 어크의 플레이 스타일이 얼마나 삐걱대는지를 알 수 있다.
퀘스트와 수집 요소를 제외하면 놀거리가 대체 뭐가 있을까?
퀘스트 구조하며 이야기 전개, 어딘가 나사 빠진 플레이 감각, 매력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목각 인형 같은 캐릭터들,
무의미한 수집 요소 등등. 아마 게임이 갓 나왔을 무렵에 내가 했더라도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리라 본다.
철 지난 게임이라고 해봐야 고작 7, 8년 전이다.
* 근엄함이 넘쳐 흐르는 최종 보스.
* 엔딩에서 특유의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은 무척 좋았다.
잘은 모르겠는데 왠지 멋있고 미스테리하게 다가오는 그런 느낌이 있다.
나중 가서는 유야무야 되는 듯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 스토리가 좋았느냐면 그건 또 아니고... ...
게임이 지루하니 전개라도 좋았으면 하지만 전개도 그냥 그렇다.
스토리 전개가 좋았던 어크 시리즈가 있었나 하고 생각해 보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 오픈월드 게임이 결국 퀘스트 위주일 수밖에 없다는 건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퀘스트를 통해 가장 반복되는 요소가(이를 테면 근접 전투, 잠입, 레이싱, 총격전 등)
엉성하다면 결국 게임은 즐거움이 아닌 고역이 된다.
즐겁지 않은 게임은 리뷰 쓰는 행위 조차도 즐겁지 않다.
미칠 듯이 못 만들거나 컬트적이기라도 하면 나름 머리를 굴려보겠는데,
어크 시리즈가 또 그 정도는 아닌지라 오히려 더 애를 먹게 한다.
에지오도 졸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암살에 성공할 때마다 편히 쉬라 그러드라.
덕분에 오늘은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