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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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우 스토리 1부 : 아제로스의 새벽
■ 와우 스토리 2부 : 세계의 분리■ 와우 스토리 3부 : 갈색 피부의 전사들
■ 와우 스토리 4부 : 1차/2차 대전쟁
■ 와우 스토리 5부 : 3차 대전쟁 - 현재 페이지 ●
■ 와우 스토리 6부 : 얼어붙은 왕좌
■ 와우 스토리 7부 : 오리지널
■ 와우 스토리 8부 : 불타는 성전
■ 와우 스토리 9부 : 리치왕의 분노
■ 와우 스토리 10부 : 대격변
■ 와우 스토리 11부 : 판다리아의 안개
■ 와우 스토리 12부 : 드군단/격전의 아제로스
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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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오크의 2차 대전쟁이 끝난지도 벌써 12년이 흘렀다. 인간에 의해 쓰랄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던 오크 아이는 고등 학문과 전술 전법을 폭넓게 배우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를 주워다 키운 애델라스 블랙무어라는 인간의 후원 덕분이었다.
남다른 운명으로 살게 된 쓰랄
애델라스 블랙무어는 로데론의 귀족 장교였다. 2차 대전쟁 당시 활약한 그는 현재 던홀드 요새에서 포로 수용소 소장직을 맡고 있었다. 다나스 트롤베인이 없는 지금, 그는 사실상 모든 오크 수용소의 총 책임자였다.
하지만 블랙무어는 자신이 수용소 감시직을 맡은 것이 얼라이언스 지도부로부터 모욕을 당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아버지 에델린 블랙무어는 오래전 군사 기밀을 알터랙에 팔아넘겨 배신자로 낙인 찍혔던 과거가 있었다. 즉 역적의 자식이라는 출신의 한계 때문에 애델라스는 쭉 괄시를 받아왔고, 수용소 감시직 역시 그런 괄시의 일환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것은 그가 로데론 정부에 반란을 일으키려는 야심을 품는 계기가 되었다.
오크 수용소 관리자 '블랙무어'
그러던 차에 오크 고아 쓰랄을 얻었다. 블랙무어는 쓰랄을 유능한 전사로 키웠다. 훗날 쓰랄을 수용소 오크들의 지도자로 내세워 그들로 구성한 오크 군대를 이용해 로데론을, 나아가 인간 왕국들을 전복하기 위함이었다. 재능이 뛰어났던 쓰랄은 블랙무어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놀랍게 성장했다. 그는 검투사로써도 뛰어난 활약을 보여 일대에 명성을 알렸다.
일명 <던홀드의 쓰랄>
하지만 쓰랄은 블랙무어를 진심으로 따르지 않았다. 블랙무어는 매우 잔혹하고 거만한데다 술꾼이었다. 그는 쓰랄을 걸고 곧잘 도박을 즐겼고, 뭣보다 쓰랄에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애초에 오크 아이에게 붙여주었던 이름 그대로, 쓰랄을 노예처럼 부렸다.
핍박받는 쓰랄
쓰랄은 블랙무어의 하인 클라니아에게 맡겨져 그녀의 젖을 먹고 자랐다. 물론 클라니아 역시 주인의 명령 때문일 뿐, 오크 아이에게 젖을 먹인다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다. 오직 클라니아의 어린 딸 타레사 폭스턴만이 젖먹이었던 쓰랄을 편견 없이 친동생처럼 아끼며 애정을 쏟았다. 그녀 덕분에 쓰랄은 비뚤어지지 않고 자랄 수 있었다.
타레사, 그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쓰랄은 없었을 것이다.
블랙무어의 잔혹한 학대는 갈수록 심해졌다. 어느 날 쓰랄은 투기장에서 8연속 전투 강요를 받은 탓에 지쳐 패배했다. 그날 밤 블랙무어는 쓰랄에게 심하게 매질을 했고, 이를 계기로 쓰랄은 결국 블랙무어로부터 탈출을 결심한다.
쓰랄이 마음을 굳히자 타레사는 적극 도왔다. 마굿간에 불을 질러 소동을 일으킨 후 약속 장소에서 식량을 전달하고 오크 레지스탕스들에 대한 정보도 알려주었다. 그러나 타레사는 이 일을 블랙무어에게 들켜 그 대가로 강제로 그의 정부가 되고 말았다. 사실 이전부터 그녀는 매일 밤 블랙무어에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리 없는 쓰랄은 탈출에 성공해 로데론 너머로 사라졌다.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가는 쓰랄
탈출 후 쓰랄은 다른 오크 수용소들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 달리, 수용소엔 주체적인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인간의 노예로 적응해버린 한심한 오크들뿐이었다. 무기력증에 걸린 그들은 그 어떤 의지도 없었다. 쓰랄은 다시 발걸음을 돌려 아제로스에 남아있던 또 다른 오크들, 전쟁노래 부족에게로 향했다.
전쟁노래 부족의 족장 그롬마쉬 헬스크림은 레지스탕스를 이끌며 얼라이언스에 저항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쓰랄에게 오크의 전통문화와 생활양식 등을 전해주며 이후 쓰랄이 목표를 갖고 살도록 하는 데에 큰 영향을 주었다. 또한 쓰랄이 본래 서리늑대 부족 출신이라는 것도 알려주었다. 젖먹이부터 인간 손에서 자랐던 쓰랄로서는 전쟁노래 부족에서 배우고 겪은 것들이 매우 큰 경험이 되었다.
방황하는 쓰랄에게 정체성을 찾아준 그롬마쉬 헬스크림
쓰랄은 다음으로 자신의 핏줄 부족인 서리늑대 부족을 찾아가 원로 주술사 드렉타르를 만났다. 듀로탄이 죽은 이후 서리늑대 부족을 이끌어온 장로 드렉타르는 자신을 찾아온 쓰랄이 듀로탄의 아들임을 바로 알아보았다. 그동안 아제로스 정령과의 결속을 되살리는데 성공한 드렉타르는 쓰랄에게 주술의 길을 가르치고 부족의 지도자 자리를 넘겨주었다.
주술사로서의 능력을 가르친 드렉타르
쓰랄이 마지막으로 만난 자는 호드의 대족장이었던 오그림 둠해머였다. 오그림은 옛 친구의 아들이 생환한 것에 매우 기뻐했다. 오그림은 쓰랄에게 오크의 전투 방식을 가르쳤다. 그리고 부족들이 잃어버린 오크의 고결함에 대해서도 가르쳤다. 쓰랄의 낙천성과 강인함은 오크의 자긍심과 명예를 되돌리려는 오그림의 희망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는 옛 맹우의 아들이 훌륭하게 성장했음에 매우 만족해하며 자신의 무기 둠해머를 물려주고 쓰랄에게 다시 한 번 호드를 이끌 것을 천명했다.
오그림에게 '둠해머'를 이어받은 쓰랄
쓰랄은 그동안 인간들에게 전략 전술과 전투 기술을 배웠고, 그롬마쉬에게서 오크로서의 정체성과 삶의 목표를 찾았으며, 드렉타르에게서 주술을, 오그림 둠해머에게 오크의 긍지를 배웠다. 그리고 서리늑대 부족과 전쟁노래 부족의 동맹을 결성시켜 마침내 오크들의 해방을 위해 싸울 것을 결심했다. <신생 호드>의 탄생이었다.
지도자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쓰랄
몇 주 뒤, 쓰랄은 신분을 숨긴 채 제 발로 오크 수용소 안으로 잡혀들어갔다. 그 사이 서리늑대 부족과 전쟁노래 부족은 오그림의 지휘 아래 수용소 근처에 집결했다.
경비들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리던 이른 아침. 쓰랄은 수용소 안의 단단한 토양 위에 무릎을 꿇었다. 그가 양손을 들자, 부드러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곧 하늘이 세 가닥의 삐쭉삐쭉한 번개로 갈라졌다. 성난 천둥이 대지를 가를 듯 연이어 내리쳤다. 그것은 미리 약속된 신호였다.
형제들이여! 깨어나시오!
쓰랄의 설득으로 수용소 오크들은 의지를 되찾고 돌이나 막대기 따위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들은 신호와 함께 요새 내부에서부터 반란을 감행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경비병들은 재빨리 움직였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장벽은 무너졌고, 밖에서 대기 중이던 오그림의 오크 부족들까지 가세했다. 이윽고 온 사방에 살을 가르는 검과 도끼의 철 부딪히는 소리가 가득했다. 얼마 뒤 수용소 안에 더 이상 오크 노예는 없었다. 자유와 긍지를 되찾은 오크들만이 쓰랄을 에워싸고 있었다.
쓰랄은 수용소 습격 중에 한 오크 전사와도 만났다. 검은바위 부족의 전사였던 바로크 사울팽이었다. 그는 1차, 2차 대전쟁 당시 자신이 이끈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던 맹장이었다. 호드의 타락을 내심 경계했던 그는 쓰랄의 개혁 의지와 패기를 마음에 들어 하며 그와 뜻을 함께 하기로 한다.
쓰랄과 뜻을 같이 하기로 맹세한 '바로크 사울팽'
쓰랄은 계속해서 수용소의 오크들을 해방시켰다. 새로운 호드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그는 이전의 호드 리더들과는 지향점이 확실히 달랐다. 어느 날 작은 오크 무리 하나가 외딴 인간 마을을 유린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쓰랄은 곧장 그 무리의 숙영지로 향했다. 그리고 그 무리의 리더를 땅바닥에 내친 뒤 주변의 오크들을 향해 외쳤다. 더 이상 오크들은 인간 도살자들이 아니라는 것. 앞으로 비무장한 민간인들에게 해를 가한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엄포였다. 그는 앞으로 신생 호드의 전투의 목적은 오로지 사로잡힌 형제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 못 박았다.
쓰랄은 인간 마을을 유린한 이런 행태가 어두운 흑마법사들에 의해 휘둘렸던 예전 호드의 모습이라며, 더 이상 옛 방식이 아닌 자랑스러운 전사로써 싸울 것을 피력했다. 오그림은 쓰랄이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그만큼 쓰랄을 믿었다.
더 이상 예전처럼 인간과 대립하지 않기를 희망한 쓰랄
5번째 수용소를 점령한 쓰랄은 마침내 블랙무어와 타레사가 있는 던홀드 요새로 다음 목표를 정했다. 전투 전날 밤, 쓰랄은 타레사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려주기 위해 그녀를 비밀리에 만났다. 쓰랄은 타레사에게 던홀드를 떠나있기를 권했다. 하지만 타레사는 만약 자신이 없어지면 자신의 부모가 블랙무어의 화를 대신 입을 거라며 거절했다. 대신 그녀는 쓰랄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던홀드를 떠날 수 없었던 타레사
다음날 아침, 쓰랄의 군대는 요새를 포위했다. 그리고 블랙무어에게 오크들을 풀어달라며 협상을 시도했다. 굳이 피를 흘리지 않고 동족들을 해방할 수 있다면 쓰랄은 더 바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블랙무어는 사람 머리 하나를 성벽 밖에 있는 쓰랄의 발치로 내던짐으로써 답을 대신했다. 타레사의 머리였다.
눈앞에서 목도한 타레사의 죽음
쓰랄은 절규를 터뜨렸다. 던홀드 요새에 곧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블랙무어와 쓰랄은 검을 맞댔다. 블랙무어는 자신이 키운 쓰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는 결국 자신이 거두었던 오크에 검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쓰랄은 블랙무어를 요새 파편 밑에 묻었다. 모든 전투가 마무리된 후, 쓰랄은 초승달 장식의 목걸이를 그롬에게 전해주며 폭스턴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들에게 전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것은 쓰랄이 던홀드를 떠날 당시 타레사가 건네주었던 목걸이였다.
쓰랄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었던 타레사
전투가 끝난 후 오그림은 쓰랄에게 자신의 무기와 갑옷을 건넸다. 그는 이미 전투 중 복부를 관통당해 더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그림은 쓰랄에게 자신을 죽여줄 것을 부탁했고, 쓰랄은 그리했다. 얼마 후 쓰랄은 새로운 호드의 대족장이 되었다. 그는 아직 할 일이 많았다.
오그림의 죽음. 그리고 새로운 호드의 대족장이 된 쓰랄
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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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온 폴드링은 한때 호드와의 전쟁 선봉에서 오크들을 물리쳤던 은빛 성기사였다. 로데론 왕국의 영지 하스글렌의 영주이기도 한 그는 전쟁 종료 후 가족과 함께 마르덴홀드 요새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은빛 성기사 티리온
그러던 어느 날, 티리온은 영지 산자락으로 정찰을 나갔다가 근처 빈 감시탑에서 낯선 오크와 맞닥뜨린다. 오크를 실로 오랜만에 본 티리온은 곧바로 전투로 돌입했다. 그러나 그 오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한때 오그림 둠해머와 함께 검은바위 부족 선봉에서 싸웠던 백전노장의 오크, 아이트리그였다.
현명함을 갖춘 원로 오크, 아이트리그
티리온과 아이트리그는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도중 아이트리그가 다리에 상처를 입자 티리온은 은빛 성기사단의 규율에 따라 쓰러진 적을 공격하지 않고 유예를 주어 상대가 다시 일어나 싸우도록 했다. 그러자 아이트리그 역시 자세를 가다듬고 오른 주먹을 가슴에 가져다 대어 오크식 예로 답을 했다.
티리온과 아이트리그의 첫 만남
티리온은 놀랐다. 야만적인 괴물들로만 생각했던 오크가 보인 예의 있는 행동이 충격적이었던 것. 둘은 다시 격렬한 싸움을 벌였고, 도중 감시탑이 무너지면서 이번엔 티리온이 잔해에 깔렸다.
나흘 후, 티리온은 자신의 침실에서 눈을 떴다. 경비대장의 말로는 자신이 애마에 단단히 묶인 채 요새 앞에서 발견되었다고 했다. 누가 나를? 설마 그 오크가? 티리온은 당장 부관들을 불러 자신이 보았던 오크의 처리 문제에 대해 회의에 들어갔다. 당연히 대부분 당장 오크를 공격할 부대를 조직해 쓸어버려야 한다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렀다. 특히 하스글렌의 2인자이자 성기사 직속 부하 발실라스가 흥분하며 당장 쳐들어가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오크들에게 가족을 살해당한 과거가 있는 자였다.
하지만 티리온은 자신을 구해 애마에 묶어 하스글렌으로 가는 길까지 찾아보낸 자가 그 오크인지를 먼저 알고 싶었다. 흥분하는 발실라스를 꾸짖어 돌려보낸 티리온은 며칠 후 다시 그 부서진 탑의 잔해로 향했고, 원하던 대로 다시 그 오크를 만나게 된다.
아이트리그는 또다시 오른 주먹을 가슴에 갖다 대며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심지어 이번엔 놀랍게도 공용어로 티리온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날 티리온은 아이트리그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제로스로 넘어오기 전의 오크 부족의 역사와 타락, 배신, 죽음. 또한 자신은 호드에 환멸을 느껴 탈영한 후 지금껏 홀로 아제로스를 떠돌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티리온은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이 뿌리부터 뒤흔들림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했다. 동시에 아이트리그에게는 깊은 우정을 느꼈다. 티리온은 아이트리그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그가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의 영지에서 원하는 대로 머물러도 좋으며, 절대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렇게 둘은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헤어졌다.
인간과 오크의 우정ANG...
그러나 며칠 후,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지고 만다. 부관 발실라스가 오크에 대한 이야기를 상부에 알린 것이다. 곧 스트라솔름의 사령관 다스로한이 병력을 이끌고 하스글렌에 들이닥쳤다. 다스로한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우선 티리온에게 아이트리그의 은신처로 안내할 것을 명했다. 티리온은 어쩔 수 없이 부서진 경비탑으로 그를 안내했고, 아이트리그를 생포해오게 된다. 자신이 명예를 걸고 한 약속을 깨게 된 티리온은 아이트리그를 볼 낯이 없었다.
발실라스와 다스로한의 병사들은 아이트리그에게 밤낮으로 린치를 퍼부으며 온갖 모욕을 주었다. 이를 지켜보기 힘들었던 티리온은 결국 폭발하여 아이트리그를 채찍질하던 병사를 내리치고 아이트리그의 석방을 주장했다. 이는 명백한 얼라이언스에 대한 반역 행위였다. 다스로한은 어쩔 수 없이 티리온을 가두고 아이트리그와 함께 로데론 북부의 대도시 스트라솔름으로 압송했다.
얼마 후 은빛성기사단 단장 우서 경, 아서스 왕자, 프라우드무어 제독 등 얼라이언스 주요 관직의 인사들이 티리온과 아이트리그에 대한 재판을 위해 모였다. 티리온은 마지막까지 아이트리그에 대한 변호를 멈추지 않았다. 발실라스는 티리온의 사형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우서 경의 자비로 인해 영지 추방과 성기사 직위 해제 정도로 그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크인 아이트리그는 무조건 처형 확정이었다.
티리온은 아이트리그를 외면할 수 없었다. 급기야 그는 스트라솔름의 공개 처형장으로 다시 쳐들어가 발실라스를 쓰러뜨리고 아이트리그를 구출해냈다. 반역을 넘어서 그야말로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아이트리그를 구출하는 티리온
이때, 스트라솔름에 일단의 오크 무리들이 들이닥친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그들 때문에 거리는 삽시간에 혼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그 틈을 타 티리온은 아이트리그를 데리고 도시를 빠져나갔다. 티리온은 이미 죽어가는 아이트리그를 살리기 위해 파문 당시 잃어버렸던 빛의 힘을 되찾아 그를 혼신의 노력으로 치료했다. 이때 그들 앞에 도시를 습격했던 무리의 리더가 나타났다. 파란 눈의 오크, 쓰랄이었다.
인간의 도시에 나타난 오크 무리들
스트라솔름을 습격했던 건 쓰랄의 신생 호드들이었다. 쓰랄은 새롭게 태어날 호드에 아이트리그와 같은 현명한 원로들의 지혜가 필요하다며 그를 모셔가려 했다. 아이트리그는 여태껏 구 호드와 동족들에게 실망하고 조용히 여생을 살아가려 했었다. 그러나 쓰랄의 의지를 보고 다시금 열정을 불태우며 그를 따르기로 한다. 이로써 쓰랄의 신생 호드에는 사울팽, 아이트리그, 그롬마쉬 등 쟁쟁한 노장들이 다시 모이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트리그는 티리온과 작별했다. 이후 티리온은 고결했던 초대 은빛성기사의 과거를 버리고 홀로 국경지대로 떠나 추방자의 삶을 살아갔다. 그가 다시 영광을 되찾는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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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전쟁이 끝난 지 2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얼라이언스는 쇠퇴하고 있었다. 더 이상 인간과 하이엘프는 서로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것은 같은 동부 왕국에 속한 길니아스와 스트롬가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호드와 같은 외부 위협이 없거니와, 데스윙의 딸 오닉시아가 인간 귀족의 모습으로 분하여 열심히 이간질한 덕분이기도 했다. 끝내 길니아스는 공식적으로 얼라이언스와 모든 군사 협정을 끊고 거대한 그레이메인 성벽을 건설하여 왕국을 고립시켰다. 바다를 삼면에 두고 자급자족하는 반도 국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트롬가드 역시 얼라이언스에서 탈퇴했으며 스톰윈드마저 내부의 갈등으로 고전했다.
리치왕은 비로소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지금이야말로 로데론에 언데드 역병을 퍼뜨릴 완벽한 시기였다. 리치왕은 본격적인 계획에 앞서 자신을 대신해 전장에서 활동할 강력한 대리인을 찾았다. 로데론의 왕자, 아서스 메네실이었다.
백성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왕자 '아서스'
아서스는 타고난 전략가이자 전사였다. 항상 자신감이 넘쳤으며, 백성들을 아끼는 마음 또한 강하여 모두에게 인기가 높은 명실상부한 로데론의 차기 지도자였다. 그런 그의 위상은 리치왕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그를 타락시킬 수 있다면, 모든 일이 손쉽게 풀리리라.
리치왕의 충실한 하수인 켈투자드과 그의 교단은 우선 로데론의 농작물 보급지 <안돌할>에 오염된 곡물을 집어넣어 역병을 퍼뜨렸다. 역병은 삽시간에 퍼졌다. 치료제도, 물약도, 사제들의 신성한 마법도 무용지물이었다. 역병에 대한 소식은 곧 로데론의 수도로 전해졌으나 누구도 대처 방법을 몰랐다. 질병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더욱 끔찍한 것은 사망자들의 시체가 다시 일어나 사라진다는 흉흉한 소문이었다.
더 이상 사태를 지켜볼 수 없었던 국왕 테레나스는 자신의 아들 아서스가 이끄는 사절단을 안돌할로 파견했다. 달라란의 키린 토 역시 제이나를 파견했다. 그들의 임무는 역병의 원인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간만에 만나게 된 제이나와 아서스
아서스와 제이나는 곧 안돌할에 도착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시체는 산을 이루고 있었고, 아직 살아있는 주민들도 서서히 발병하는 질병에 대한 공포와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때 그 지역에서 볼 수 있었던 평온함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그야말로 끔찍한 참상이었다. 아서스는 주민들의 고통을 눈앞에서 바라보며 마음이 찢기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아서스의 백성이었다.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그의 책임이었다. 아서스는 백성을 파멸에서 구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노라고 맹세했다.
시간이 지나며 아서스와 제이나는 역병에 관한 의문점을 하나씩 풀어갔다. 역병은 안돌할에서 곡물 보급로를 따라 동쪽 숲 곳곳으로 전파되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추적한 끝에 일행은 흉흉한 소문이 진실이었음을 직접 경험한다. 그들은 걸어 다니는 시체들과 싸우며 나아가야 했다. 이 모든 일은 우연이 아니었다. 역병을 퍼뜨린 것은 켈투자드라는 자가 이끄는 인간 이교도들이었다. 역병의 배후에 인간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서스의 마음에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아서스는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켈투자드와 추종자들을 추적하는 데 온 신경을 쏟았다.
리치왕은 하수인의 눈을 통해 아서스를 지켜보며 그를 노스렌드로 인도할 방법을 고심했다. 아서스 정도의 존재를 타락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마검 <서리한> 뿐이었다. 아서스가 서리한을 집어 들게 할 수 있다면 그를 확실히 타락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서리한은 노스렌드의 얼음왕관에 있었다. 우선 그를 노스렌드로 유인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영혼을 흡수하는 룬검 <서리한>
아서스는 마침내 켈투자드를 찾아냈다. 켈투자드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자신이 죽음 이후에 더 강력한 존재로 되살아날 것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전에 그가 할 일은 그저 아서스에게 한 가지 정보를 전하는 것뿐이었다. 신성한 도시 <스트라솔름>에 자신이 섬기는 악마 말가니스가 있으며 그곳에도 곧 역병이 퍼질 거라는 정보였다.
스트라솔름은 인구가 무척 많고 로데론에게 있어 전략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도시였다. 또한 성기사단이 탄생한 신성한 장소이기도 했다. 만약 스트라솔름이 역병에 물들고 언데드에 뒤덮인다면 그것은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서스는 또 한 번 분노를 터뜨리며 켈투자드를 죽이고 즉각 스트라솔름으로 향했다. 어느새 아서스는 절망과 분노에 휩쓸려 광기마저 보이고 있었다.
점차 분노에 잠식되는 아서스
아서스와 제이나 일행은 서둘러 스트라솔름에 도착했다. 아서스의 스승 우서 경도 합류했다. 그러나 스트라솔름 주민들은 이미 안돌할의 오염된 곡물을 받아서 소비하고 있었다. 그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역병이 그들을 영혼 없는 언데드로 뒤바꾸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대로 두면 감염된 스트라솔름의 언데드들이 로데론 왕국을 비롯한 모든 인간들에게 역병을 퍼뜨리며 해를 가할 것이 뻔했다.
아서스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것은 피눈물을 머금지 않고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참혹한 명령이었다. 긴 장고 끝에 아서스는 스트라솔름을 불태우고 시민들을 모조리 죽이기로 결정했다. 아서스를 지원하러 왔던 우서 경은 그의 결정에 놀라 강하게 반대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했지만 아서스의 고집은 확고했다. 그간 역병을 쭉 조사해왔던 아서스는 이미 다른 방법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우서 경을 비롯한 몇몇 기사들은 아서스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등을 돌렸다. 제이나 역시 동참하지 않았다. 나머지 기사들은 결국 아서스의 명령을 수행했다. 그들로써도 견디기 힘든 임무였지만 더 많은 백성들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결정한 바를 강행했다.
곧 아서스와 그의 부하들이 스트라솔름을 휩쓸며 학살을 시작했다. 불길이 도시를 집어삼켰고 거리에서는 잿가루와 불씨가 솟아올랐다. 날카로운 비명이 공기를 갈랐다. 무고한 자들의 피가 자갈길을 흥건하게 적셨다. 노인, 여자, 아이들, 수많은 주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자신들이 존경했던 왕자와 기사들의 칼에 도륙 당했다.
피눈물을 머금는 아서스와 그를 떠나는 제이나
대학살의 현장에서 아서스는 말가니스와 조우했다. 이 학살극을 초래하게 만든 그 악마에게 아서스는 모든 분노를 쏟으려 했다. 그러나 말가니스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자신을 막고 싶다면 노스렌드로 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말가니스를 기필코 찾아 죽이겠다는 다짐을 한 아서스는 즉시 그를 쫓아 노스렌드로 향했다.
3일 후, 폐허가 된 스트라솔름에 제이나가 돌아왔다. 도시의 대부분은 불에 타고 형체만 남아 있었다. 거리에는 시신이 나뒹굴었다. 그녀는 이 비극적인 상황에 몹시 슬퍼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했다. 아서스는 앞으로 평생을 악몽으로 기억될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에 대한 연민과 후회는 그 후 오랫동안 제이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아서스를 노스렌드로 유인한 악마 말가니스
리치왕은 아서스가 눈치채지 않도록 신중히 그를 서리한이 있는 곳으로 인도해야 했다. 이를 위해 리치왕은 노스렌드의 탐험가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때마침 산속 도시 아이언포지에서 온 드워프 전사 무라딘 브론즈비어드가 이끄는 드워프 일행이 고대 유물을 찾아 노스렌드를 여행하는 중이었다.
무라딘은 카즈 모단의 왕위 계승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정치보다는 모험을 좋아하는 타입이라 계승권을 포기하고 대륙을 떠돌며 모험을 해왔다. 또한 그에겐 아서스가 어렸을 때 로데론에 대사로 파견되어 아서스에게 무술을 가르친 과거가 있었다. 무라딘은 아서스에게 서리한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알릴 완벽한 전령이었다. 리치왕은 수하들을 통해 탐험가 야영지에 서리한에 대한 정보를 비밀스럽게 심어두었다. 예상대로 무라딘은 룬검에 이끌렸고 드워프들은 룬검을 찾기 위해 나섰다.
고결한 드워프 전사 '무라딘 브론즈비어드'
그 사이 아서스와 병사들은 <울부짖는 협만>이라 불리는 노스렌드의 지역에 상륙했다. 리치왕은 언데드들을 이용해 무라딘과 아서스 일행을 만나도록 유도했다. 그들은 그것을 우연한 조우로 생각했다. 사실 아서스는 고지식한 스승 우서보다는 시원한 성격의 스승 무라딘을 좋아했기에 그 우연한 만남을 매우 반가워했다. 예상대로 무라딘은 아서스에게 노스렌드 탐험의 목적과 서리한을 찾아 나선 최근의 여정에 대해 말해 주었다. 룬검에 대한 이야기는 왕자를 사로잡았다. 그것은 말가니스와의 전투에서 유용하게 쓰일 무기였다.
그러나 곧 로데론에서 반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왕실 특사가 아서스 왕자를 추적하여 테레나스 왕의 지시를 전했다. 부하들을 데리고 즉시 로데론으로 돌아오라는 내용이었다. 테레나스 왕은 우서 경으로부터 스트라솔름의 일을 모두 보고받은 상황이었다. 왕자와 그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들어야 했다. 하지만 아서스는 지금 돌아간다면 다시 말가니스를 찾을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급기야 그는 아무도 모르게, 협만에 정착해두었던 배를 한 척도 남김없이 불태워버렸다. 부하들은 누구도 그것이 왕자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다시 배를 만들 때까지 노스렌드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말가니스와 언데드 무리가 왕자 일행을 공격해왔다. 언데드는 아서스가 전에 보지 못한 규모로 밀려들어왔다. 그것은 아서스 일행을 압도할 만큼 위협적이었다. 아서스의 유일한 희망은 이제 전설의 룬검 서리한을 찾는 것뿐이었다. 부하들이 언데드들을 상대하는 동안 아서스와 무라딘은 서둘러 서리한을 찾아 헤맸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들은 어느 작은 동굴 속에서 마침내 서리한을 발견했다.
저주받은 룬검 <서리한>
무라딘의 상상과 달리 서리한은 불길한 이계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것은 저주받은 마검이었다. 무라딘은 아서스에게 서리한을 그냥 두고 돌아가자고 했다. 아서스의 생각은 달랐다. 그에겐 말가니스를 처치하고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저주도 감내하겠다는 결의가 있었다. 아서스는 결국 서리한을 뽑아들었다. 서리한의 끔찍한 힘이 그의 몸을 타고 전해졌다. 피를 얼릴 듯이 차가운 기운이었다. 서리한은 기어코 아서스의 영혼을 집어삼켰다.
망설임 없이 서리한을 뽑아든 아서스
서리한이 뽑히자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동굴 속에서 날카로운 얼음 파편이 사방으로 날았고 그중 하나가 무라딘을 찔러 쓰러뜨렸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홀로 정신을 차린 무라딘은 부상의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고 눈 덮인 황무지를 배회해야 했다. 다행히 그는 노스렌드에서 살아가는 드워프인 서릿결 부족의 도움으로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아서스는 서리한을 들고 돌아와 마침내 말가니스와 마주했다. 그의 귓가에 말가니스를 죽이라는 리치왕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사실 리치왕 넬쥴은 처음부터 킬제덴과 불타는 악마들에게 충성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들키지 않게 세력을 조금씩 확장하여 언젠가 자신에게 끔찍한 고통을 준 악마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리치왕의 의지대로 아서스는 말가니스를 서리한으로 단 칼에 베어 죽였다. 나머지 언데드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아서스의 부하들은 주군의 승리를 축하했으나 그것은 그들의 착각이었다. 아서스는 이미 로데론의 왕자가 아니었다. 그의 피부는 죽음처럼 창백했고 머리카락은 백골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서스는 검을 들어 그대로 자신의 부하들을 학살했다. 서리한은 그들의 영혼을 마음껏 들이켰다. 아서스의 부하들은 그렇게 모두 죽음의 기사가 되었다. 왕자는 더 이상 노스렌드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따르는 언데드 군단 <스컬지>를 이끌고 로데론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고향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완전히 타락해버린 아서스
아서스가 노스렌드로 돌아오는 동안, 무슨 일인지 동부 대륙에서 언데드가 물러나고 자취를 감추었다. 시민들은 이유를 모른 채 추측만 할 뿐이었다. 인간들 대부분은 그들의 사랑하는 왕자가 노스렌드에서 스컬지를 무찌르는 임무에 성공했다고 믿었다. 실제로는 리치왕이 아서스의 귀환을 준비하기 위해 스컬지를 물린 탓이었다. 그러면 아서스는 승리한 영웅으로 환영을 받으며 로데론 수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얼마 후 아서스와 몇몇 죽음의 기사들이 함께 로데론에 도착했다. 그들은 두건이 달린 망토로 창백한 피부와 여윈 몸을 가리고 있었다. 곧 수백 명의 시민들이 아서스를 환영하기 위해 수도에 모여들었다. 아서스의 도착에 맞추어 종이 울렸고 환희에 찬 군중은 장미꽃 잎을 던지며 아서스 일행을 환영했다. 아서스는 군중을 무시했다. 그는 기이한 침묵을 지키며 왕실에 들어섰다. 성대한 환대를 뒤로 한 채 아서스 일행은 주변을 봉쇄했다. 당황하여 이게 무슨 일이냐 묻는 테레나스에게 아서스는 말했다.
"왕위를 계승 중입니다. 아버지."
피로 물든 왕위 계승
아서스는 서리한의 첫 번째 제물로 로데론의 국왕 테레나스를 살해했다. 그와 동시에 로데론 곳곳에 숨어 있던 스컬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서스는 시민들을 향해 선포했다. 로데론은 멸망할 것이며, 새로운 질서가 탄생할 것이라고.
무너지는 로데론
곧이어 스컬지의 대대적인 침공으로 지옥도가 펼쳐졌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로데론은 이 날 완전히 멸망한다.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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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 너머 칼림도어의 동부 해안에서, 고독한 누군가가 홀로 떠돌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녀의 비극적인 과거를 아는 이는 더욱 적었다. 그녀는 가장 위대한 티리스팔의 수호자 중의 한 명인 에이그윈이었다.
에이그윈은 자신의 아들 메디브와 아제로스에 일어난 일들을 자기 탓으로 생각하며 스스로를 비난했다. 호드의 침공, 1차 대전쟁과 2차 대전쟁의 참극, 끝내 살해당한 아들... 그녀는 이제 살아갈 의욕도 무엇도 없는 상태였다.
아들의 죽음 이후 홀로 떠돌던 에이그윈
그렇게 어두운 나날을 보내던 중, 그녀는 기이한 꿈을 꾸었다. 까마귀 깃털을 수놓은 망토 차림의 남자가 전할 이야기가 있다며 자신을 아제로스로 계속 불러달라는 꿈이었다. 에이그윈은 처음엔 군단의 술수라 생각하며 꿈을 의심했다. 그러나 그녀는 곧 진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꿈속의 남자는 아들 메디브의 영혼이었다.
수년 전 목숨을 잃은 메디브의 영혼은 현실의 경계 너머로 표류하면서 그동안 아제로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목격했다. 육체의 죽음 이후 살게라스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그는 아제로스 세계에 닥칠 일에 대해 경고를 현실에 전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가 로데론의 사람들과 이야기할 방법은 없었다. 아제로스에서 단 한 사람, 마법보다도 강한 유대감으로 연결된 그의 어머니 에이그윈만이 그와 닿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이를 알게 된 에이그윈은 지난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한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해 메디브의 영혼을 불렀다. 그렇게 여러 달이 지나서야 그녀는 마침내 메디브를 아제로스로 소환하는데 성공했다.
살게라스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메디브의 영혼
메디브는 영혼이 되어 떠도는 동안 많은 것을들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뒤틀린 황천의 악마들의 정신에 접촉해 언데드 역병에 대한 사실은 물론, 군단이 역병으로 아제로스를 약화시킨 다음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도 알았다. 1만 년 전 고대전쟁 당시 파괴되었던 영원의 샘 대신 이용할 또 다른 매개체, 하이잘 산의 꼭대기의 거대한 세계수 놀드랏실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두 번째 영원의 샘이 그들의 다음 목표였다. 살게라스는 그 영원의 샘을 이용하여 불타는 군단의 모든 병력이 다시 아제로스로 침공할 수 있는 차원문을 열고자 했다.
메디브는 그것을 반드시 막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아제로스의 왕국들이 1만 년 전의 그때처럼 다시 단결하여 스스로 아제로스를 지켜야 했다. 메디브는 그 단결을 위한 촉매제가 되기로 맹세했다. 그것만이 자신이 생전에 저질렀던 일에 대한 속죄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에이그윈은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메디브의 소환 의식을 진행하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렀다. 그녀의 몸은 늙고 쇠약해졌고,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회복을 한다고 해도 전처럼 젊어지거나 강력해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메디브는 홀로 나서야 했다. 시간이 부족했다. 언데드 역병이 로데론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후 메디브는 신분을 숨기고 자신을 '예언자'라 칭하며 세상에 다가올 위협을 경고했다. 모두가 동부 왕국을 떠나 고대의 땅 칼림도어를 향해 서쪽으로 가야 한다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전 세계가 멸망할 것이라고. 메디브는 각 지역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은 물론 유력 왕국의 지도자들에게도 이러한 경고를 전했다. 당연히 대부분 그의 말을 무시했다. 그들은 신분 모를 예언자의 경고가 미치광이의 헛소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달라란의 안토니다스는 최근 기승을 부리는 역병이 마법의 성질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유망한 제자인 제이나를 조사차 현장으로 보냈고, 로데론 역시 아서스 왕자를 안돌할로 보내는 정도가 다였다.
하이잘 산이 있는 서쪽 대륙으로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메디브
메디브는 이처럼 인간들로부터 박대를 받았지만, 의외로 오크에게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대족장 쓰랄이 이끄는 신생 호드가 메디브의 말에 귀를 기울여준 것이다. 그동안 쓰랄은 포로수용소에서 많은 오크들을 해방시켰다. 하지만 그들은 거처가 없었고, 따라서 유랑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얼라이언스와의 또 다른 전쟁은 불가피해 보였다.
그러한 불확실성의 시기에 메디브가 쓰랄을 찾아왔다. 쓰랄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군단이 오크 종족을 노예로 삼았던 시절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악마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오그림과 그롬 등 나이 많은 오크들이 군단이 오크 종족을 파멸로 이끈 과정을 쓰랄에게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다. 메디브의 말이 사실이라면, 쓰랄은 종족을 위해 악마들과 맞서야 했다. 게다가 오크들에겐 인간들과 부딪히지 않고 지낼 새로운 터전이 필요하기도 하던 참이었다. 다만 쓰랄은 이방인을 신뢰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래서 아제로스의 정령들에게 답을 구했다. 정령들은 즉시, 그리고 다급하게 이방인을 믿으라고 답했다. 쓰랄과 같은 주술사에게 그 이상의 확신은 필요하지 않았다. 곧 쓰랄과 신생 호드는 대해를 건너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칼림도어와 동부 대륙은 갈라진 후 오랫동안 교류가 없었기에 그들에게 칼림도어는 미지의 대륙이나 다름없었다.
칼림도어로 향하는 쓰랄의 신생 호드
한편 아서스가 로데론을 멸망시켰다는 소식은 빠르게 동부 왕국에 퍼져나갔다. 다른 얼라이언스 국가들은 그 소식을 믿기조차 어려웠다. 누구도 그러한 악몽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대부분 국가가 이런 상황에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지켜만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달라란의 마법사들, 아이언포지와 맹금의 봉우리의 드워프, 놈리건의 노움, 인간 왕국의 병사들이 로데론에 모여 스컬지에 맞섰다. 심지어 얼라이언스와 동맹을 끊은 쿠엘탈라스도 언데드 퇴치를 돕기 위해 하이엘프 사제를 파견했다.
본격적인 3차 대전쟁의 시작
그러나 무엇도 스컬지를 막을 수 없었다. 그들의 강령술사는 쓰러진 적의 시체를 일으켜 세웠다. 누더기골렘은 걸어 다니는 공성 병기가 되어 얼라이언스 병사들을 짓밟았다. 지하마귀는 땅속에 잠복해 있다가 방심한 적들을 습격했다. 가고일과 서리고룡은 그리핀 기수를 비롯한 얼라이언스의 공중 병력을 상대했다. 그리고 아서스와 그의 죽음의 기사들은 스컬지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였다. 그들은 강령술은 물론 무력을 사용하는 전투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단 한 명의 죽음의 기사만으로도 전투의 흐름이 스컬지 쪽으로 기울었다. 그중 발군은 단연 아서스였다. 아서스는 로데론의 지형에 익숙했고, 상대 얼라이언스의 전략에 대한 통찰력도 있었다. 얼라이언스는 맹렬히 저항했다. 그것은 그저 완고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압도적인 전력을 보이는 아서스의 스컬지
이 모든 상황을 지휘하고 있던 리치왕 넬쥴은 다음 계획에 앞서 우선 켈투자드를 되살리고자 했다. 켈투자드는 생전에 달라란의 마법사 중 한 명이었기에 달라란 침공에 큰 전력이 될 수 있었다. 또한 무엇보다 켈투자드는 군단의 악마들이 아닌 자신의 명령을 직접적으로 듣는 심복이었기에 반드시 살려야 했다. 그 역할은 아이러니하게도 켈투자드를 죽였던 아서스가 맡았다. 아서스는 리치왕의 명령에 따라 켈투자드의 유해가 있는 안돌할로 향했다. 이때 아서스는 켈투자드의 유해를 담기 위해 아버지 테레나스의 유해가 담긴 납골 단지를 빼앗아 챙겨왔다.
안돌할은 역병의 기운이 안개가 되어 해를 가릴 정도로 부패한 땅이 되어 있었다. 아서스는 그곳에서 자신의 옛 스승인 우서 경과 재회했다. 우서는 테레나스 국왕의 유해마저 능욕하려는 아서스에게 크게 분노했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은빛성기사단과 함께 아서스의 스컬지에 맹렬히 맞섰다. 그들은 아서스로서도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죽음의 땅에서 칼을 맞댄 스승과 제자
생전에 아서스가 우서를 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서는 노련한 영웅답게 아서스를 최후까지 몰아붙였다. 그러나 우서는 자신의 제자를 죽이는 행위에 일말의 망설임을 갖고 있었다. 그 망설임의 대가는 컸다. 막판에 연민을 느낀 우서가 보인 틈을 아서스는 놓치지 않았다. 아서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우서의 가슴에 서리한을 꽂아 넣었다. 그렇게 얼라이언스의 영웅 우서는 목숨을 잃었다. 아서스는 납골 단지에 담겨있던 아버지의 유해를 아무런 감정 없이 길바닥에 내버린 뒤 켈투자드의 유해를 담았다. 후일 안돌할이 있던 지역은 언데드의 소굴이 되어 <역병지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다.
아버지와 스승을 모두 거리낌 없이 죽인 패륜대장 아서스
리치왕은 자신의 대리인에게 다음 명령을 내렸다. 켈투자드의 유해를 단순한 언데드가 아닌 강력한 리치로 되살리기 위한 계획이었다. 그것을 위해선 강력한 비전 에너지의 원천이 필요했다. 리치왕은 그 유력한 장소를 알고 있었다. 바로 하이엘프의 왕국 안쪽 깊은 곳에 있는 <태양샘>이었다.
6일 후, 아서스는 스컬지 병력을 이끌고 쿠엘탈라스 왕국 외곽에 도착했다. 그들은 왕국 주변에 설치된 마법석 때문에 왕국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걱정 없었다. 하이엘프 다르칸 드라시르가 아서스의 편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르칸은 본래 쿠엘탈라스 왕국의 고위 마법사였다. 그러나 강령술과 흑마법에 손을 대어 타락했고, 그러던 차에 아서스가 스컬지를 이끌고 오자 냉큼 그에게 붙었다. 다르칸은 아서스에게 길을 안내해주며 정보를 제공했다. 덕분에 아서스는 목표하는 태양샘에 한 발 더 손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하이엘프의 배신자 다르칸 드라시르
태양샘은 하이엘프의 고향을 영원한 빛으로 적셔주는 힘의 원천이었다. 하이엘프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엘프들은 샘을 반드시 지켜야 했다. 쿠엘탈라스의 국왕 아나스테리안은 엘프들을 총결집시켜 스컬지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 선봉에 선 자는 순찰대(엘븐 레인저) 총사령관 실바나스 윈드러너였다.
문제의 그녀, 실바나스의 등장.
실바나스는 윈드러너 3자매 중 둘째로, 2차 대전쟁에서 오크 호드가 쿠엘탈라스를 침공하고 숲을 불태울 때 자매들과 함께 최전선에서 싸운 자였다. 실종된 언니 알레리아의 뒤를 이어 순찰대 사령관직을 맡은 그녀는 왕국의 모든 마법사와 사제들을 실버문으로 집결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정예 순찰대와 함께 실버문 외곽의 숲에 진을 쳤다. 원정순찰대라고 알려진 그들은 고도의 기동력을 자랑하는 경장갑 부대였다. 역사적으로 그들은 최전방을 지키며 쿠엘탈라스를 위협하는 모든 적에 맞섰다. 위험했지만 크나큰 명예와 영광이 따르는 역할이었다.
곧 아서스와 스컬지가 숲 안쪽으로 진입해 들어왔다. 실바나스의 순찰자들은 전면 공격을 감행했다. 전투는 격렬했고 뜨거웠다. 사실 스컬지의 규모는 순찰대를 훨씬 뛰어넘는 데다 다르칸의 배신 때문에 결국 전선이 뚫릴 것은 자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실바나스는 뛰어난 전략가였다. 그녀의 완강한 저항은 아서스의 분노를 일으켰다. 실바나스는 실버문의 수호자들에게 공성전을 준비할 시간이라도 벌어주고자 했다. 그것을 위해 실바나스는 직접 아서스 앞으로 나섰다.
실버문의 장엄한 첨탑을 뒤로하고 죽음의 기사 아서스와 순찰대장 실바나스가 격돌했다. 실바나스는 매섭게 공격했지만 며칠 동안의 격렬한 전투로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다. 그녀는 서서히 지쳤고 아서스는 빈틈을 발견했다. 서리한이 순찰대장의 몸을 가르며 그녀의 핏줄에서 생명을 쏟아냈다.
아서스는 실바나스에게 죽음 뒤의 안식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아서스는 자신에게 저항한 대가로 실바나스의 영혼을 빼내어 그녀를 언데드 밴시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스컬지 부대에 복속시켜 그녀가 자신의 썩어문드러지는 몸을 느끼며 영원히 고통받도록 만들었다.
아서스에 의해 밴시가 되어버린 실바나스
결국 스컬지는 실버문의 방어를 무너뜨렸다. 아나스테리안 국왕과 생존자들은 배를 타고 실버문 북쪽의 <쿠엘다나스 섬>으로 후퇴했다. 태양샘은 그곳에 있었다. 도시는 언제든 재건할 수 있지만 태양샘을 보호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아나스테리안은 스컬지에게 함선이 없음을 알고 언데드가 바다를 건널 수단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아서스는 함대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서리한이 있었다. 아서스는 쿠엘탈라스의 북부 해안에 도착하여 거품이 이는 바다에 서리한을 담갔다. 서리한 주위의 물이 얼어붙었고 얼음은 서서히 바다 너머로 퍼져나가 얼음의 다리를 만들었다.
바다를 얼음길로 바꾼 엄청난 서리한의 힘
더 물러설 길이 없었던 아나스테리안은 얼어붙은 해안에서 아서스와 맞붙었다. 아나스테리안은 펠로멜로른이라는 고대의 검으로 서리한을 상대했다. 두 자루의 검이 울부짖는 소리가 천둥처럼 하늘을 뒤흔들었다. 아나스테리안은 강했지만 아서스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아서스는 펠로멜로른을 부러뜨린 후 아나스테리안의 목숨을 거뒀다. 국왕뿐 아니라 이번 침공으로 쿠엘탈라스 왕국의 하이엘프 대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때마침 왕국 밖에 있었던 국왕의 아들 캘타스 선스트라이더와 소수의 하이엘프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아서스는 곧장 태양샘에 다가가 켈투자드의 유해를 빛나는 샘 깊이 담갔다. 그리고 리치왕이 일러준 주문을 사용했다. 그러자 마침내 켈투자드가 강력한 리치로 되살아났다. 동시에 태양샘은 오염되어 버렸다. 부활한 켈투자드는 아서스에게 은밀히 속삭였다. 군단의 악마들이 아닌, 리치왕과 우리들만을 위한 다른 계획이 있다고. 그는 악마들을 믿을 수 없으며 스컬지 역시 군단이 아제로스를 차지하게 되면 버려질 소모적인 무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아서스는 동의했다. 악마들은 언제나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대로 소모품으로 버려질 수는 없었다.
리치로써 부활한 켈투자드
그렇게 목표를 이룬 스컬지는 쿠엘탈라스에서 떠났다. 뒤늦게 폐허가 된 쿠엘탈라스에 도착한 캘타스 왕자는 참혹한 현실에 통탄했다. 그는 대체로 배타적인 다른 하이엘프들과 다르게 세상의 다른 종족들과 어울리며 세계를 배우고 싶어 했고, 그래서 달라란에 유학을 가있었다. 엘프들은 그런 캘타스를 원망했다. 그는 쿠엘탈라스를 지키지 않았다. 캘타스는 변명하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왕국의 재건을 위해 헌신하여 엘프들에게 인정받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그가 처음 한 일은 태양샘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태양샘의 타락한 에너지는 서서히 쿠엘탈라스와 그곳에 남아 있던 엘프들에게 침투하고 있었다. 캘타스는 오염된 태양샘이 더 이상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른 고위 엘프들을 설득해 샘을 파괴했다. 문제는 평생을 태양샘에 의지해 살아왔던 하이엘프들에게 샘의 부재는 매우 가혹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엘프들은 마력의 원천이 갑자기 없어지자 금단 증상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엘프들은 중독의 고통으로 심신이 약화되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견뎌야 했다. 캘타스는 살아남은 엘프 생존자와 폐허의 잔재를 수습했다. 그리고 고향 땅의 참화에 슬퍼하며 전사한 이들을 기리는 의미로 자신들을 블러드 엘프라 개명했다.
살아남은 캘타스와 블러드 엘프들
로데론과 쿠엘탈라스가 함락되었다. 알터랙과 스트롬가드 역시 연이어 무너졌다. 얼라이언스가 흔들리고 있었다. 불타는 군단은 이제 동부 왕국에서 거의 저항을 받지 않고 군대를 규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악마들은 대해를 지나 두 번째 영원의 샘을 차지할 계획이었다. 킬제덴은 침공의 기반을 닦았지만 직접 전쟁을 이끌 생각은 없었다. 그 영광은 킬제덴과 동급인 군단의 2인자, 파멸자 아키몬드의 몫이었다.
킬제덴이 어둠 속에서 적을 조종하는 책략가 타입이라면 아키몬드는 다혈질의 전투 사령관이었다. 킬제덴은 아키몬드와 소수의 군대를 먼저 아제로스로 소환하고자 했다. 그러나 강력한 대악마 아키몬드를 소환하는 차원문을 열기 위해선 아티팩트 <메디브의 책>이 필요했다. 한때 오크의 손에 의해 드레노어로 넘어갔었던 아제로스의 유물들 중 메디브의 책과 굴단의 해골은 카드가가 보낸 전령에 의해 간신히 다시 아제로스로 넘어올 수 있었다. 메디브의 책은 막대한 수호자의 마력 일부가 주입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어둠의 문을 창조하는 데 사용한 주문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 책에 깃든 에너지와 기록을 이용한다면 아키몬드와 군단의 선봉대를 아제로스에 불러들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달라란의 마법사들은 그 아티팩트들을 달라란 내부에 엄중히 보관하고 있었다. 따라서 아서스의 다음 목표는 달라란이었다. 스컬지는 달라란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이에 달라란의 수장이자 키린 토의 대마법사 안토니다스는 도시에 방어막을 형성하고 결사항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음 목표는 달라란이다.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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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다스는 후회하고 있었다. 오래전 자신을 찾아와 경고를 전했던 예언자의 말을 무시했던 것이 마음을 쓰리게 했다. 그 이방인은 미친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말은 옳았다.
그러나 안토니다스는 이제 와서 서쪽으로 떠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키린 토의 지도자로서 달라란을 버릴 수 없었다. 달라란과 비전의 보관소를 보호하는 것은 그의 의무였다. 대신 이방인의 충고를 실행에 옮겨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인물이 있었다. 키린 토의 제자, 제이나 프라우드무어였다.
제이나는 망설였다. 그녀는 다가오는 스컬지 무리 속에서 아서스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제이나는 스트라솔름에서 그를 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했고 아서스를 구할 방법을 찾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안토니다스의 설득 끝에 그녀는 결국 스승의 말에 따르기로 한다. 제이나는 수일 동안 최대한 많은 수의 피난민들을 모았다. 거의 모든 얼라이언스 종족의 구성원이 그 무리에 속했다. 제이나는 그들을 데리고 마침내 긴 여정을 위한 배에 올랐다.
쓰랄에 이어 칼림도어 대륙으로 향하는 제이나
오래 지나지 않아 아서스의 스컬지 부대가 달라란 앞에 당도했다. 그들은 쿠엘탈라스에 뒤지지 않는 강력한 저항과 맞닥뜨렸다. 달라란 마법사들은 도시에 방어막을 펼치고 비전 에너지를 연속해서 퍼부으며 침입자들에게 파국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서스에게는 달라란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우군이 있었다. 그는 켈투자드의 지식을 활용해 달라란 내부 방어 시설을 우회했다. 그리고 메디브의 책이 보관되어 있는 보관함을 찾아 바로 나아갔다. 그곳에 안토니다스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마법사 안토니다스는 강했다. 비록 수호자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는 지혜롭고 재능이 뛰어난 마법사였다. 그러나 그 역시 아서스의 서리한의 힘을 당하지는 못했다. 안토니다스는 제자 제이나에게 희망을 걸며 아서스의 칼에 숨을 거둔다.
테레나스, 아나스테리안에 이어 죽음을 맞이한 안토니다스
아서스는 제이나가 달라란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러지 않다는 것을 알고서 의아해했다. 그러면서 아서스는 기이한 감정이 스치는 것을 느꼈다.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던 과거 삶의 한 조각이었다. 아서스는 제이나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 감정은 다가온 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졌다.
아버지랑 스승은 아무 거리낌 없이 죽이더니;
아서스는 메디브의 책이 간직된 보관함을 파괴하고 유물을 차지했다. 다른 많은 유물이 메디브의 책과 함께 놓여 있었다. 그중에는 굴단의 해골도 있었다. 이때 아서스를 감시하던 군단의 악마 티콘드리우스는 굴단의 해골이 내뿜는 지옥 에너지의 오라에 이끌려 그것을 함께 훔쳐냈다.
킬제덴 휘하의 군단의 3인자 티콘드리우스는 영리하고 눈치가 빠른 지략가 타입의 대악마였다. 그는 킬제덴의 명령으로 리치왕 넬쥴과 아서스를 도우며 동시에 그들을 감시해왔다. 아네테론, 메피스트로스, 말가니스 등 휘하의 다른 악마들도 함께였다. 다만 말가니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티콘드리우스는 넬쥴과 아서스를 의심하고 있었다.
켈투자드는 악마의 군단을 불러들일 길을 열 준비를 하면서 메디브의 마법책에 매료되었다. 책에는 엄청난 양의 마력과 지식이 담겨 있었다. 켈투자드는 그것을 모두 흡수하여 생전에 지었던 그 어떤 주문보다 거대한 주문을 만들어냈다. 마력이 밀어닥치며 아제로스와 뒤틀린 황천을 연결하는 균열이 생겨났다. 그 불길의 구덩이 속에서 악마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처음으로 도착한 것은 야수 같은 지옥사냥개와 지옥불정령이라고 불리는 영혼 없는 피조물이었다. 그리고 군단의 3인자 만노로스와 파멸의 군주 카자크 등 더욱 큰 악마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런 다음 마침내 아키몬드가 거대한 몸을 드러냈다.
불타는 군단 대강의 세력도
만 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 아키몬드는 다시 아제로스를 굽어보고 섰다. 아키몬드는 즉시 달라란에 분노를 돌렸다. 그는 달라란에 깃든 잠재적인 에너지를 모아 도시를 전복시킬 주문을 지었다. 달라란의 빛나는 첨탑이 하나씩 부서졌고 돌덩이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로데론에 이어 달라란 역시 이날 결국 멸망하고 만다.
순식간에 달라란을 멸망시킨 아키몬드
아서스가 쿠엘탈라스와 달라란을 무너뜨리는 동안 나머지 스컬지 군단은 계속해서 다른 북부 왕국들을 침략해갔다. 스트롬가드 왕국은 초반 스컬지의 침공을 맹렬히 막았지만 결국 국왕 토라스 트롤베인이 사망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쿨 티라스 부대 역시 전력의 역부족을 느끼고 퇴각만을 반복했다.
차례로 무너지는 동부 왕국들
도시국가 길니아스 왕국은 일찍이 세워놓은 그레이메인 성벽 덕분에 한동안은 버틸 수 있었다. 언데드들은 성벽을 넘지 못하고 밤낮으로 벽을 두들기기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휴식도 음식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성벽 바깥의 언데드 군세는 점점 더 불어나기만 할 뿐이었다. 길니아스 국왕 겐 그레이메인은 왕실 마법사 아루갈에게 해결책을 찾으라 명령했다. 이때 아루갈이 주목한 것은 에메랄드의 꿈이라 알려진 에테르 영역에 잠자고 있는 고대의 존재, 늑대인간(Worgen)이었다.
늑대인간이란 고대에 반신 골드린을 섬기던 일부 나이트엘프들이 야수의 본성에 빠져 탄생한 존재들이었다. 당시 다른 나이트엘프 드루이드들은 이 늑대인간들을 격리시켜 영원한 잠에 빠지도록 해놓았었다.
'웨어울프'가 아니라 '워겐'이다.
아루갈은 늑대인간이 통제 불능의 위험성을 갖고 있어 소환을 망설였다. 그러나 결국 국왕의 독촉에 하는 수 없이 소환 의식을 강행했다. 그는 물리 세계와 에메랄드의 꿈을 연결하는 균열을 열고서 늑대인간을 언데드가 모인 은빛소나무 숲으로 불러들였다. 소환된 늑대인간은 즉시 스컬지에게 분노를 퍼부었다. 송곳니와 발톱이 폭풍처럼 몰아치며 언데드를 찢어발겼다. 그 생명체들은 아루갈이 상상했던 것보다도 강력했다.
곧 스컬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길니아스에 온 스컬지 군대는 마땅한 리더가 없었기에 생각보다 쉽게 물러갔다. 그러자 늑대인간들은 이번엔 피를 갈구하며 길니아스인들을 향해 돌아섰다. 늑대인간에게 적과 아군의 구분은 없었다. 그들은 단지 살육을 원했다. 생존한 길니아스 병사들은 재빨리 성벽 안으로 후퇴했다. 성문이 굳게 닫혔다. 그레이메인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마무리된 듯했다. 스컬지는 물러갔고 늑대인간은 성벽으로 차단되어 있었다.
그러나 왕과 아루갈은 늑대인간이 저주를 옮긴다는 사실을 몰랐다. 성벽 안으로 후퇴한 길니아스 병사들 중에는 늑대인간에게 물린 이들이 있었고 그 사이에서 저주가 퍼졌다. 시간이 지나자 고통스러운 저주는 인간 희생자를 늑대 야수로 변화시켰다. 새로운 늑대인간들은 길니아스를 활보하며 더 많은 시민들에게 저주를 퍼뜨렸다. 길니아스를 구하려던 그레이메인은 괴물을 또 다른 괴물로 바꾼 셈이었다. 죄의식에 미쳐버린 아루갈은 어느 날부터인가 늑대인간의 우두머리가 되어 있었다. 겐 그레이메인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성문을 폐쇄하고 직접 늑대인간들을 사냥하며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스컬지는 물리쳤으나 내부 문제로 골치 썩게 된 '겐 그레이메인'
이처럼 얼라이언스의 대부분이 무너지거나 공격받고 있는 동안, 전투에서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종족이 있었다. 바로 노움이었다.
고도로 영리한 노움 종족은 과학과 기계공학 기술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들은 얼라이언스에게 최신 무기와 전쟁 기계를 제공했다. 3차 대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노움은 얼라이언스에 그러한 무기를 계속 공급했지만 병력 측면에서는 지원이 미약했다. 그들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다른 얼라이언스 국가들은 알지 못했으나, 놈리건은 스컬지가 아닌 트로그라고 불리는 잔인한 생명체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아이언포지의 드워프들은 울다만이라 불리는 고대의 성채에서 유물과 지식을 수집하기 위해 곳곳을 뒤졌다. 그러다 그 구석진 틈에 수천 년간 잠들어 있던 트로그들을 깨우고 말았다. 트로그는 잔혹하게 탐험가들을 학살했다. 생존자들은 공포에 질린 채 울다만 밖으로 도망쳐 나와 아이언포지로 돌아갔다. 트로그는 땅굴을 파 그들을 쫓았다. 그러나 도중 다른 더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고 관심을 돌렸다. 노움의 놀라운 도시, 놈리건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공장의 소리였다. 트로그들은 노움들 쪽으로 동굴을 뚫어 그들의 도시를 침략했다.
노움은 트로그보다 신체적으로 열등했으나 지능 면에선 훨씬 우월했다. 노움의 뛰어난 지도자이자 일명 '땜장이왕'이라 불리는 겔빈 멕카토크는 트로그의 침공에 침착하게 대응했다. 겔빈은 요충지마다 병력과 전쟁 기계를 배치하여 침략자의 접근을 막아냈다. 한동안 겔빈은 얼라이언스와 연락을 줄이고 트로그를 막는데 집중해야 했다.
노움들의 땜장이왕 '겔빈 멕카토크'
한편 달라란을 무너뜨린 아키몬드는 곧바로 스컬지의 지휘권을 티콘드리우스를 비롯한 공포의 군주들에게 넘겨버렸다. 아키몬드는 리치왕을 불신했다. 그는 이제 동부 왕국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따라서 더 이상 리치왕 넬쥴과 아서스도 필요 없었다. 아키몬드는 군단의 도착에 앞서 길을 낼 수 있도록 군단의 3인자 티콘드리우스와 만노로스를 칼림도어로 미리 보냈다. 그들의 목표는 이제 영원의 샘의 마력을 억누르고 있는 세계수, 놀드랏실이었다. 스컬지의 지휘권을 뺏긴 아서스는 당황했다. 하지만 켈투자드는 리치왕이 이 상황까지도 모두 예견하고 있었다며 아서스에게 조용히 할 일이 더 있다고 속삭였다.
그리고 며칠 후, 아서스는 칼림도어 대륙에서 뜻밖의 한 남자를 만난다. 일리단이었다.
<6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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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진짜 필력 대단하신듯... 이렇게 스토리 정리하는게 쉽지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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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5부 ㅠㅠㅠ 너무 재미있어요. 옛날 워크, 워크2까진 이해하면서 재미있게 봤다면 최근으로 오면서는 직접 플레이했던 캠페인이 막 생각나고 아! 맞아! 그랬었지! 이러면서 보고 있어요 ㅠㅠ 이대로 최근 확장팩들로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면 정말 정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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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추천입니다!!! 인벤이나 여타 게임 웹진의 스토리보다 훨씬 정리도 잘되있고 읽기 좋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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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3 확장팩까지만 하고 이 후 스토리를 전혀 몰라서... 다음 글 부터는 모르는 내용만 나오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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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를 기달렸습니다 ㅠㅠ 으헝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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