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 시장의 흥망사를 이야기 하자면 당연히 화두가 되는 것은 1990년대를 풍미 했던 PC 패키지 트렌드가 몰락함과 동시에 시작 된 온라인 트렌드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이전에 있었던 또 하나의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8비트로 시작 된 게임 시장
1980년대에도 엄연히 시장은 존재했었다. 이는 당시 MSX 계열의 머신이 80만대 가까이 보급 되었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으며 세운상가를 기점으로 하는 아프로만, 재미나와 같은 회사는 초기에 일본의 메가롬을 불법 복제해서 자체 유통망을 통해 공급하면서 엄청난 이윤을 챙겼다. 그리고, 세운상가의 거의 모든 컴퓨터 관련점에서 메가롬 또는 256K 롬팩의 복제로 수익을 챙기던 시절이었다.
MSX와 함께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한 기종으로 애플이 있었는데, 각 기종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MSX 게임의 대부분은 컬러 화면에 화려한 사운드를 주축으로 하는 아케이드 스타일의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며 그것들은 일본에서 제작 된 것이었다.
반대로, 애플에서 지원 되는 게임들은 대부분 모노크롬 화면에 MSX의 3중 PSG 음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단음 출력이었기 때문에 언뜻 보기에는 MSX보다 게임기로서의 매력은 떨어져 보이는 컴퓨터였다. 그렇지만 애플에서는 상대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롤플레잉 게임이나 어드벤처 게임들이 많이 제작되었다. 그리고 이 게임들은 모두 미국에서 제작 된 것이었다.
1980년대에 벌어진 이 두 갈래의 트렌드가 나중에 1990년대에 와서 한국의 게임 트렌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MSX와 애플에 있어 또 하나의 커다란 차이라고 하면 서로 다른 저장 매체를 쓰는 점을 들 수 있다. MSX는 데이터 레코드라고 하는 일반 오디오 카세트를 기반으로 하는 저장 매체를 사용했는데 저장 매체로 사용 되는 공테잎을 구하기 쉽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로딩 시간이 플로피 디스크에 비해 너무 길다는 단점이 있었다. 한편, 이 점에 있어서는 애플 컴퓨터가 한 수 위여서, 일찍부터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채용한 애플에서는 로딩 시간에 따른 문제는 거의 없었다.
MSX는 당초 미국의 MS와 일본의 아스키가 세계의 모든 PC 환경을 통합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만든 8비트 통일 규격으로 1983년에 MSX의 기본 규격이 발표 되었고 소니, 파나소닉에서 첫 상용 버전이 나온 이후 1985년에 그래픽 기능이 더욱 강화 된 MSX2가 발표 되면서 1985년에서 1990년까지 지속 되는 MSX의 황금기가 시작 된다.
한때는 한국 시장의 70% 이상, 일본 시장의 50%까지 점유율을 올린 PC였으나 결국 사장되는 비운을 맞는다.
지금의 PC와 비교하면 키보드 일체형의 외형이 인상적이다
MSX의 이러한 시장은 이후 국내 게임 시장 2세대로 정리해 볼 수 있는 PC 패키지 시장과 게임기 소프트웨어 시장의 초석이 된다. 하지만 이 초석이라는 것이 좋지 않은 구석이 많았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지금의 시장에 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짚어 보기로 한다.
교육용으로의 가치가 시장을 확대
MSX라는 플랫폼은 가정용 퍼스컴 규격이었지만 대우전자에서 일본의 패미컴과 세가마크의 시판 상황을 참고해서 키보드와 부가 장치를 삭제해 버린 게임기로도 출시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국내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로 기록 되어 있는 “재믹스”였다. 재믹스가 탄생되기까지는 다음과 같은 시장 상황도 한몫을 했다.
당시 8비트 PC 시장은 금성전자의 FC 시리즈, 삼성전자의 SPC 시리즈, 대우전자의 MSX 세가지 규격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금성전자의 FC 시리즈는 금성이 시장에서 철수해 버리는 바람에 일찌감치 시장에서 사라져 버리고 만다.
여담이지만 당시 전두환 정권은 국민학교마다 의무적으로 8비트 컴퓨터실을 두고 일정 수 이상의 8비트 컴퓨터를 구매하도록 했는데 이때 실시 된 정부의 입찰에서 금성과 대우는 삼성보다 낮은 입찰가를 써낸 덕분에 입찰 우선 업체로 선정 될 수 있었고 전국의 국민학교에 공급 된 수많은 8비트 컴퓨터 대부분은 대우의 MSX와 금성의 FC 시리즈가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1년 뒤 금성이 서둘러 8비트 PC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많은 수의 FC 컴퓨터가 무용지물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FC 시리즈는 MSX나 삼성의 SPC에 비해서 호환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삼성의 SPC도 일본의 막강한 소프트웨어 시장이 뒷받침 된 MSX보다 호환성이나 소프트웨어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삼성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를 마련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다.
결국, 국내 8비트 PC 시장은 대우전자와 삼성전자의 양대 구도로 옮겨지게 되었는데 대우의 김우중 회장과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그룹의 자존심을 걸고 직접 챙겼을 정도로 경쟁이 과열 되었다.
두 그룹이 생각하기에, 어차피 앞으로는 가정마다 PC가 한대 이상 보급 될 것이 불 보듯 뻔한데 그 판매 대상이 되는 지금의 국민학생들에게 자사의 PC를 익숙하게 해놓을 필요가 있다- 는 것이 지론이었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우로서는 어떻게든 자신들의 플랫폼이 시장의 주력 기종으로 자리 잡게 할 필요가 있었고 그러다가 생각이 미친 것이, MSX가 원래 게임기처럼 롬팩 카트리지를 사용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일본에서는 롬팩 규격에 따라 500여종 이상의 게임들이 나와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 유일한 MSX 공급원이었던 대우전자는 MSX를 부모들에게는 교육용 퍼스컴이라고 선전하면서도, 새로 출시한 재믹스에 대해서는 완전한 완구 개념의 홍보 마케팅 정책을 폈다.
대우전자로서는 이렇게 해서라도 MSX의 쉐어를 확대 시키면 결국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승리하니까 삼성전자를 꺾어 놓을 수 있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고, 이 전략은 성공을 거두어, 삼성전자의 SPC 시리즈도 얼마 뒤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만다.
한편, 재믹스는 이후 MSX가 시장에서 사라져 갈 무렵에도 선전하여 최종적으로는 MSX 전체 판매 쉐어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반응이 좋았다.
이렇게 되자 MSX 호환의 소프트웨어 시장도 같이 커져서, 자연스럽게 국내 1세대 게임 시장을 형성하게 되었다.
정부, 기업, 상인들이 키우기 시작한 불법 복제 환경
그러나, 이렇게 형성 된 시장은 거의 대부분이 불법 복제 시장이었다. 대우전자에서 직접 일본과 라이센스를 맺고 들여온 게임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강했고 정부가 일본 소프트웨어 수입에 대해서 매우 강력하게 제재를 가했던 점들이 맞물려 시장은 정품 소프트웨어를 파는 대리점보다 자체적으로 세운상가 등에서 복제 되고 게임 타이틀 명도 마음대로 바꿔 버린(어떤 경우는 제작사 이름까지 바꿔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복제물을 파는 대리점이 더 많아져 버리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롬팩의 경우는 카피한다는 느낌보다 물건을 산다는 느낌이 강한 매체였기 때문에 여기 까지는 개선할 여지가 남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MSX에도 대망의 신 매체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등장하면서 시장은 급격하게 변동하였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개발자들이 힘들여 만든 게임을 싼 가격에 카피해서 팔고 유저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게임들을 한꺼번에 카피해서 즐겨버리는...... 그런 트렌드가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시장 구조는 간단했다. 우선 일본을 자주 왔다 갔다 하는 밀수업자가 새로운 게임을 하나 구매해서 들여 온다. 그러면, 세운상가에 있는 도매상에서 3.5인치 등으로 카피해서 적절한 설명을 붙이고 리스팅을 해서 전국 각지의 대리점에 공급한다.
공급 된 디스크는 공 디스크 구매가를 포함해서 한 장에 5,000원 이하의 가격에 유저들에게 팔려 나간다. 유저들로서는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고 같은 시기에 개발 된 국내의 개발사가 만든 게임들에 대해서는 비싸고 불합리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 몇 개의 개발사가 MSX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게임을 출시했는데 가격이 모두 20,000원 이상이었기 때문에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이러한 시장 상황에 대해서 “어차피 일본의 게임들이니까 좀 더 복제를 해서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애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라는 이야기마저 나올 정도가 되었다.
유통업자들이 이렇게 형성시켜 버린 한국 게임 시장의 모럴해저드는 머지 않은 훗날 부메랑처럼 그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코나미에서 발매 되어 일본과 한국에서 크게 히트한 MSX용 슈팅 게임 마성전설.
당시의 개발자들이 몇 달간 피땀 흘려 만든 이 게임은 일본에서는 상응하는 시장의 결과를 얻었으나
한국에서는 3.5인치 디스크 한 장에 다른 몇 개의 게임과 함께 동봉 되어 유저들에게 퍼져 나갔고,
인기는 많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이 게임이 어디에서 만들어진 게임인지 조차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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