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 산업의 현재 PART 1. 경제불황
시작하며...
며칠 전 주말을 맞아, 볼일이 있어 시내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였지만, 버스 안은 에어컨 때문에 무척 시원했습니다. 목적지에 다다를 무렵 차창 밖에서 눈에 띄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폐업정리\'- 최근의 불경기에 이런 일은 흔했지만, 저의 눈길을 끈 것은 그곳이 게임매장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사는 지역에서도 아주 유력했던 긴 역사를 자랑하는 매장 이었습니다. 상당히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확실히 불경기의 바람은 게임시장에도 휘몰아 치고 있습니다. 시내에서 자주 가던 게임 매장에 들렀습니다. "장사 잘되세요?" 라는 상투적인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갈 때마다 던지는 말이기는 하지만, 항상 푸념 같은 한숨 섞인 대답을 듣곤 하죠.
제가 입대 전 무렵, 집 주위에는 3개의 게임 매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군에 입대했고, 제가 군에 있을 때 PS2의 정식 발매와 한글화된 PS2 소프트의 발매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휴가 때 용산에 들러 [라 퓌셀]과 [메탈 기어 솔리드 2]를 사 들고 감격하면서 집으로 향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제가 제대한 후 저의 집 주위에는 단 1개의 게임매장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2년의 시간 사이에 한국 게임 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PS2와 Xbox, NGC가 한국에 정식으로 발매되었고, 한글화된 소프트가 발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밀수품 유통으로 생성되었던 한국 게임시장은 정식 발매된 소프트와 기기를 취급하는 시장으로 변모되었습니다. 정식으로 게임을 유통하고 발매하는 회사가 몇 군대나 생겼고, 한국 업체가 게임을 개발하기도 하고, 인터넷 발달로 인한 폭발적인 인터넷 쇼핑몰의 증가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 시장체계를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한국 최초의 한글화 PS2 소프트웨어! |
뒤늦게나마 리뷰도 했었고, 지금도 다시 즐기고 있다. |
그리고 정식발매 이후 2년 5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한국의 게임시장은 불황에 그늘에 휩쓸려 최악의 상황을 달리고 있습니다. 게임매장은 이미 많은 수가 폐업되었고, 정발된 소프트들의 판매량은 땅을 기고 있습니다. 각종 한정판 등 업체의 마케팅 문제에 업체와 유저의 갈등도 심화되었고, 끝을 모르는 가격경쟁에 살아남은 몇몇 업체들도 다들 힘든 상황입니다. 유저들 역시 불황에 휩쓸려 게임이나 기기를 쉽게 구입하지 못하는 형태지요.
부산 유수의 게임매장의 폐업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어째서 이런 상황에 다다랐나, 지금 상황을 넘어갈 방법은 어떤 것인지, 어떤 문제들이 있는 것인지. 게임 매장을 운영하시는 분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현재 한국 게임시장의 문제점, 유통구조의 취약성, 인터넷과 온라인 매장들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면들. 여러 가지를 정리하여 기술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경제 중심인 서울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장되거나 빠진 부분들이 많을 거 같습니다만 여러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여러 점들을 풀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의문사항이나 지적할 부분이 있다면 주저마시고 쪽지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1. 경제불황
최근 신문 경제란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라 다들 익숙해진 단어 \'경제불황\' 한국 경제는 현재 깊은 침체기에 빠져있습니다. 이는 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분야에서 역시 공통된 사항이기도 한데요. 원래 가계의 수입이 흔들리면 가정 불화도 잦아지는 법이거든요(핫핫핫). 여튼 저튼 간에, 한국 경제는 심한 경직상태에 빠져있습니다. 불황이라는 걸 간단히 풀어서 설명한다면, 돈이 돌지 않는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일단 경제란 건 -돈의 흐름-이 이루어내는 일단의 현상인데요, 기업은 투자를 하여, 상품을 생산하고, 상점은 그 상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는 그 상품을 구입하기 위한 대가를 상점에 지불합니다. 또한 소비자가 지불하는 대가는 기업에서 받은 봉급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즉, 기업-상점-소비자의 관계에서 돈이 돌고 도는 현상을 경제활동이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는 거죠.
그럼 이런 현상이 경직된다는 것은? 일단 기업은 경기가 나쁘고 판매량이 줄어드니, 상품의 생산개수를 줄입니다. 그리고 상점에서는 판매량이 줄어 이익이 줄지요. 그리고 소비자는 기업의 수익이 줄어드니 기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들고, 그러니 허리띠를 졸라 매고 구입하는 상품을 줄입니다. 이런 일단의 현상이 돌고 돌면서 점점 돈의 흐름이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런 현상들을 \'경제 불황\'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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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온통 이런 뉴스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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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다는 건 이런 자료를 보여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심각하다. |
그럼 이걸 게임산업으로 돌려서 적용해보기로 합시다. 그럼 일단 기업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생산합니다. 그리고 게임매장에서는 이것을 판매합니다. 그리고 유저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구입합니다. 이것이 게입산업의 흐름입니다. 그런데 이런 불경기가 계속되자,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판매량이 줄고 매장에서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판매량이 줄어 이익이 줄고 기업에서 사오는 물량을 줄입니다. 그럼 기업 역시 이익이 줄고, 생산량을 줄이게 됩니다. 게임산업 역시 경제활동의 한 측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똑같이 일어납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끼어있는 불황의 그늘은 유저들의 주머니까지 파고들어, 신작 구입을 망설이게 합니다. 그럼 신작판매량이 줄고 발매처 역시 초기 출하량을 줄입니다. 그러다 보면, 판매량이 보장되지 않는 소프트는 발매를 하지 않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지요. 점점 괴멸적으로 나아갑니다. 또한 유저는 좀더 저렴한 중고 소프트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중고 소프트 역시 여러 가지 한계점이 있습니다. 중고 소프트란 신작을 구입하여 즐긴 후 그걸 다시 게임샵이나 개인에게 판매하는 순환구조를 가지는데, 신작이 팔리지 않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게 된다면, 중고소프트의 순환 역시 점점 줄어들 게 됩니다. 악순환의 연속이지요. 경제불황의 리사이클은 게임산업에도 크게 뿌리 박혀서 한국 게임산업계를 점점 죽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불황이 가져오는 한국 게임산업의 현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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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제작사 역시 중고 거래를 좋아할 이유가 없다. |
#2. 신작 판매량의 감소
하드웨어의 경우 판매량에 있어 일정한 \'한계\' 선상이 있습니다. 게임을 즐길 만한 사람들의 수요는 정해져 있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1~2개 정도의 하드웨어를 가지게 되면, 하드웨어 판매량은 신규 유저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수요의 포화상태가 되면 기기의 판매량은 줄어듭니다. 서서히 말입니다.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라면 하드웨어의 판매량은 서서히 줄어듭니다. 하드웨어는 기본적으로 소모품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필수품이기 때문에, 판매량이 급감하거나 급증하는 현상은 드물지요.
또한 하드웨어는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 공급을 위한 초석으로 기업차원에서도 많은 이익을 바라지 않습니다. 오히려 손해를 보고 판매하는 것이 최근의 전략이기도 했습니다. 한 대의 하드웨어를 공급하면, 거기서 수십 장의 소프트웨어 판매를 꾀할 수 있으니, 소프트웨어야말로 게임산업에서의 이익 창출을 위한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팔아도 이익이 아니라 손해가 난다. 하드웨어 |
참으로 많은 이벤트 패키지가 나오는 기기. 많은 가능성을 지닌 하드지만 국내에서는 PS2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일단 기본적으로 게임기라는 것은 한번 보급되면, 기본적으로 일정 비율로 소프트웨어 공급이 이루어지게 되어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일종의 단발성 소모품에 가깝습니다. 게임 소프트웨어는 스포츠나, 몸으로 행하는 취미들과는 달리, 순간적으로 음향, 영상, 조작을 바탕으로 소비하는 소모품입니다. 한두 번 플레이 후에는 컨텐츠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컨텐츠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하드웨어가 보급되어있는 상황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일정적인 비율로 나마 소모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문제는, 이런 \'기본수요\'를 훨씬 밑도는 수준에서 최근 소프트웨어 판매량과 출하량이 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유지되어야 할 일정한 마지노선이 너무나도 쉽게 무너지는 이런 현상은 단지 \'경제불황\'이라는 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팔려줘야 하는 게임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이 게임은 발매된 줄도 몰랐다. [사힐런트 힐4]. |
최근에 몇몇 유명 소프트들이 매진 사태를 기록하고, 유저들의 요청에 재판으로 소프트를 공급하는 현상이 몇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이유에서가 아닙니다. 기업에서 어느 정도 기본수요가 있을 \'유명소프트\'임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을 확신할 수가 없어, 최소한도로 물량을 찍어낸 후 판매 추이를 보고서 재판을 고려한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많았습니다. 최근 들어 수종의 소프트들이 \'덤핑\'가격대로 시장에 쏟아져 나왔는데요, 이것은 판매량을 확실히 추산하지 못한 몇몇 기업이 시장수요보다 과도하게 많은 양을 생산하여, 재고가 쌓여, 이를 현금화하기 위해 덤핑처리를 한 것입니다.
최근 들어 이런 소프트들이 많았는데요, 이후 소프트 초기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어, 인기작품의 경우 쉽게 품절이 되는 사태도 벌어지곤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사전 조사를 실패한 기업에게 책임이 있겠지만, 점점 줄어들고 있는 소프트웨어 판매량이 한몫 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아도 현재 한국의 기업들이 어느 정도로 힘든 길을 가는가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장상황에서도 의욕적으로 라인업을 올리는 몇몇 기업들이 있습니다. 정말 이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이 게임을 한글로 즐길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
현 시장상황에서 이런 게임을 정식 발매한 기업의 |
게임샵들 역시 상황은 좋지 않은데요. 게임샵들은 기반이 약한 영세업체가 대부분입니다. 기본적으로 자본금이 적기 때문에 수개월의 적자를 버텨낼 만큼의 잠재력이 없습니다. 기업은 일단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자금력을 지니기 때문에, 일정 기간의 적자에도 견디며 연구 개발을 계속하여, 후를 대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샵의 경우 개인의 생계가 걸려있는 일이기 때문에, 적자가 길어지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더군다나 최근 격화된 가격경쟁으로 인해 게임샵들의 매출은 더더욱 줄어들었고, 때문에 지방의 이름없는 수많은 업체가 이미 사업을 접은 상황입니다.
#3. PART 1을 마치며.
앞서 말한 데로의 \'기본수요\'를 훨씬 밑도는 소프트웨어 판매량에, 냉담해져 가는 유저들. 이런 현상들 아래 기업과 게임샵들이 허덕이고 있고, 기반이 약한 지방의 소규모 영세 게임샵들은 오늘내일 부로 하나 둘씩 폐업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또한 게임유통 단계의 한계 때문에 벌어진 몇몇 한정판 사건들과 기업과 유저의 충돌들로 유저- 기업,게입샵의 대립은 나날이 격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제불황을 따라 한국 게임산업에도 불어온 불황의 바람은 여기저기 곪아있던 한국 게임산업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습니다. 점점 끝이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는 어디에 있고, 그 끝은 어디일까요? 한국 게임산업은 과연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요? 경제 불황만이 아닌 어떤 것들이 한국 게임시장을 이렇게 힘들 게 하고 있는 걸까요? 앞으로는 이런 점들에 대해 찬찬히 논의해 볼까 합니다.
발매 당시 예약판 배송문제로 물의를 일으켰던 [귀무자3]. |
아직도 제대로 된 결말이 나지 않은 씁쓸한 케이스. |
PART 1 은 여기까지로 줄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충고해주실 사항이나, 문의사항 또는 반박 글은 제 아이디로 메모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이 칼럼에서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사건들, 사고사례 들 있으신 분들은 거침없이 쪽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점점 서늘해지는 날씨 감기 조심들 하시기 바라겠습니다. (특히 소프트 판매량 부진에 대한 자신만의 의견을 피력해주실 분들의 충고 기다립니다.)
저물어가는 밤에, 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