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목 | 데몬즈 나이트 피버 | 출시일 | 2026년 10월 22일 |
| 개발사 | 슈퍼니치 | 장르 | 적도 아군도 킬킬킬! RTA SRPG |
| 기종 | PC, NS, PS5 | 등급 | 15세 이용가 |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Graz'zy |
평소 일본 서브컬처를 즐기는 분들은 왕도(王道) 판타지 같은 표현이 낯설지 않을 터다. 어떤 작품이 장르 문법의 근간에 충실한, 우리로 치면 정통파라 할 수 있는 길이 곧 왕도다. 반대로 거기서 벗어나 변칙을 꾀할 경우 사도(邪道)가 된다. 왕도는 친숙하고 안정적이되 자칫 구태의연해지기 쉽다. 사도는 위험부담이 큰 대신 의외성과 차별화에 앞선다. 스스로 당당히 사도를 걷는다 밝힌 前 니폰이치 사장 니이카와 소헤이의 전략이 바로 그렇다. 그에게 사도는 그저 치기어린 창작열 폭주가 아니라 대형 게임사들 틈바구니서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치밀한 생존술이다.
니이카와P의 대표작 ‘마계전기 디스가이아’는 어떤가. 흔히 잘 짜여진 시나리오 및 밸런스를 토대로 아군이 단계적으로 강해지는 걸 좋은 레벨 디자인이라 여긴다. 요즘처럼 개발 문법이 고도화되지 못한 시절조차 소위 레벨 노가다를 즐기는 게이머는 드물었다. 그런데 역으로 극한 레벨 노가다를, 마니아의 전유물이던 야리코미(やり込み, 파고들기)를 전면에 내세워 깜짝 흥행시킨 작품이 ‘디스가이아’다. 덕분에 니폰이치 = 야리코미란 공식 아닌 공식이 생겼을 정도. 다만 니이카와P에게 사도는 어디까지나 왕도의 파격이며, 야리코미는 그 방식 중 하나일 뿐이었던 모양이다.

십여 년간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사장으로 재직하다 최근 독립한 슈퍼니치 니이카와 소헤이P
그와 슈퍼니치가 내놓은 두 번째 작품, RTA SRPG '데몬즈 나이트 피버'는 과연 사도의 게임답다
슈퍼전대가 아니다, 마법소녀가 아니다, 악의 사도다
최근 아크시스템웍스서 국내 정식 발매한 ‘데몬즈 나이트 피버’는 니이카와P가 니폰이치를 퇴사하고 두 번째로 내놓은 게임이다. 독립 후 첫 작품 ‘이세계의 마녀 군주’는 반성할 줄 모르는 악역 영애가 주인공에다 스시 레인 뮤지컬 액션 어드벤처란 정체모를 장르였는데, 본작 역시 악의 사도를 주인공 삼아 적도 아군도 모두 킬킬킬! 죽으면 죽을수록 강해지는 육성 RTA SRPG를 표방하고 있다. 마왕이 주인공이던 ‘디스가이아’부터 악역 영애, 악의 사도까지 일관되게 악(惡)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다니 과연 사도의 개발자. 다만 니이카와P 작품의 선악 구도는 세간과 정반대일 때가 많다.
의외로 장황한 도입부를 요약하자면, 신과 혈투 끝에 고양이가 되어버린 사신을 부활시키고자 반사회적 사축(社畜) 프로그래머 쟈류인 쿄시로가 악의 사도로서 싸워나가는 흐름. 여기서 신은 부러 쿄시로의 학창 시절 짝사랑이자 전국구 아이돌이 된 미소녀 샤카도 마리아를 데려다 그 대적자로 삼고, 심지어 정신 공격을 가할 요량으로 어릴 적 기른 병아리의 영혼까지 적으로 보낼 만큼 마냥 자비롭거나 선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되려 사신이야말로 시기적절히 동기 부여와 보상을 주며 마리아 때문에 고뇌하는 쿄시로의 청춘 사업도 거드는 등 괜찮은 인(?)생 선배이자 상사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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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여자 따윈 필요 없다는 동정을 보거든 경계하십시오, 그가 바로 여자에 미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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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시로의 학창 시절 짝사랑은 물론 키웠던 병아리 영혼까지 대적자로 보내는 음험하기 짝이 없는 신
게임은 여러 막(幕)으로 구성돼 시스템 및 콘텐츠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외적인 컨셉이 계속 바뀐다. 1막은 괴인 vs 전대, 2막은 마녀 vs 마법 소녀, 3막은 세기말 패왕 vs 성녀, 4막은 악마 vs 천사 같은 식. 물론 악의 사도 쿄시로가 괴인, 마녀심지어거유, 세기말 패왕이며 마리아가 전대, 마법 소녀, 성녀 역할을 맡는다. 전대와 마법 소녀야 그렇다 쳐도 ‘북두의 권’은 요즘 세대가 잘 모르지 싶은데, 은근히 니이카와P 연식이 느껴지는 설정이랄까. 아무튼 세간의 선악 구도를 뒤집는 흥미로운 발상을 사신 vs 신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컨셉으로 풀어냄으로써 다음은 뭘까, 내심 기대하게 만든다.
아무리 게임이라도 잔학무도한 악행을 벌이기 꺼려진다면 걱정 붙들어 매시라. 솔직히 니이카와P 작품서 이야기의 무게감이나 진중함이 넘치는 경우는 드물다. 종종 폭소와 냉소 사이에 묘하게 씁쓸한 설정을 껴 넣어 어떤 감성, 울림을 주긴 주는데 그렇다고 작품 자체가 진중해지는 건 또 아니라. 일례로 2막 목표인 100만 고추 자르기(…)는 분명 엄청난 악행이지만 너무 농담 같으니 되려 도덕 관념에 거슬리지 않는다. 진짜 남성기 절단 장면이 나오거나 자세히 서술하는 것도 아니니까. 즉 ‘GTA’, ‘포스탈’처럼 서구권의 피카레스크 게임과 지향점이 전혀 다른, 이른바 J-다크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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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이 돼 부하를 막 희생시킨다니 불편해… 라고 생각했다면 여러 의미로 그런 게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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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vs 선이란 흥미로운 클리셰 비틀기를 여러 컨셉으로 변주해 다음 막이 기대되는 효과가 크다
컨셉은 흥미 유발, 토대가 된 SRPG, 깊이 더하는 RTA
그럼 본격적으로 시스템 및 콘텐츠를 살피자. 상술했듯 ‘데몬즈 나이트 피버’는 적도 아군도 모두 킬킬킬! 죽으면 죽을수록 강해지는 육성 RTA SRPG다. 이 중 게임의 토대를 이루는 장르는 SRPG로 인터미션과 스테이지를 오가는 퍽 일반적인 구성을 따랐다. 인터미션서 수행 가능한 커맨드는 악행, 삥뜯기, 보쌈, 보물찾기, 악덕승화까지 다섯 가지. 여기서 악행은 다시 다섯 활동으로 나뉘며 쿄시로의 Lv, 능력치, 악덕을 동반 상승시킬 최중요 커맨드다. 삥뜯기는 소비품 수급, 보쌈은 하수인 모집이고 보물찾기는 간이 스테이지를 직접 돌며 강화제를 모으는 식. 악덕승화는 스킬 트리다.
그렇다면 왜 평범한 SRPG가 아니라 RTA(Real Time Attack)가 붙었을까. 각 막당 30일 제한이 걸리기 때문이다. 악행을 저지르든 삥을 뜯든 하수인을 보쌈하든 그에 맞춰 일수가 흐른다. 매 막의 목표100만고추자르기는 기실 악덕 모으기로 귀결되며 틈틈이 신이 보낸 적들과도 싸워야 한다. 스테이지 클리어는 물론 악행, 삥뜯기 역시 하수인이 많아야 결과가 좋아지므로 일단 보쌈이 먼저다. 문제는 스테이지 클리어를 우선하다 보면 하수인 머릿수 보전이 어렵다는 것. 또 쿄시로 본인과 하수인을 키우려 악덕승화에 악덕을 쏟으면 쏟을수록 목표 달성서 멀어지는 진퇴양난으로 몰리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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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및 콘텐츠 구성 자체는 그리 복잡할 게 없다, 저 다섯 커맨드 + 배틀 스테이지가 전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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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어떻게 30일 제한 내에 충분한 육성을 이루면서 목표로 주어진 악덕 포인트를 쌓느냐가 중요
요컨대 매 막의 목표 달성을 좌우하는 직접적인 기준은 악덕이지만, 어차피 신이 보낸 적들과 싸워 이겨야 진행되니 아군 전력이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하수인 보쌈과 악덕승화가 선결이니 결국 일수와 모아둔 악덕이 소모될 수밖에. 다만 주어진 30일 동안 보쌈 → 악행 → 악덕승화 → (삥뜯기, 보물찾기 필수 X) → 배틀 스테이지 → 최종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내내 하수인만 모은다든지, 악덕승화에 과투자해선 안 된다. 즉 악덕승화를 끝까지 찍지 않은 하수인들로도 머릿수를 보전하며 스테이지 클리어가 가능해야 한다. 돌아 돌아 SRPG의 핵심인 전장서 펼치는 수싸움에 모든 게 걸렸다.
물론 SRPG도 RPG인지라, 순수 실력만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전력차를 극복하긴 무리가 따른다. 가면 갈수록 적 Lv이 일괄 상승해 아군 육성이 그에 못 미치기 십상이다. 만약 30일을 넘기거나 특정 스테이지서 게임 오버된다?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사실 ‘데몬즈 나이트 피버’는 다회차를 전제로 설계된, 애초에 권장하는 게임이다. 언제든 그간 육성치 및 재화 일부, 도전과제 특전을 들고 재도전 가능하다. 니이키와P는 2막 중반쯤 한 차례 게임 오버되도록 설계했다지만 어떻게든 몸 비틀어 첫 회차부터 종막까지 갈 순 있더라. 있긴 있는데, 그냥 속 편히 다회차 뛰길 추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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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 전력이 적 평균 Lv을 상회하려면 악덕승화가 필수인데, 그러면 악덕이 소모되는 선택의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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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차 클리어를 깔끔히 포기하는 것도 한 방법, RTA 즉 다회차를 통한 기록 단축을 노리는 게임
적도 아군도 킬킬킬! 그런데 아무나 터트리다 게임 오버
끝으로 ‘데몬즈 나이트 피버’의 하이라이트인 배틀이다. 앞서 보쌈, 육성시킨 하수인 중 스테이지에 허용된 머릿수만큼 배치해 싸우는 건 여느 SRPG와 다르지 않다. 하수인 역시 각 막의 컨셉을 따르는데, 목표 달성 시 몇 명씩 다음 막으로 인계돼 후반에 갈수록 다채로운 악의 군단이 모여든다. 또 컨셉과 별개로 교활, 망집, 광폭, 비도 같은 클래스 개념도 존재하며 그에 맞춰 저마다 다른 행동 지침을 갖는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본작의 경우 게이머가 직접 하수인을 조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은 HP가 적은 적부터 공격하라든지, 아군 근처에 머물라든지 등 대략적인 지시가 고작이다.
뭐, 악당들에게 충심 따위 기대하지 말라나? 그렇다고 답답해 직접 뛰자니 나름 그럴싸한 외형과 달리 쿄시로의 성능은 내내 최약체다. 세기말 패왕일 때는 장애물을 부수거나 경로상 적과 아군을 밀치고 악마가 되면 하수인을 흡수해 아주 잠깐 강해지는데 그래봐야 겨우 1~2인분 수준. 대신 쿄시로는 사신에게 부여받은 스킬로 하수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전장의 장기말로 부려먹는 게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하수인을 자(?)폭시켜 특정 효과를 발동시키는 킬, 서로 위치를 바꾸는 텔레포트, HP를 빼앗는 흡수가 있다. 어떤 킬 효과를 지녔느냐는 하수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폭탄 취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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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인은 클래스별 행동 방침에 따라 알아서 움직이지만, 사신 스킬로 자(?)폭시키거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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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가 박사님, 당신은 살해당하셨습니다! 그 머리 속에 폭탄이 장치돼 지금의 당신은 인간 로봇이야
이외에 복수의 하수인을 희생시켜 버프 오브젝트를 세우는 등 몇몇 스킬이 더 있으나 가장 자주 쓰이는 건 텔레포트 → 킬 연계다. 하수인을 직접 조작할 수 없으니 쿄시로가 적진 한복판에 들어간 다음 하수인과 위치를 바꿔 문답무용 터트리는 식. 일견 비정한 듯싶어도 쿄시로의 스킬로 희생된 하수인은 더 강해진 채 전생하므로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다. 되려 제때 킬 못한 하수인이 적에게 쓰러지면 그대로 영원히 사라진다. TTK(Time To Kill)가 짧달까, 양측 Lv이 비슷할 때 서로 HP 절반씩 지우는 죽창 밸런스라 킬 타이밍을 잘못 쟀다가 애써 키운 하수인이 창졸간 불귀의 객이 될 터다.
그럼 그냥 ‘봄버맨’처럼 시작부터 펑펑 터트리면 되지 않나? 아쉽지만 그건 좀 어렵겠다. 킬된 하수인이 전생하는 건 어디까지나 스테이지 클리어 다음이기 때문. 즉 일개 스테이지로 국한시킬 경우 내가 킬하든 적에게 당하든 일단 전력 공백이 생긴다. 따라서 가능한 한 하수인이 싸울 만큼 싸우고 킬해야 스테이지 클리어에 무리가 없다. 물론 예비 병력을 불러내는 소환 스킬도 있으나 어차피 잘 키운 정예 하수인은 몇 안 된다. 이게 참 밸런스가 절묘한데, 킬 타이밍이 너무 일러도 당장의 전력 약화로 막히고 너무 늦어도 영구적인 전력 손실로 막힌다. 결국 다회차가 속편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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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만 보면 마냥 호쾌한 폭탄마 게임 같지만, 시작부터 막 터트렸다간 전력 약화에 시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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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만큼 싸우게 두되, 적에게 당할 경우 영구 손실된다는 걸 잊지 말고 킬 타이밍을 잘 노리자
‘디스가이아’와 다른 매력, 파고들고픈 사도의 SRPG
요즘 인터넷 스트리밍을 보면 소위 약 빤 게임, 일본으로 치면 바카게(バカゲー)를 많이 즐기더라. 스팀 같은 ESD가 대중화된 이래 온갖 발칙한 아이디어가 속속 게임화됐으며 AI 발전 덕분에 앞으로 더 늘어날 터다. 바카게가 꼭 나쁜 건 아니겠으나 이따금씩 애초에 스트리머들 괴롭히는 게 목표 아닐까 싶은 괴작조차 보인다. 반면 니이카와P가 걷는 사도는 다르다. 왕도의 클리셰를 비틀어 마왕, 악역 영애, 악의 사도가 주인공인 게임을 만들고 한없이 가벼운 유머 코드로 바보 같은 대사를 막 쓰지만 어디까지나 컨셉은 컨셉일 뿐. 게임 자체는 멀쩡, 아니 그 이상의 완성도를 지닌 차별화된 SRPG다.
솔직히 ‘데몬즈 나이트 피버’ 컨셉을 처음 접했을 때나 니이카와P와 마주 앉아 인터뷰를 나눴을 때도 내심 가볍게 즐기기 좋은 소품쯤으로 여겼다. 정의는 승리한다느니 너만은 지킨다느니 외치는 주인공이야 널렸으니 모처럼 시원스레 악행을 저지르는 게임도 괜찮겠다고. 결과적으로 쿄시로든 사신 가스고이데스든 좋은 녀석 투성이기도 했지만 뭣보다 SRPG로서 깊이에 놀랐다. 되려 흥미로운 컨셉에 이끌려 온 비(非) SRPG 게이머로선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을까 싶다. RTA 즉 기록을 경쟁하는 장르이지 않나. ‘디스가이아’와 다른 의미로 본작 역시 마니아층이 형성될 여지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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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만 보면 답 없는 바카게(…) 같아도 SRPG로선 제대로 만든, 그게 니이카와P가 걷는 사도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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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가이아'의 파고들기가 무한 성장이라면, 이번에는 기록 단축을 위한 다회차의 재미를 즐기자
작성 및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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