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킹스 바운티 2 | 출시일 | 2021년 8월 24일 |
개발사 | 1C 엔터테인먼트 | 장르 | RPG |
기종 | PC, PS4, XONE, Switch | 등급 | 12세 이용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Graz'zy |
※ 스포일러 없는 안전한 리뷰입니다.
※ 9월 10일 핫픽스로 게임의 크고 작은 부분이 개선되었습니다. 론칭 빌드를 기준으로 리뷰하되 패치에 대해서도 아울러 다뤘습니다.
※ 시점에 있어 isometric view·perspective view 등 여러 용어가 있습니다만, 본고에선 위에서 내려보는 탑뷰·뒤에서 바라보는 백뷰로만 간단히 서술하였습니다.
31년 전, 독특한 게임 하나가 세상에 나왔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뉴월드컴퓨팅의 1990년작 ‘킹스 바운티(King's Bounty)’. 당시 여느 판타지 RPG와 달리 여행 와중에 모병한 군대로 전투를 치르는 방식이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 이 구상은 몇 년 후 보다 운영 및 전략성에 집중한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으로 계승됐고, 여기서 소위 대박이 나며 장장 7편에 달하는 시리즈로 발전했다. ‘킹스 바운티’ 자체는 워낙 고전 게임이라 현세대 게이머에겐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을 존재하게 한 원형으로 그럭저럭 알려진 정도였다.
그러다 ‘킹스 바운티’라는 IP를 다시금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이 러시아 개발사 카타우리 인터랙티브의 2008년작 ‘킹스 바운티: 레전드’다. 러시아는 여전히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MOD 제작이 활발할 정도로 시리즈 팬덤이 두터운 지역이다. 그 원형이 되는 ‘킹스 바운티’ IP를 러시아 퍼블리셔 1C 컴퍼니가 인수하고, 러시아 개발사 카타우리에게 맡긴 건 자연스런 수순이었던 셈. 고전 감성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킹스 바운티: 레전드’는 꽤 호평을 받았고 이 역시 한동안 시리즈로 이어졌다. 현세대 게이머가 기억하는 건 대부분 이쪽일 터이다.
'킹스 바운티'는 그 자체로 명작이기도 하지만 '히어로즈 오브 마이브 앤 매직'의 원형이란 상징성을 지닌다.
'킹스 바운티'가 그저 상징이 아닌 현역 IP로 부활한 데는 러시아 개발사 카타우리의 '레전드' 시리즈가 큰 역할을 했다.
유념해야 할 점은 카타우리가 도중에 1C와 갈라섰다는 것이다. 개발사 공식 웹사이트와 러시아 위키피디아의 정보가 다소 갈리는데, 대략 ‘워리어 오브 더 노스’부터 거의 관여하지 않았고 ‘다크 사이드’는 확실히 1C 단독으로 개발했다. 이는 시리즈의 평가가 하락한 시기와도 일치한다. 사실 카타우리도 ‘킹스 바운티: 레전드’ 때 구축한 틀로 몇 년간 속편을 찍어냈으니, 퍼블리셔로 개발이 이관된다고 뭔가 더 발전할리가 없었다. 결국 나름대로 괜찮은 평가와 지지를 받았던 ‘킹스 바운티: 레전드’ 시리즈는 2014년작 ‘다크 사이드’로 막을 내렸다.
‘킹스 바운티’ IP의 연혁을 이처럼 장황히 풀어놓는 이유는, 금번 리뷰할 ‘킹스 바운티 2(King's Bounty 2)’가 1C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현세대 게이머에게 익숙한 ‘킹스 바운티’가 ‘킹스 바운티: 레전드’다 보니 ‘킹스 바운티 2’를 논할 때도 이 시리즈와 연속성을 전제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서 뉴월드컴퓨팅의 ‘킹스 바운티’와, 카타우리의 ‘킹스 바운티’와, 1C의 ‘킹스 바운티’는 같은 IP에 기반할 뿐 서로 다른 게임이다. 필자로선 호사가들이 즐겨 쓰는 왕의 귀환이란 표현보단 왕관을 물려받은 상속자가 적절하게 느껴진다.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긴 하지만 개발사가 계속 바뀐 만큼 진정한 의미에서 연속성을 지닌다고 보긴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킹스 바운티 2'를 왕의 귀환이라기 보단 왕관을 계승하고자 하는 상속자의 모습으로 보면 좋겠다.
시리즈의 유산 혹은 구태, 시점 변경이란 중대한 결정
그러면 우리의 야심 찬 상속자는 왕관, 즉 ‘킹스 바운티’란 상징적인 IP에 걸맞은 작품일까. 게임을 켜자마자 곧장 체감되는 본작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시점이다. 기존 ‘킹스 바운티’와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이 고수해온 탑뷰 대신 오늘날 3D RPG서 흔히 볼 수 있는 백뷰로 선회했다. 이는 단순히 캐릭터를 어떤 각도와 거리에서 보느냐를 넘어 게임 구성 및 조작 방식까지 갈아치우는 중대한 변화다. 세계는 데포르메 없이 그대로 구현되었으며 포인트 앤 클릭 대신 키보드 W, S, A, D(혹은 아날로그 스틱)로 캐릭터를 움직인다.
따라서 ‘킹스 바운티 2’는 후술할 전투 시스템을 제외하곤 평이한 3D RPG(좀 더 구체적으론 바이오웨어 계열)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모종의 오해로 감옥에 갇혔던 주인공이 왕세자로부터 특명을 받아 왕실령 이곳저곳을 여행한다. 도중에 서브 퀘스트도 수주하고 던전을 털기도 하며 여러 친구와 적을 만든다. 보상으로 좋은 장비를 얻거나 모아둔 돈을 털어 상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 임수 완수나 싸움에서의 승리로 경험치가 쌓여 레벨이 오르면 유용한 스킬도 찍어준다. 워낙 대중적인 장르, 대중적인 구성인 만큼 세세한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다.
시점의 변화와 함께 전체적으로 최근 흔히 볼 수 있는 3D RPG에 가까워졌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진 셈.
사건 전개나 규모면에서도 주인공의 지휘관으로서 면모가 크게 드러나진 않는다. 평이한 판타지 스토리다.
이처럼 게임의 뼈대가 달라졌다면 대체 왜 ‘킹스 바운티’라 할까. 그 답은 부대 모병과 헥사 타일서 펼쳐지는 턴제 전투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본작의 주인공은 홀몸이 아닌 일군의 지휘관으로 전투 시 모아둔 부대를 전개하여 싸운다. 이때 부대는 각지의 모집관에게 돈을 주고 고용한다. 왕성 인근 병영에 정규군이, 도적단 근거지에 약탈자 모집관이 자리한 식이고 몇몇 최상위 부대는 후반부 퀘스트를 완수해야만 해금된다. 또한 돈 많다고 무조건 물량전이 되는 게 아니라 레벨이나 장비에 따른 통솔력 내에서만 부대 운용이 가능하다.
여행하다 앞길을 막아선 적과 접촉하거나, 메인·서브 퀘스트서 피할 수 없는 전투가 발생할 경우 주인공은 지휘관의 입장에 선다. 화면이 줌아웃되어 전장을 넓게 조망하는 가운데 헥사 타일이 펼쳐지고 아군과 적이 양 끝단에 포진한다. 턴제 전투이므로 각 부대의 주도권이 높은 순으로 차례를 주고받는다. 지휘관은 한 턴, 그러니까 모든 유닛의 차례가 한 번씩 돌아갔을 때마다 마법으로 전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부대별로 강력한 액티브 스킬을 지녔거나 패시브 스킬이 여럿 붙기도 하니 모든 전력을 종합적으로 안배하는 게 승리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적과 조우하면 시리즈 전통의 부대 단위 턴제 전투로 돌입한다. 기본적으로 최대 다섯 부대를 운용하여 싸운다.
매 차례마다 시전 가능한 주인공의 마법 외에도, 부대에 따라 패시브/액티브 스킬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3D RPG이되 싸움만 기존 ‘킹스 바운티’처럼 부대 단위 턴제 전투로 치르는 셈이다. RPG의 절대 법칙인 주인공이 성장할수록 강해지는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비에 붙은 체력, 피해, 치명타, 방어, 저항, 속도 등은 그대로 휘하 부대에게 전이되며 스킬 역시 마법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휘용이다. 퀘스트를 수행하다 질서 vs 혼돈, 힘 vs 기교로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있는데 이 역시 부대 운용과 연결된다. 그에 따라 주인공의 성장 방향이 결정되고 그렇게 찍은 스킬로 동일 성향인 부대에게 이점을 주는 순환 구조이기 때문이다.
RPG 영역 즉 캐릭터 성장 및 장비의 비중과, 전략 영역 즉 유닛 선별 및 포진과 운용의 비중은 적절히 배분됐다. 주인공이 변변찮은 초반보다 후반에 RPG쪽 비중이 늘어나긴 하나 그리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만큼 전략 영역이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하게 다뤄지기에 전투의 재미만으로도 게임을 계속 진행할 동력이 된다. 다만 역시 세트 장비를 다 맞추고 최상위 부대를 갖출수록 난이도가 하락하는 건 어쩔 수 없어서 초반이 더 어렵긴 하다. 최근 핫픽스에 ‘냉대 퀘스트의 마지막 전투 난이도를 하향했습니다.’가 포함된 이유다.
직접 검을 휘두르진 않아도 주인공의 성장이 곧 부대 전력으로 이어진다. 나름 장비를 맞추는 재미가 있다.
네 갈래로 뻗은 스킬 트리 역시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지휘관으로서 부대를 강화하는 효과 위주로 구성됐다.
이동 속도가 게이머의 경험을 어디까지 망칠 수 있는가
아마도 1C는 ‘킹스 바운티’를 새 단장함에 있어 오랫동안 이어온 탑뷰가 다소 구년묵이라 판단한 듯하다. 이제와 탑뷰가 쓰이는 경우는 4X 등 일부 장르로 축소됐고 게임 시점만으로 진입을 꺼리는 미드코어층도 적잖으니 이해는 간다. 역으로 어느덧 배불뚝이 아재가 되어버린 필자는 백뷰로 변해버린 모습에 일단 반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이나 근거 없는 비난이 되지 않도록 시점 변경에 따른 장단점을 살피고 고민했다. 비교적 최근작인 ‘킹스 바운티: 레전드’도 탑뷰를 택한 데는 그만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지 않나. 결국 개발사의 선택일 따름이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그저 ‘통상의 3D RPG + 전통의 부대 단위 턴제 전투’란 아이디어만으로 본작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완성된 게임이란 그 아이디어와 별개로 품질의 차이를 보이니까. 가령 ‘더 위쳐 3’에다 부대 단위 턴제 전투를 붙인다고 그게 ‘킹스 바운티 2’와 같을까? 다시 말하면 ‘킹스 바운티 2’는 그 자체로 완성도가 떨어져서 이게 아이디어의 문제인지 그냥 만듦새의 문제인지 딱 잘라 분간하기 어렵다. 그러니 필자도 이쯤에서 시점 변경에 대해 더 길게 논하기 보다 ‘킹스 바운티 2’는 왜 별로인지로 넘어가고자 한다.
필자는 추억에 젖어 사는 아재라 탑뷰가 그립지만, 확실히 백뷰여야만 줄 수 있는 플레이 경험이 존재한다.
아이디어랑 별개로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가령 이 작품에 부대 단위 턴제 전투를 붙였다고 상상해보자.
‘킹스 바운티 2’는 왜 별로인가. 시대에 뒤떨어진 그래픽과 모션은 의외로 견딜만하다. 그보다 치명적인 문제는 너무나 단순하게도, 그래서 정말 황당하게도 이동 속도다. 무슨 엄청난 하자가 있거나 끔찍한 오류가 빗발치는 게 아니라(오류도 많긴 하지만) 게임이 너무 느려서 못 견디겠다. 가뜩이나 퀘스트 받으랴 수행하랴 보고하랴 뺑뺑이 도는 게 RPG인데, 심지어 ‘킹스 바운티 2’는 여기저기 흩어진 모집관을 수시로 찾느라 몇 배로 동선이 늘어난다. 그 와중에 주인공이 굼벵이처럼 굼뜨다니. 게임을 때려치우게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나마 탈것을 주긴 한다. 그래서 더 문제지만. RPG이니 곳곳에 상자도 열고 폐지도 줍고 NPC나 오브젝트와 상호작용도 해야 하는데 말을 타곤 아무것도 안된다. 그래서 내려서 먹고 좀 가다가 보이면 또 내려서 먹고. 말에 탑승하고 내리는 동작은 어찌나 굼뜬지 몇 초가 소요된다. 거기다 NPC와 대화할 때마다 말이 사라진다. 그야말로 굼벵이 지옥. 모르긴 몰라도 말을 탄 영웅 자체가 ‘킹스 바운티’의 전통 중 하나라, 억지로 말의 존재가치를 늘리느라 걷는 속도를 줄여버린 듯하다. 말을 타고 상호작용이 안되는 건 리얼리티라도 추구하나.
이 고통을 스크린샷으론 전할 수 없다는 게 정말 아쉽다. 배불뚝이 아재인 필자도 저것보단 빨리 뛰겠다.
말을 탈 순 있지만 기승 상태로는 아무런 상호작용이 불가하다. 말에 오르고 내리는 동작도 엄청 굼뜨다.
졸필이나마 게임 리뷰를 업으로 하는 입장에서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 싶어 아찔하다. 사실 어설프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킹스 바운티 2’는 게임 개발의 변방에서 열심히 만든 티가 나는 작품이다. 그런데 고작 이동 속도 때문에 메타크리틱서 몇 점이나 날려버렸을까? 본지는 점수를 매기지 않지만 필자라면 최소 5점은 깎았을 것이다. 개발자가 한 번이라도 테스트해봤다면 느꼈을 텐데. 너무 느리고 답답하다고. 여기에 결코 적지 않은 버그(다행히 진행을 막을 정도로 치명적이진 않다)를 보면 충분히 폴리싱을 거치지 못했음을 짐작 가능하다.
물론 개발자가 아니고 개발 경험도 없는 입장에서 이동 속도 고치는 게 어렵냐고 함부로 말해선 안된다. 다만 필자에겐 나름의 판단 근거가 있다. ‘킹스 바운티 2’가 정식 발매되기 앞서 국내 유통사의 지원으로 테스트 빌드를 시연했었다. 그때도 주인공은 굼벵이고 기승 상태로 아무것도 못했지만 최소한 마을 내에서 말의 속도가 똑같았다. 그런데 게임이 나오고 보니 마을에선 말이 더 느려지는 게 아닌가. 즉 이동 속도를 늘려도 모자랄 판에 줄일 시간은 있었다는 이야기다. 후… 성토가 길었다. 이 부분은 9월 10일 핫픽스를 거쳐 지금은 개선된 상태다.
데모 시연 때는 마을에서도 말이 빨랐다. 속도를 개선해도 모자랄 판에 더 느리게 해서 발매한 거다.
늦게나마 핫픽스가 되긴 했는데, 구보가 답답하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출시했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괜찮게 구축된 게임의 코어, 총체적인 폴리싱의 실패
이동 속도, 별거 아닌 듯 보이지만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일한 문제는 아니다. 우선 위에서도 언급한 자잘한 버그들. 갑자기 특정 이펙트가 잘리고 BGM이 끊기는가 하면 별안간 병력이 증발하는 각종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도발을 건 부대가 있다고 광역 대미지까지 들어가지 않는 등 설계와 엇나간 동작(핫픽스로 수정). 보여지는 그래픽에 비해 떨어지는 최적화와 넘치는 로딩들. 대화 시 NPC 얼굴이 방패에 ‘항상’ 가릴 정도로 대충 설정한 카메라 각도. 더불어 국내 유통사가 범인인지 모르겠으나 한국어화조차 엉망이다.
메인 스토리와 서브 퀘스트는 그저 무난, 평범, 조금 나쁘게 말하면 안일하다. 처음에는 선택지를 주는 퀘스트 구성을 보며 감탄할지 모르지만, 어차피 캐릭터 성장과 연동되는 부분이라 답은 고정이다. 전사가 기교의 길을 걸을 텐가, 마법사가 힘의 길을 걸을 텐가. 심지어 한쪽 성향이 일정 수치를 넘기면 아예 다른 선택지는 막힌다. 진짜 게이머의 성향에 따라 선택을 해야 Role-Playing으로서 가치가 있는데 그걸 스킬 트리와 바짝 붙여버린 건 RPG로서 자격 미달이다. 캐릭터 성장을 계획하는 측면에서 봐도 이런 사항을 초반에 알기 어려워 곤란해진다.
어떤가, 아주 시원한 얼음덩어리 골렘처럼 보이는가? 참고로 이 친구의 영문 명칭은 Iron Golems다.
퀘스트 선택지는 캐릭터 성장과 맞물리기에 어차피 답이 정해져 있다. 게이머의 생각은 중요치 않다.
부대 가짓수는 또 어떤가. ‘킹스 바운티’나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이나 각양각색 매력적인 부대를 수집하고 불리는 게 주된 즐길 거리다. 그런데 ‘킹스 바운티 2’는 부대가 적어도 너무 적다. 대략 성향당 10종 정도인데 중반 이후 버려지는 부대를 빼면 그 반도 안된다. 거기다 늑대/고대 늑대, 트롤/트롤 족장, 서리 정령/거대 서리 정령, 구울/구울 대장처럼 크기 외에는 구별도 안가는 재활용 부대가 적잖다. 뭐가 더 나오겠지, 나오겠지 하다가 엔딩을 봤다. 전략 게임에서 부대 가짓수가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되지만 재미가 덜한 건 어쩔 수 없다.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편의성은 이게 2021년 출시작이 맞나 의심케 한다. 비교적 사소한 부분으론 세트 장비를 일일이 눌러서 찾아야 하거나, 어느 부위인지 알려주지 않아 몇몇 장신구가 엄청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여기까진 좀 아쉬울 뿐이지 괜찮다. 그런데 미니맵서 모집관 아이콘만 표시되고 어디서 뭘 고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 건 별로 안 괜찮다. 즉 스무 명이 넘는 모집관이 저마다 어떤 부대를 보유했는지 전부 외워야 한다는 거다. 계속 플레이하는 도중에는 그럭저럭 기억이 나지만 직장인이라 띄엄띄엄 즐기는 이들은 어쩌라는 말인가.
화면에 보이는 앞쪽 부대와 뒤쪽 부대는 서로 별개의 유닛이다. 아마 개발자도 둘을 구분하지 못할 거다.
모집관이 서른 명에 가까운데 미니맵은 위치만 알려준다. 여기서 문제! 붉은 용은 누구에게서 고용할까?
그나마 호평 요소인 전투도 편의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전략성을 내세운 게임이니만큼 게이머가 판단을 내리기 위한 정보를 간결하면서도 정확히 보여줘야 한다. 가령 아군과 적 부대의 차례를 나타내는 순서표, 방금 상대가 사용한 스킬이나 마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 해당 부대가 지금 어떤 버프/디버프에 걸렸으며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명확한 표시 등등. 그리고 전투 애니메이션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일부 스킵하고 헥사 타일의 투명도를 만지는 옵션 등등. 빠른 저장 및 불러오기가 3주만에 핫픽스로 추가된 게임이니 전투 재시작은 당연히 있을 리 없고.
필자가 무슨 엄청난 기능을 바라는 게 아니다. 저 가운데 전투 관련 옵션은 무려 1996년작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2’에 있었다. 순서표도 2006년 나온 5편부터 존재했다. 다른 턴제 전투 게임까지 시야를 넓히면 당연히 온갖 편의 기능이 쏟아진다. 지금은 2021년이다. 1C가 ‘킹스 바운티 2’를 개발하며 참고할 레퍼런스야 차고 넘친다. 게임의 코어를 뭐라하는 게 아니다. 전투 자체는 꽤 재미있다. 하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려는 노력과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다 투박한 만듦새를 다듬지도 않고 내놓았다. 도대체 뭐가 그리 급했기에.
절대 일부러 화면을 정리한 게 아니다. 깔끔하다는 측면에선 훌륭한 UI다. 전략 게임으로선 꽝이고.
주도력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순서를 보여주지 않을 이유가 있나? 15년 전 게임도 지원하는 기능이다.
그래도 ‘킹스 바운티’와 ‘HOMM’의 유산은 재확인했다
31년 만에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라며 왕관을 물려받은 ‘킹스 바운티 2’. 그 면면은 고전 명작의 재림이라기 보단 잘 쳐줘야 평작에 불과하다.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괜한 욕을 먹는지 모르겠으나, 한편으로 제목이 ‘킹스 바운티 2’가 아니었다면 누가 관심이나 줬을까 싶다. 출시하고도 열심히 고치는 모습은 좋지만 핫픽스 목록을 보면 솔직히 3주나 걸릴 분량인지는… 가격이라도 좀 저렴하면 좋았을 텐데. 부대 가짓수가 부족한 게임인데 몇 종은 초회 특전과 고가의 에디션 전용이다. 마갑은 인게임에 단 하나도 없다. 이러니 응원할 마음이 들겠나.
그럼에도 9월 10일 핫픽스까지 참작하면 종합적으로 평작은 되는 게임이다. IP 이름값에는 한참 못 미쳐도 취향이 맞으면 즐길만하다. 어설프고 투박한 만듦새가 거슬리지만 이따금씩 빛나는 순간도 분명 존재한다. 바로 전투를 할 때다. 혹자는 ‘킹스 바운티 2’를 통해 이 장르의 수명이 다했다거나 원래 그 정도 수준이었다고 깎아내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킹스 바운티 2’서 괜찮은 부분은 전부 변화가 아닌 계승에서 나왔다. 즉 ‘킹스 바운티’와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의 유산이 이렇듯 못난 게임조차 즐길 만하게 바꿨다 해야 옳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급으로 후속작을 암시하는데, 과연 시리즈화될 수 있을까. 재미가 없진 않다만.
리뷰하다 말고 다른 게임 소개가 조금 그렇지만, 필자와 함께 '송 오브 컨퀘스트'를 기다려보면 어떨까.
작성 및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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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목 진짜 잘 뽑았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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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송 오브 컨퀘스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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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한번하고 예구했던거 다 환불때림 원래 이런 게임이였다면 머 재미를 느끼거나 찾을수 있었겠지만 아머드 프린세스 같은거 기대하고 한 입장에선 다크사이드보다 못한 게임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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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오브컨퀘스트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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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래픽만 좋아지고 게임성은 후퇴한게 느껴지더군요. 오죽하면 옛날 킹스바운티가 훨씬 재밌다고 느껴질까요.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최적화도 덜 되어서 콘솔 차세대기에서 조차 60프레임을 못 뽑아주고 PC판에서도 3000시리즈 아니면 프레임 드랍 심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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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한번하고 예구했던거 다 환불때림 원래 이런 게임이였다면 머 재미를 느끼거나 찾을수 있었겠지만 아머드 프린세스 같은거 기대하고 한 입장에선 다크사이드보다 못한 게임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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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래픽만 좋아지고 게임성은 후퇴한게 느껴지더군요. 오죽하면 옛날 킹스바운티가 훨씬 재밌다고 느껴질까요.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최적화도 덜 되어서 콘솔 차세대기에서 조차 60프레임을 못 뽑아주고 PC판에서도 3000시리즈 아니면 프레임 드랍 심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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