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크레용 신짱 나와 박사의 여름방학 | 출시일 | 2021년 07월 15일 |
개발사 | 밀레니엄 키친 | 장르 | 어드벤처 |
기종 | 닌텐도 스위치 | 등급 | 국내 미발매 |
언어 | 일본어 | 작성자 | Mustang |
올해 초 진행된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처음 선보인 ‘크레용 신짱 나와 박사의 여름방학 -끝나지 않는 7일간의 여행-’(이하 짱구의 여름방학)은 여러모로 화제의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크게 두 가지 시선이 존재했는데, 하나는 나의 여름방학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다른 하나는 크레용 신짱(짱구) 게임으로의 바라보는 정체성이다.
밀레니엄 키친. 그리고 아야베 카즈가 타이틀 개발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나의 여름방학 특유의 감성을 기대할 만 했고. 짱구 IP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아트. 캐릭터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풍의 배경 등은 보다 넓은 타겟층에 걸쳐서 관심을 모으는 계기로 작동하고 있었다.
※ 게임의 볼륨과 구조를 고려하여, 스크린샷은 초반 위주로 사용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 힐링을 부르는 여름방학 앗소 대모험
개발사가 이전과 같기는 하지만, 이번 타이틀을 나의 여름방학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표시하고 있지는 않다. 나의 여름방학 시리즈의 이름을 쓸 수 없기에, 게임 타이틀 명 또한 보쿠(ぼく)에서 짱구가 스스로를 지칭하는 오라(オラ)로 변경된 상태다. 따라서 정신적 후속작 혹은 나의 여름방학 스타일의 짱구 게임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을 듯 하다. 시리즈의 연장선에 두지 않은 것은 작은 변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후술할 내용까지 생각하면 근본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를 가져온 결정이기도 하다.
우선, 짱구의 여름방학은 한 문단으로 게임 플레이 흐름을 정리할 수 있다. 시놉시스 그 자체가 게임의 콘텐츠 전반을 관통한다. 큐슈에 구마모토에 있는 ‘앗소’라는 지역에서 여름을 보내게 된 짱구 가족. 짱구는 아쿠노 박사에게서 사진이 그림으로 출력되는 신비한 카메라를 받고 어린이 신문 기자가 되어 앗소를 돌아다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이벤트가 발생하고 이를 경험하는 것이 게임의 전반적인 방향성이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경험한 이벤트는 일기장에 기록된다
첫 공개에서 볼 수 있었던 게임의 비주얼은 훌륭한 수준에서 마감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2D 배경 + 3D 캐릭터의 조합이지만,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옮겨온 모델링이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극장판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들까지 생각했을 때에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짱구의 팬이 아니더라도 평온한 분위기와 고즈넉한 배경들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 될 것이다.
분위기와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리즈인 만큼, 게임 내의 환경은 목가적인 분위기 그 자체다. 플레이어는 낚시를 하고, 주변 식물을 채집하고. 심부름과 이벤트 등을 처리하는 플레이가 이루어진다. 힐링 게임이라는 표현에 부합하는 게임 플레이 그 자체다. 지극히 안정적인 감정선과 잔잔한 이벤트. 그리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이러나 저러나 비주얼 자체의 아름다움은 부정할 수 없다
‘끝나지 않는 7일간의 여행’ 이라는 부제처럼, 게임 플레이는 1주일을 몇 회 루프하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반복되는 시간은 짱구만이 아는 상태이며, 이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가 이번 타이틀의 중심으로 자리한다. 그렇기에 게임의 구조는 한 번의 루프를 기준으로 조금씩 확장되는 구조를 가져가게 됐다.
모종의 이유로 1주일이 반복되기는 하지만, 모든 시간이 같은 것은 아니다. 루프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사건이 일어나는 시점이 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플레이어는 이 과정에서 이전에는 갈 수 없던 장소를 방문하게 된다. 1주 단위로 갈 수 있는 곳이 조금씩 확장되고 최종적으로는 앗소 전 지역을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다.
회차를 반복하면서 갈 수 있는 곳을 넓혀나가는 구조
비주얼과 게임의 컨셉. 그리고 나의 여름방학과 짱구라는 두 콘텐츠의 조합 측면에서 보자면 짱구의 여름방학은 지극히 목적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완성도를 갖춘 게임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콘텐츠의 깊이와 상호 연결되는 플레이를 구축하지 못해서다.
콘텐츠의 깊이를 이야기하자면 ‘얕다’는 표현을 남긴다. 게임 내에 자리하는 콘텐츠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이벤트와도 크게 연결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단편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게임 방향과 크게 일치하지 않는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식물 채집 / 곤충 채집 / 낚시 / 농사 / 공룡 카드 배틀 / DJ 정도다. 이러한 주요 활동은 심부름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콘텐츠나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짱구의 여름방학에서 게임 플레이 전반은 딱 정해진 이벤트를 중심으로 1주일이 반복되는 구조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몇 가지 행동을 반복하며 조금씩 달라지는 게임 내 이벤트를 감상하는 정도로만 게임 플레이가 구축되어 있다. 이벤트도 게임 플레이 요소와는 동떨어져 있다. 그간 여름 방학 시리즈가 매일 진행되는 이벤트로 미니 게임이나 각 행동의 연결 고리를 부여했었다면, 짱구의 여름방학은 콘텐츠와 이벤트 간의 연결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느슨하다. 심지어 파고들 만한 수준의 깊이도 없다.
상호 연결과 깊이를 논하기에는 너무 반복적이고 의미가 없는 플레이들이다
곤충이나 식물을 채집하는 것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낚시를 하는 것도 게임 내에서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도감을 채우는 것 이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 1주일이 반복되는 구조이기에, 다른 이벤트로도 직접적인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이벤트는 이벤트 대로 알아서 루프에 따라서 진행되며, 이벤트 외부에 게임 플레이가 자리한 형태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게임 내에서 유의미하게 할 만한 행동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게임 플레이와 이벤트가 유리된 것은 결과적으로 게임 플레이에서 오는 감성을 변화시켰다.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게임 내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은 없다. 그저 특정 시간과 주기마다 정해진 이벤트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시간 소비 수단이 될 뿐이다. 이벤트와 여러 행동을 수행하면서 감정선을 건드렸던 여름방학 시리즈와 가장 차이를 보이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공룡 배틀도 그렇고. 감정선을 자극한다기 보다는 의미가 크지 않고 반복적 플레이에 가깝다
30일의 시간 제한을 두고 정해진 기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어떤 행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인가에 게임 플레이가 맞춰져 있지 않아서다. 1주일이 반복되기에 장기적으로 행동을 하기 보다는 단편적인 이벤트를 몇 회차에 걸쳐서 감상하는 느낌에 가깝다. 시간이 지나고 이벤트가 진행되면 NPC와의 관계는 초기화되고 다시 1주일을 처음부터 진행해야 한다. 게임 플레이에서 쌓아온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플레이어가 NPC에 투여하는 감정을 쌓을 시간들이 충분히 마련되었다고는 하기 어렵다.
최종적으로 짱구 가족을 배웅하는 모습에서 예전과 같은 뭉클함과 같은 감정이 들지 않는 것도 여기에 있다. 일주일이 반복되며 관계가 어느정도 초기화 되는 구조. 게임 플레이와 이벤트의 상호 연결이 제외되고 단편적으로 꾸려진 이벤트. 이 모든 것은 결과적으로 플레이어가 NPC, 배경에 녹아들고 공감하기 위한 빌드업을 갖지 못한 것과 같다.
고정 시점이기에 때때로 공룡이 시야를 방해하는 문제도 있다
반대로, 여름방학 시리즈의 연장선이 아니라 짱구의 캐릭터 게임 측면에서는 어떨까. 이 또한 최소치만을 만족했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IP를 잘 살리지 못했다’와 같은 모호한 표현보다는 구조 자체가 상황 설정을 흥미롭게 만들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야기 형태 자체는 흥미로울 뻔 했으나, 영상 매체와 게임이라는 차이에서 완성도가 달라졌다. 애니메이션과 같은 느낌을 주기에는 비주얼 적인 측면을 제외하고도 더빙과 같은 부차적인 요소들이 너무도 적다. 목소리가 입혀진 부분은 극 소수에 그치며, 대부분이 텍스트로만 전달되고 있다.
더불어, 결정적으로 소재와 연결되는 게임 플레이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에 설정 자체가 크게 와닿지가 않는다. 사건 자체는 늘 그렇듯이 별 것 아닌 이유로 사건이 발생하고 의외로 싱겁게 해결이 된다. 다만, 영상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점에서 해결 과정을 플레이와 연결시킬 필요가 있었다. 짱구의 여름방학은 빈약한 플레이 구조를 갖추고 있기에, 흥미로울 법했던 설정은 연출의 부재와 플레이의 빈약함 속에서 존재감이 더욱 희석됐다.
빈약한 게임 플레이를 고려하면, 결국 남는 것은 캐릭터와 나름의 이야기다. 그러나 게임이기에. 그리고 직접 행동하며 감정을 느긋하게 쌓아나가는 나의 여름방학 시리즈에서 선보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독특하게 다가갔을 법한 시도들은 의미를 잃어버렸다. 너무도 가진 것이 없어 스크린샷 한 장 만으로도. 몇 주를 반복하는지 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는. 얕고 빈약한 이야기와 게임 플레이다.
플레이에서 감정선을 쌓아온 것이 없기에, 마지막 배웅은 뜨뜨미지근함 그 자체다
● 변화 - 현실적인 판타지와 판타지적인 유토피아
짱구 IP를 가져오면서 게임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보여줬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그리고 여기에 여름방학 시리즈가 꾸준히 선보였던 소재와 분위기를 주변부에 희석시켜 접목하는 선택을 내렸다. 덕분에 이번 짱구의 여름방학은 캐릭터와 이야기 그 자체에 무게감이 실려있는 타이틀이 됐다. 즉, ‘여름방학’ 보다는 ‘짱구’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콘텐츠 측면을 보자면, 비슷한 형태의 타이틀. 혹은 이전 여름방학 시리즈가 제공하던 콘텐츠와 출발점이 다르지는 않다. 낚시를 하고 이런저런 수집물을 모으고. 벌레를 잡고 풍경을 감상하는 전반적인 흐름이다. 다만, 콘텐츠의 개념 자체는 유사할 지 몰라도 감성적인 부분 / 콘텐츠의 깊이에서 큰 차이를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콘텐츠의 중요성과 별개로, 판타지적인 유토피아와 현실적인 판타지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쿠마모토 어딘가에 있는 현실적인 동네, 앗소
세상에 존재할 리 없는 장소에서 목가적인 생활을 즐기는 것. 그리고 어딘가 ‘있을 법 한’ 장소에서 목가적인 생활을 즐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있을 법 한’이란 생각까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여름방학이라는 소재를 전달할 지. 게임 플레이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가 달라져서다.
다른 타이틀이 보여주는 것은 판타지적인 유토피아다. 당연히 현실에 존재할 리 없고, 기본적으로 갈등이 없는 생활과 플레이어가 만들고 꾸려나가는 이상적인 세계의 생활이다. 하지만 여름방학 시리즈는 현실적인 판타지. 즉, 실제 현실-노스탤지어-에 기반하면서도 오직 좋은 부분만을 집약시킨 경험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시골에서의 생활이 오직 낭만에 차있지 않음에도, 긍정적인 경험과 뭉클한 감정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낭만과 이상을 응축한 시골 동네 그 자체다
두 타이틀의 차이는 감정의 시작점이 다르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몰입하는 대상도 달라진다. 판타지적인 유토피아에서는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이 더 중요해진다. 유토피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플레이어가 생활하는 장소를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는 플레이가 게임을 이끌어나간다.
여름방학 시리즈의 현실적인 판타지는 특정한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지. 어떤 것에 그리움을 가지고 접근하는지가 감정과 행동의 시작점이 된다.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플레이어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 그리고 플레이어의 결정에 상관없이 꾸려진 배경을 제공했다.
다만, 이번 짱구의 여름방학은 이전 시리즈가 보여줬던 감정 접근법과는 차이가 있다. IP가 접목되면서 판타지 측면이 크게 강화되어서다. 이전 시리즈들이 가족을 중심으로, 여름방학 한 달을 생활하는 과정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박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이 게임의 중심에 자리한다. 그리고 게임의 제목처럼, 이어지고 반복되는 일주일이 게임의 주요 플레이가 된다.
사건의 주요 인물인 아쿠노 박사
판타지 측면이 강화되면서 일부 콘텐츠도 변화했다. 이전 시리즈와 비교하면 차이가 드러나는데, 곤충 배틀(벌레 씨름)이 삭제되고 쵸코비 공룡 카드 배틀로 전환되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전반적인 콘텐츠 자체가 이전 시리즈와 비교해서 간소화됐고 현실에 기반하여 제공하는 분위기 보다는 그 외부에서 감정과 분위기를 끌어온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과거 여름방학 시리즈의 느낌이 나지 않고 캐릭터 게임의 연장선에 가까워졌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차이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이전과는 다른 접근법이기도 하다. 여름 방학이라는 정해진 기간 동안 생활하는 플레이를 넘어서, 이야기와 사건을 감상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중심부에 자리하게 됐다.
문제는 그 중심에 자리한 이야기와 사건. 캐릭터 측면이 허술했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짱구 IP를 사용한 게임의 연장선에 있지, 나의 여름방학의 연장선에 자리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성인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게임이 아니라, 캐릭터를 앞세운 전연령 타이틀에 가깝다고 본다. 목적이나 고민의 지점이 바뀐 것이다.
그렇다고 이야기 구조가 잘 짜여진 것은 아니다. 미적지근함 그 자체에 가깝다
● 왜 짱구였는가 -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그렇다면 어째서 여름방학에서 ‘크레용 신짱 나와 박사의 여름방학’이 되었는지. 몇 가지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여기서는 게임과는 분야가 다르기는 하지만, 시각문화 연구자 이하림씨의 표현을 빌리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하림씨는 베이퍼웨이브 탐구와 관련한 논문에서 ‘생경한 그리움’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논문의 제목처럼,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자, 불일치와 충돌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적인 노스탤지어다. 여기서 생경하다 라는 표현이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다(또는 생소하다, Unfamiliar)는 의미로 사용됐다.
생소하다는 점에서는 여름방학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게임 내에서 그리고 있는 환경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지 못했을 경험들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이전 나의 여름방학 시리즈 정식 넘버링 타이틀을 돌이켜 보면, 모두가 70~80년대 여름방학. 그것도 도심이 아닌 시골에서 보냈던 추억이 있어야만 근원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는다. 일본 기준으로는 쇼와 시대 유년기를 보낸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2000년대 초반,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을 생각하면 나의 여름방학 시리즈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과거의 노스탤지어를 바탕으로, 과거의 좋았던 기억만을 게임으로 그려내는 구조다. 문제는 이 시기가 지나서 게임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았던 기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기나 지역에 따른 공감 여부다.
공감의 영역이기도 한데, 매일 아침 라디오 체조는 아직도 왜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일본으로 따지자면, 90년대 버블이 지난 이후의 기억이 좋았을 리 만무하고. 도심에서 여름을 보낸 사람들 현재 시점의 게이머들에게 있어서는 게임 내의 배경은 경험할 수 없던 것 또는 공감을 하기 어려운 것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의 기반이 되는 문화 자체가 달라지고 여름방학을 구성하는 활동 자체도 변화했을 테니까.
이는 문화가 다른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도 마찬가지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 가진 여름 방학의 경험과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의 여름 방학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당장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와 친구들의 경험을 비교해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동네에서 박쥐와 반딧불이, 사슴벌레를 보며 자랐던 나와 같은 사람(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 시골이었다)과 도심에서 유년기를 보낸 사람이 갖는 노스탤지어는 서로 다른 시각에서 구성되기 마련이다.
각자가 다르기에. 그리고 현실이 계속해서 변화하기에. 같은 나이여도 지역에 따라 다를 것이며, 같은 지역이어도 나이에 따라서 서로 다른 감정선과 몰입 지점을 갖게 된다. 더군다나 나의 여름방학 시리즈는 마지막 작품 이후 12년 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났다. 게임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것을 그리워할 수도 있을 테지만, 반대로 아예 소재에 관심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이전보다 더 늘어난 셈이다.
과거와 달리, 마루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 또한 감성의 영역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개발진 또한 이와 같은 현실적인 제한이자 한계를 인식하지 않았을까 싶다. 감성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나의 여름방학은 분명히 성인을 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타이틀이다. 그렇기에 정식 넘버링이 아닌, 짱구의 IP를 덧입히는 선택지를 가져갔다는 추측을 남겨본다. 경험하지 못한 것. 혹은 경험했던 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안배로 해석할 수 있다.
IP가 더해지면서 소재에 관심이 없더라도. 짱구라는 캐릭터의 행동을 통해 감정과 경험을 전달할 가능성이 생겼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와 경험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그리고 아름답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물이자 방법론이다. 게임의 배경 시점이 70-80년대가 아니라 현대가 된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캐릭터가 더해진 것. 그리고 현대적인 배경이 된 덕분에 보통은 경험하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할 행동들이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아니, 오히려 이전의 현실과 상황을 경험하지 못했음에도 게임 내 활동에서 그리움을 느끼거나. 당시의 생활상을 고찰해보는 감정까지 이어지게 된다.
콘텐츠의 깊이 자체는 큰 폭으로 하향되었지만, 콘텐츠 외부로 한정해서 생각하면 다른 판정을 내릴 수도 있다. 캐릭터 게임으로써 판단했을 때에는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IP를 가져온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된 것처럼 보인다. 완성도나 콘텐츠 완성도와는 별개로 짱구 IP를 덧입히지 않았다면, 게임 발매 이전의 관심이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은 분명하니까.
어찌됐든, 짱구 IP가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관심은 아니지 않았을까
● 시리즈의 가능성과 그저 캐릭터 게임 - 그 어딘가에서
나의 여름방학 시리즈는 대대로 일본 내수용 타이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쇼와시대의 여름방학이라는 지금은 사라진 시대의 분위기를 게임으로 그린다는 것. 그리고 지극히 일본의 여름 문화를 반영하고 그려낸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짱구의 여름방학은 다르다. 이전 타이틀이 현실의 추억을 아름답게 그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면, 이번 타이틀은 현실적인 경험과 더불어 애니메이션에서 느꼈던 감성으로 전환됐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활동은 현실적인 판타지에 기반을 두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짱구 극장판의 특별한 이야기와 캐릭터 설정을 앞세우고 있다.
감정적인 진입 장벽이 조금 낮아졌다는 점. 짱구 극장판에 가까운 감성을 전달하는 점에 있어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름방학 시리즈의 전체로 보자면 정체성 변경이 있다는 점. 콘텐츠의 간소화 면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콘텐츠가 빈약해도 비주얼 자체는 만족스럽기는 하니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보다 판타지적인 상황으로 게임 흐름이 변하기도 했고, 여름방학 시리즈가 줬던 감성에 근접하지는 못한다. 더불어 반복되는 1주일이란 구조 자체가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남는다. 한 주를 몇 번 반복하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고 결과적으로 콘텐츠가 정체되는 것으로 이어져서다.
그러나 문화적으로 한정되어 있던 감성을 덜어내고 보다 넓은 범위와 연령대에 다가갈 수 있도록 변화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깊이감이 없이 얕은 콘텐츠와 상호 연결되지 않는 콘텐츠 흐름까지 생각하면, IP를 가져왔을 때의 장점은 이 부분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리하자면, 노스탤지어에 기반한 감정을 전달했던 ‘나의 여름방학’ 시리즈의 경험보다는 ‘짱구’ IP를 이용한 나의 여름방학 스타일의 게임 플레이로 봄이 옳을 듯 하다. 나의 여름방학 시리즈 연장선에는 변화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허나 그럼에도 IP 팬들에게는 나름 소소한 수준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경험과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성 및 편집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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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반복...엔드ㄹ..윽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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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에 비해 게임성이나 구성이 조금 떨어지나보군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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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화 안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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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않는 여룸방학이 얼마나 지루한건지 알려주는 게임인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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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을 재밌게 하기 위한 조건 1. 80~90년대 유년 시절을 일본에 거주 혹은 당시 일본에 살았던 사람 2. 나의 여름 방학 시리즈 했던 사람 3. 크레용 신짱의 팬 위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패스하시길 바랍니다. 직접 해보니 옛날 추억 끄집어 내기 정도로 느껴지더군요. 물론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들이 있는 경우라면 꽤 괜찮을 수 있습니다. (감성을 다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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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ㅛ..ㄱ.ㅜ..ㄹ...ㅡ...티..ㅇ....큭..머리가...! | 21.08.04 22: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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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 22.04.18 16: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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