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에 힘입어 상당한 유동성이 IT 벤처업계로 흘러들어갔고, 이로 인해 벤처기업의 현금 보유는 크게 늘어나게 된다. IT 벤처기업들의 은행 예금도 따라서 대폭 증가하는데, 이들 기업이 주로 거래하는 은행이 바로 SVB였다. SVB는 늘어난 예금을 어딘가에 투자하고 운용을 해야 했다.
문제는 IT업계에 워낙 유동성이 많이 풀려있어 대출의 수요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투자처와 운용 방안을 찾아야 했는데, 그 대안이 국채나 안전한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당 채권들 역시 단기물의 경우는 워낙 금리가 낮기에 장기물을 중심으로 투자하게 된다. 결국 SVB는 단기로 받은 예금을 장기 국채 및 모기지 채권에 투자하는 모양새가 됐다. 전형적인 장단기 미스매칭이 벌어진 셈이다.
이렇게 해도 예금이 계속 유입되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2022년에 접어들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빨라지자 IT업계 쪽으로 들어오는 자금도 줄어들었다. 해당 기업들은 운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 인출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 IT업계의 불황은 특정 기업에만 닥치는 게 아니라 해당 산업 전체로 확산하는 특징이 있다.
SVB는 IT기업들에 특화된 은행이기에 IT업계가 어려워지자 예금자들의 예금 인출 압력이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에 봉착했다. IT업계로부터 예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의 예금을 인출하려면 SVB는 보유한 현금을 내줘야 한다. 하지만 자금 대부분은 장기 국채와 모기지 채권에 묶여 있었다. 이 경우 해당 채권을 매각해서 예금자들의 인출 요구에 응해야 한다.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불거진다.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 금리가 급등하는데, 이때 기존의 낮은 금리 상태에서 투자했던 장기 국채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를 매각하게 되면 상당한 투자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런 손실은 은행 자본을 크게 훼손시킨다. 은행의 자본이 급격히 줄어들면 예금자들의 불안감이 커진다. 은행에서 예금을 대규모로 인출하는 뱅크런이 현실화하게 된다. SVB도 마찬가지 경로를 걸었다. 은행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하면서 예금 인출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SVB는 국채를 매각하고 발생한 손실을 메우고자 유상증자를 준비했다. 하지만 한번 신뢰가 무너진 은행이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