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국 현대사의 비화와 한국의 아름다움을 영상에 담아온 다큐멘터리 감독 정수웅(77·사진) 다큐서울 대표가 최근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 5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으나, '주위에 부고를 알리지 말라'는 유언에 따라 뒤늦게 소식이 알려졌다.
고인은 1970년대 KBS PD 시절 '한국의 미' '한국의 재발견' 등 우리 역사와 자연미를 강조한 작품들로 명성을 알렸다. 1977년 진도의 독특한 장례를 담은 '초분'은 다큐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유럽방송연맹 주최 골든하프상을 받았다. 하지만 1982년 전두환 대통령 전기 필름 연출 지시를 거부하며 KBS를 떠난 뒤 줄곧 독립 PD로 살아왔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영상총감독과 1988년 서울올림픽 영상총감독을 역임했으며, 최근까지도 캄차카 파견 조선인들의 후일담을 다룬 '고향이 어디세요?'(2017)를 만드는 등 '영원한 현역'으로 활동해왔다.
말년까지 '잃어버린 50년, 캄차카의 한인들'(1995), '태평양 전쟁 최후의 외무대신 도고 시게노리'(1999) 등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추적했다. 2005년 '110년 만의 추적, 명성황후 시해사건' 제작 과정에서 만난 일본인 후손들을 초청해 사죄를 받아낸 일화는 유명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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