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단편 소설: 예상치 못한 불꽃
by 마이클 루오
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story/the-unexpected-spark/
"받을 수 없어." 가게 주인이 제리의 거스름돈을 돌려줬다. "어차피 남는 부품이야. 넌 안개가 밀려온 이후로 너무 큰 도움을 줬잖니."
제리는 부단히 주변을 둘러봤다. 익숙한 거리에서 낯선 상실이 보였다. 세상을 끝장낼 뻔했던 사악한 마법 때문에 집이고 가게고 엉망진창이었다. 사람들이 실종되고 가족들은 고통에 빠졌다. 그래도 중간층 시장에는 여전히 군중이 모여들었다. 제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자운은 다시 일어설 것이고 자신은 그것을 도울 것이다.
일로 단련된 가게 주인의 손을 보며 미간을 찌푸린 제리가 자신의 손을 앞으로 밀었다. "바나나 튀김이라도 사 드세요. 딸들이 좋아하잖아요."
가게 주인은 한숨을 쉬더니 미소를 지었다.
제리는 계속해서 시장을 걸어가며 할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을 떠올렸다. "셰이라는 노인네한테는 가지 마라. 그 노인네가 파는 부품은 죄다 녹슬었으니까! 마리아 아줌마네에는 빨리 줄 서는 게 좋아. 그 집 양념 닭고기는 신이 내린 음식이지!" 할머니의 말이 잔소리 같기는 해도 늘 정확하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시장과 시장 사람들에 관한 일이라면 모르는 게 없었다. 모의 딸들이 캐러멜 입힌 바나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게 된 것도 할머니 덕분이었다. 모두와 격의 없이 지내는 할머니의 정보는 이럴 때 도움이 되었다.
"이 쥐새끼 같으니, 이리 오지 못해!"
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보자 사람들 사이로 허둥지둥 달리는 남자아이가 보였다. 땅딸막한 남자와 멀쑥한 남자가 그 뒤를 쫓았다. 입고 있는 옷을 보니 화공 남작의 부하들이 틀림없었다.
제리는 쏜살같이 지나가는 아이의 팔을 홱 낚아챘다. "저기로 가, 빨리." 제리는 입술을 내밀어 모의 가게를 가리켰다. 모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겁먹은 아이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날 믿고 가!"
아이가 달려가 탁자 밑에 숨자 모는 서둘러 천을 덮었다.
"어이! 찾는 사람이라도 있어?" 제리는 다가오는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부하들이 사람들을 밀치며 다가왔다. "꼬마를 찾는 중이야. 방금 이쪽으로 뛰어갔지. 봤나?" 땅딸막한 남자가 물었다.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남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말하면 해치진 않겠다."
"글쎄. 내가 당신들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먼저 아니야?"
남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뭘로 해칠 셈이지?"
제리는 총을 매달아 놓은 곳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젠장. 또 엄마 공방에 놓고 왔나 봐.'
'다른 방법을 써야겠네.' 손을 비빈 제리는 제자리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부하들은 깜짝 놀라 자세를 고쳤다.
"설마... 춤추는 건가?" 멀쑥한 남자가 말했다.
"알 게 뭐야? 빨리 붙잡기나 해!" 땅딸막한 남자가 꽥꽥거렸다.
제리의 손발이 흐릿해졌다. 제리의 재킷 뒤에 있는 장치가 전기를 모으며 돌아갔다. 제리가 스파크 팩이라고 부르는 제한기였다. 눈 깜짝할 사이 두 사람 사이를 쌩 지나간 제리는 사나운 번개를 남기며 두 사람을 쓰러뜨렸다. 제리의 몸에서 새어 나온 전류가 근처 문과 차양으로 튀며 작은 불씨를 남겼다.
"워!" 제리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췄다. 부하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까맣게 그을려 길거리로 떨어진 차양을 본 제리의 입이 떡 벌어졌다. "죄송해요! 제가—"
"신경 쓰지 마." 모가 탁자 밑에 숨어 있던 아이에게 나오라고 몸짓했다.
"굉장하다!" 아이가 팔을 크게 벌리며 불쑥 말했다. "나 좀 도와줘. 놈들이 부모님을 붙잡고 있어."
"뭐? 어디에서?"
"놋쇠구리 골목 모퉁이! 공장이야. 놈들이... 거기로 부모님을 데려갔어. 다른 사람들도. 내가 봤어!"
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네 이름이 뭐니?"
"티믹."
"티믹, 내가 너희 부모님을 구해 올게." 제리와 모의 눈이 마주쳤다. "부탁 하나만 더 해도 될까요?"
"된다마다." 모가 티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꼬마야, 저녁으로 바나나 튀김 어떠니?"
놋쇠구리 골목은 인근 거리와 마찬가지로 화공 남작 공장이 열을 지어 있었다. 혀끝이 아릴 정도로 매연이 짙은 곳이었다. 사람들이 이런 환경에서 일하도록 몰아붙이는 것은 화공 남작들밖에 없었다.
모퉁이에서 경비 몇 명이 싸구려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녹슨 이중문이 달린 다 쓰러져 가는 건물 옆이었다. 티믹이 말한 대로였다. 제리는 벨트를 더듬어 총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했다.
다른 입구를 찾아보자 근처 벽 위쪽에 기어갈 수 있을 만큼 크게 뚫린 허름한 환기구가 보였다. 구멍을 향해 점프했지만 높이가 살짝 모자랐다. 뒤로 물러선 다음 달리자 발치에서 불꽃이 튀었다. 이번에는 더 높이 뛰어올랐다. 전기 덕분이었다.
"그 카드는 아까 썼잖아!" 환기구 가장자리에 매달린 제리의 귀에 투덜거리는 경비의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야!" 다른 경비가 소리쳤다. "술병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으니 제대로 알 턱이 있나."
제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 할머니 말씀이 맞았네요. 경비들은 밤이 되면 게을러지나 봐요.'
환기구로 올라가 열심히 기어가자 큰 쇠격자 구멍으로 뚫린 바닥이 보였다. 아래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방이 있었는데 벽마다 폭이 넓은 금속 파이프가 빼곡했다. 출구는 아까 본 이중문으로 막혀 있었다.
중앙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죄수라도 되는 양 마법공학 창을 든 화공 남작 패거리의 감시를 받으며 부품을 조립했다. 조립 라인 끝에 뭔가 도착할 때마다 패거리 중 하나가 그것을 시험했다. 그럴 때마다 파란빛이 번쩍이더니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잠잠해졌다. 경비대장이 누가 봐도 실패한 게 분명한 물건을 박살 내며 사람들에게 다시 하라고 지시했다. "똑똑한 녀석들이라더니." 경비대장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사람들은 억지로 끌려온 게 분명했다. 부모, 부부, 친구 할 것 없이 모두 고통을 받고 있었다.
"윽!" 제리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분노와 전기가 실린 주먹을 쾅 내리쳤다. 그 충격에 쇠격자가 덜컹거렸다. 급히 붙잡으려고 해 봤지만 고정이 풀린 무거운 쇠격자와 함께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제리는 커다란 쇳소리와 함께 공장 한가운데 착지했다.
다들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켜고 몸을 움찔했다.
"녀석인가?" 정신을 차린 경비 한 명이 물었다.
대장이 으르렁거렸다. "아니. 저 여자 얼굴에는 모래시계가 그려져 있지 않아."
제리가 벌떡 일어섰다. "누구를 기다리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을 이렇게 가둬 두면 안 되지."
대장이 노려보았다. "누가 그래?"
"내가."
제리가 총을 휙 뽑았다. 오른손으로 녹슨 진홍색 총 손잡이를 쥐고 있었다. 제리의 엄마가 방아쇠나 탄창 없이 전기 능력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총은 분노로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지직거리는 정전기가 제리의 손에서 전도성 총신으로 흘러 들어갔다. 제리는 목표를 조준했다.
"초강력 레이저!"
천둥 같은 빛줄기가 패거리 뒤에 있는 이중문을 덮치며 녹슨 금속을 날려 버렸다.
"도망쳐요! 경비들은 제가 처리할게요!"
인질들이 흩어지고 경비들이 그 뒤를 쫓았다.
한 여자가 제리의 팔을 붙들었다. "내 아들 못 봤어요? 우리랑 같이 오지 않았는데!"
"티믹은 괜찮아요. 지금—"
"티믹? 아니, 우리 애는—"
더 많은 패거리가 몰려들었다. 제리는 총을 홱 끌어 발사하며 패거리를 밀어내 수심에 가득 찬 여자가 도망칠 공간을 확보했다.
"가야 해." 남자가 여자를 끌어당겼다.
제리는 사람들을 엄호하며 전기 총알을 발사했다. "너희 보스가 이번 일을 알게 되면 날 여기서 죽이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될걸."
달아나는 인질을 쫓던 분노에 찬 경비들의 시선이 제리에게 향했다.
'좋아. 나한테 오라고.'
경비들이 다가오자 제리는 벽에 얽힌 넓은 파이프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놋쇠와 구리로 만들어진 전도체였다.
제리의 발에서 전기가 타닥거렸다. 불꽃으로 힘을 얻은 제리는 이리저리 얽힌 파이프를 타고 미끄러지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경비 셋을 향해 총알을 퍼부었다. 경비들의 몸이 꿈틀하며 경련을 일으키더니 쓰러졌다. 능숙하게 방향을 바꾼 제리는 뒤에서 자신을 급습하기 위해 측면 난간을 기어오르던 경비 몇 명을 떨어뜨렸다. 남은 적은 얼마 되지 않았다.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가족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때 밑에 있던 파이프가 폭발했다. 제리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잡았다." 대장은 마법공학 대포로 보이는 무기를 들고 있었다. 포구에서는 연기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남은 병력이 창을 들고 집결했다.
제리는 힘겹게 일어섰다.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까진 무릎에선 피가 흘렀으며 다친 몸에서는 전류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제리는 공격하기 위해 총을 들어 올렸다.
쉬익.
대장이 히죽거렸다.
'젠장! 떨어질 때 고장 났나 봐.'
적들이 포위망을 좁혀 왔다.
"될 대로 되라지!" 제리가 옆으로 총을 내던지고 재킷을 벗어 던졌다. 스파크 팩이 사라지자 몸에 전압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제리는 왼쪽 주먹을 위로 내질렀다.
"번개 방출!"
제리의 주먹에서, 가슴에서, 온몸에서 차례로 방출된 생체 전기 파동이 공간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제한이 풀린 파동은 번개를 품은 폭풍처럼 전도체 위로 호를 그리고 격렬하게 타닥거리며 방을 삼켜 버렸다. 경비들의 몸이 격하게 흔들리더니 동시에 쓰러졌다.
무릎을 털썩 꿇은 제리는 주먹으로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눈을 깜빡이며 땀을 흘리자 갑자기 온몸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먹혀야 할 텐데."
"망할 꼬맹이 같으니." 대장의 목소리가 방을 가로질렀다.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대장의 모습이 보였다. 코와 귀에서 피가 흘렀다.
제리가 고함쳤다. "왜?! 왜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해치는 거야?"
대장은 코웃음을 치며 자신의 무기를 찾아 주변에 널브러진 부하들의 몸을 걷어찼다. "남작님의 눈에 아무 죄 없는 사람 따윈 없어."
대장이 대포를 들어 올려 제리를 겨누는 것과 동시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방을 채웠다.
남은 힘을 최대한 끌어모은 제리는 옆으로 몸을 굴려 바닥에 나뒹구는 커다란 파이프 뒤로 숨었다. 폭발이 일자 제리와 파이프가 벽으로 날아갔다. 제리의 시야가 깜깜해졌다. 눈을 떴을 때 대장은 보이지 않았다.
제리는 달빛이 비치는 텅 빈 거리에서 몸을 휘청이며 집으로 향했다. 인질들이 무사해서 다행이었지만 여전히 이가 갈렸다. 화공 남작들은 늘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자원도 많았고 힘도 많았다. 그 힘은 화공 남작들의 통치하에 있는 모두가 만든 체계였다. 모두가 화공 남작이 통제하는 자운에 기여했다. 대장의 말대로 아무 죄 없는 사람은 없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모두가 피해자였다.
뒤쪽에서 파란빛이 번쩍였다. 제리는 발걸음을 멈췄다.
"제법이던데."
돌아보자 물감으로 얼굴을 칠한 소년이 손에 빛나는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미행을 당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제리는 다시 한번 싸울 준비를 했지만 사실 똑바로 서 있기도 버거웠다.
"진정해. 티믹한테 얘기 들었어."
"넌 누군데?"
"에코라고 해. 창고에 있던 녀석들은 날 찾고 있었어. 네가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야. 한바탕 난리를 쳐 놨더라?"
제리가 한숨을 쉬었다. '남작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면 안심해도 되겠지.'
에코가 말을 이었다. "이봐, 궁금한 게 많을 거야. 나도 그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돕는 거야?"
제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사는 곳을 지키고 싶으니까."
에코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얘기 좀 하자. 자운에는 너 같은 사람이 필요해... 참, 오늘 밤 우리 부모님을 구해 준 것도 고마워."
제리 역시 미소를 지었다. "별말씀을."
(IP보기클릭)58.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