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붕괴에 휘말려 치명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교수가 탑승한 자쿠ⅡF2형이 소지한 측거기를
지표에 떨어뜨려 제2발을 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아니, 그보다 지금은 명중한
메가입자포의 출처가 더 문제일 터였다.
하지만.
교수
"아...나의 신의 눈이...!"
교수의 F2형이 네발로 기어가 분진 속에서
잃어버린 측거기를 찾는다.
꼴사납다기보다는 이제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그 모습.
포수였던 같은 F형의 프랜시 조장과
탄두 장전을 담당하던 겔구 J의 터그 중사는
탄식할 수밖에 없었지만 원래부터 역력한
지온의 정규병이었던 두 사람은 곧 요격으로 넘어간다.
무장이 부족한 프랜시의 F형은 이미 무용지물이 된
교수기의 개틀링 실드를 절반정도는 탈취한 뒤
먼저 뛰쳐나간 터그 중사기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분진 속에서 나타난 프랜시들의 MS와
분진 속으로 지금도 뛰어들려던
잭들의 MS가 제로 거리에서 맞붙었다.
잭
"겔구그...!? 역시 지온의 잔당인가!"
허무맹랑하게 백병전이 시작됐다.
잭은 눈앞에 다가오는 겔구그 J의
스파이크 실드를 억지로 회피했다.
하지만 제어가 여의치 않은 건담 시작 0호기는
바로 옆에 있던 짐 커맨드와 접촉.
그대로 두 대는 뒤엉키듯 분진 속으로 낙하해 갔다.
분진 속...
불안정한 자세로 건담 시작 0호기가 일어난다.
그 발밑에는 말려든 짐 커맨드의 기체가 누워 있다.
잭은 회선을 열었지만 짐 커맨드 파일럿은
충격으로 실신이라도 해버렸는지 응답하지 않는다.
어쨌든 전투에 복귀해야 한다.
잭은 정면을 응시했다.
그 눈앞에.
거대한 포구가 있었다.
전함의 주포가 그대로 땅에 고정된 듯한 널찍한 설영.
빔 병기가 아니다. 실포사격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폰 브라운을 덮치고 있던 무기?
그 포신의 곁에는, 한 대의 자쿠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익살맞은 듯한 자세로 경직돼 있는 그 모습은
갑자기 내려온 0호기의 모습에 위축한 것처럼 보인다.
순간 잭은 에너지 충전이 막 끝난 롱 라이플을 준비한다.
잭
'이 거리에서...? 맞을까?
아니, 그 전에 어떻게 노리지? '
익숙하지 않은 실험기는 잭에게
신병 같은 망설임을 준다.
그 순간의 틈을 타서 눈앞의 자쿠는 일어나
포신 트리거에 손을 댔다.
잭
'저쪽도 쏠거야.'
충동적으로 잭은 트리거를 밀어 넣는다.
반동이 왔다.
자세가 정돈되지 않은 사격은
0호기의 기체를 부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쓰러뜨리게 한다.
정면 모니터가 하얗게 그을렸다.
자신이 쏘아올린 메가입자의 빛일까,
아니면 눈앞에서 포탄이 작렬했을까?
엄청난 충격 속에서 잭은
실험기 개발자들이 장갑 개발에
소홀하지 않기만을 빌었다.
장거리용 무기를 근접전으로 맞댄
건담 시작 0호기와 자쿠ⅡF2형.
섬광과 충격. 폭발적으로 솟아오르는 분연.
달의 대지가 흔들렸다.
그러나 두 대의 MS는 멀쩡했다.
방출된 메가입자, 그리고 포탄은
서로 눈앞의 목표를 포착하지 못하고
하나는 허공을 무위로 직진하다가 이윽고 사라지고
하나는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똑같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침묵하는 두 대의 MS.
하지만 그것도 일순간의 일로,
교수가 탄 F2형은, 황급히 다음탄을 장전할 수 있도록,
옆의 탄창에 손을 뻗었다.
그러나, 1대로 그것을 실시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MS의 허리에 장착된 머신건을
매니퓰레이터가 자동으로 장착시켜 줄 것이었지만
잔해 붕괴의 충격으로 그 기능도 작동하지 않는다.
남은 무기는 사격까지 손이 많이 가는 이 자멜포밖에 없다.
한편 건담 시작 1호기 내 잭은 모니터에 표시된
라이플의 에너지 충전 완료까지의 카운트에 혀를 찼다.
여간해서는 아니지만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다.
뭔가....
"각자 탈출! 귀환한다!"
잭의 건담 시작 1호기는 깔려 있던
짐 커맨드를 끌고 탈출로 돌아선다.
도중 짐 커맨드 파일럿이 각성했고
잭은 그를 앞서게 했다.
하지만 스스로는 무너져 내린 잔해로
길이 가로막혀 탈출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버렸다.
"베어드 중위!"
잭
"상관없어! 기체를 버린다!
코어 파이터로... 으아, 우와아아!?"
기체를 분리해 코어 파이터로 탈출을 시도한 잭.
하지만 그 기체도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는
잔해에 삼켜져 버렸다.
완전히 무너져 버린 무사이함 잔해 속에서
노멀 슈트 차림의 잭이 기어 나왔다.
크게 몸을 편 뒤 고개를 떨구듯
발밑에 눈을 떨어뜨리다.
잭
"데이터 정도는 회수할 수 있겠지...."
잔해에 묻혀버린 실험기...
시말서 정도로 끝날 것 같지는 않지만...
문득 잭은 자신이 서 있는 잔해에
뭔가 크게 마킹이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잭
"뭐야? 잔해였던 무사이함의 선명일까...?"
"카멜? 달의 낙타구나"
쓴웃음을 지으며 잭은 새삼스럽게
달의 경치를 둘러보았다.
확실히 사막이다, 낙타도 어울린다, 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잭
"저건...?"
공기가 없어 원근감은 뚜렷하지 않지만
아마도 꽤 먼 위치를 마치 토끼처럼
뛰어가는 세 명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지온 컬러의 노멀 슈트. 방
금 전까지만 해도 적이었을지도 모르는 그 사람의 그림자.
하지만 잭은 이상하게 그것을 보고 웃으며 배웅했다.
패군의 비장감도 없이
어딘가 한가로운 그 모습이 묘하게 이상했던 것이다.
잠시 후 그 3명에게 접근하는 기체가 있었다.
조금 전까지 잭을 따르던 짐 커맨드가 두 대,
세사명 앞을 가로막듯이 내려온다.
마치 벼룩처럼 도망다니는 그들을
짐 커맨드는 고생해서 구속했다.
잭은 이번에는 소리를 지르며 웃었다.
날아가는 짐 커맨드.
상당한 사냥감이었다고 잭은 생각한다.
잭
"자, 나도 돌아갈까?"
잭은 뒤돌아봤다.
.
.
.
.
.
.
.
잭
"아니, 잠깐만.어떻게 돌아간다는 거야?"
"맞아 아까 짐. 밤죄자 구속은 좋은데,
나는? 나의 회수는?"
나는... 두고 가냐!?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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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봐서는 혼웹으로 나올 예정인듯 합니다 | 23.04.01 08:2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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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감사합니다~ | 23.04.01 08:29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