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로 변한 신라 그리고 2D 소울라이크, '남모' 시연기
게다가 매년마다 새로운 것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소규모 개발사의 타이틀들은 독특한 소재 또는 플레이 양상을 더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개인의 경험의 폭은 더욱 더 넓어진다. 그렇기에 대규모 타이틀은 물론, 인디 게임 또한 관심을 두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플레이엑스포 2025 인디 오락실 구역에서 만난 길드스튜디오의 ‘남모’는 앞서 언급한 조건들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작품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7명의 대학생이 스튜디오를 꾸려가면서 작업한 이 작품은 시연을 위한 간결한 빌드만을 가지고 왔음에도 게임의 코어 플레이와 메커닉이 확실한 상태였다.
남모는 신라 시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이를 다크 판타지로 재해석했다. 준정과 남모의 비극을 소재로 사용한 다음, 준정에게 배신당한 남모가 두 눈을 잃고 왜 자신을 배신했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두 눈을 잃었다는 소재는 게임 플레이 메커닉과 접목되었으며, 다크 판타지로 변한 신라를 배경으로 독특한 디자인의 설정과 보스 디자인들이 플레이어의 눈을 사로잡는다.
우선 가장 눈을 사로잡는 비주얼 측면을 언급해야 할 것 같은데 다크 판타지 신라를 배경으로 하면서 지금까지 보기 어려웠던 아트워크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보스들의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불교 관련 요소들이 보스로 자리한다. 다크 판타지가 되어버린 신라의 복식은 물론이고 미륵 형상을 하고 있는 기괴한 보스 / 금강역사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서양 판타지와는 궤를 달리하는 비주얼들이 게임을 수놓는다.
남모의 게임 플레이의 중심에는 패링과 함께, 영안(靈眼)이라 명명된 기능이 자리한다. 패링과 영안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게임 플레이가 설계되어 있으며, 두 기능에서 이어지는 추가적인 메커닉들이 보스전에서의 긴장감과 플레이를 규정하는 상태다. 이렇게 언급을 한 이유는 보스러시라는 지향점에서 알 수 있듯이, 탐색이나 탐험보다는 액션과 거기서 이어지는 보스전에 집중한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우선 액션 측면에서 보자면, 일반 공격 / 패링 / 회피 및 점프와 같은 2D 액션의 기본적인 플레이가 이어진다. 일반 공격은 3회까지 가능하고 별도의 강공격이나 차지 공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플레이의 변수를 만드는 것은 패링과 점프와 같은 요소들이다.
패링은 소울라이크라는 플레이 양상을 반영하듯이 전투의 중심에 자리한다. 사실, 어떻게 보자면 플레이 자체는 단순하다. 무엇보다 패링을 중심으로 설계해서 전투의 호흡을 가쁘게 유지한다. 패링의 판정은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여유로운 편이며, 이를 기준으로 적들의 패턴이 설계되어 있는 상태다. 시연 빌드 기준이기는 하지만 보스들의 패턴이나 패링 타이밍에 적응이 되었다면,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할 수 있다.
패링 자체의 성능도 준수한 편이다. 보스 패턴의 대부분을 패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연 빌드 기준으로 패링이 불가능한 공격은 없고 공중에서도 패링이 가능한 것을 볼 수 있다. 적들의 원거리 공격 또한 패링이 가능하기에 근접한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회피의 성능도 충분하다. 성공적인 회피 이후에 연결되는 부가적인 메커닉은 시연 빌드에서는 없지만, 충돌 판정을 최소화해서 쉽게 위치를 옮길 수 있도록 했다.
준수한 성능의 패링은 후술할 ‘영안’이라는 메커닉과 연계된다. 영안을 사용하기 위한 게이지를 채우기 위해서는 공격 또는 패링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제한을 걸었다. 이는 곧 플레이어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된다. 방어적으로 게이지를 채울 수는 없으므로 계속해서 공격하고 패링하는 플레이를 추구하는 형태다.
공격적 플레이를 극대화 하는 것은 ‘영안’이다. 영안은 주인공인 남모의 주위를 비추어 외형적인 면이 아닌 내부적인 면을 꿰뚫는다. 전투 측면에서 영안은 영혼의 세계를 꿰뚫는다는 설정을 통해 약점을 노출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점이 게임 플레이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유리하게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영안을 사용하도록 설계해서다.
더불어 영안 자체는 보스전까지 도달하는 플랫포밍 구간을 해결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숨겨져 있는 발판을 영안을 통해서 볼 수 있도록 한다거나. 바닥에 있는 함정이 영안 범위에는 노출되지 않는다거나. 공개된 영상처럼 영안 범위에 투사체들이 달라진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렇게 영안은 퍼즐이나 플랫포밍과도 연계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전투 중심의 게임 플레이에서 꽃을 피운다.
남모에서 보스들은 스태거 게이지를 가지고 있어서 게이지가 다 차오르면 일정 시간 행동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플레이가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스태거 게이지를 다 채워도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강력한 한 방을 노릴 수 없다. 바로 이 시점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영안을 통한 약점 파악이다.
약점은 영안을 사용했을 때에 보라색으로 빛나는 지점들을 의미한다. 영안 활성화 이후 게이지가 전부 감소되기 전까지 해당 약점을 타격하면, 노란 색으로 빛이 나게 되며 여기를 노려서 공격하면 한 번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해당 영안을 통해서 약점을 공격당한 적들은 해당 부위가 파괴되기도 한다.
부위가 파괴된 적들은 이후에는 패턴이 달라지는 것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무릎이 약점인 석상을 상대하는 상황에서 영안 발동 이후 다리의 약점을 파괴했다면, 다리가 잘려나가 보스가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해당 보스는 돌진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며, 패턴도 이전보다는 조금 더 단순한 상태로 변화한다.
이 영안을 이용한 부위파괴와 스태거 게이지는 별개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는 스태거 게이지를 채우고 그로기 상태에 빠진 적들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 흐름이겠지만, 적이 그로기에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영안으로 약점을 파괴하는 것이 가능하다. 부위 파괴 이후에도 그로기에 돌입하므로 이를 이용해야만 보스를 더 용이하게 잡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적의 체력이 30% 시점에 2페이즈로 넘어간다면, 30% 직전에 약점을 파괴하고 더 큰 피해를 준 이후에 2페이즈에 돌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시연 버전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했으며, 개발자 또한 그로기 게이지와 영안의 부위 파괴를 개별로 둔 이유가 이런 플레이를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그로기 게이지와 영안을 통한 부위 파괴를 같은 선상에 둔다면 플레이가 조금 단조로워지는 상황을 막기 위함이다.
더불어 ‘영안의 범위가 주인공 남모 주위에 원형’이라는 점도 전투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영안 상태가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필연적으로 ‘적에게 접근하는 플레이’를 만들어 낸다. 영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적의 약점을 노리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들이 보스전에 맞물리면서 남모 특유의 긴장감과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 낸다. 어떻게 보자면 작은 변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플레이 형태를 유도하고 특유의 긴장감과 플레이를 이끌어 낸 것이다. 계속해서 적에게 접근을 하도록 만들며, 적의 패턴을 파악하고 영안 게이지를 채우는 패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만 한다. 여기서 나오는 긴장감과 특유의 복잡 다양한 플레이는 시연 버전임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형태로 마감되어 있다.
보스전을 마친 이후에는 보스의 시체를 조사하는 것으로 액션의 강화 (회피 성능 강화 + 회피 시 궤적에 피해)를 보상으로 제공한다. 따라서 보스를 격파할수록 남모의 액션은 더 다양해지고 이전까지 없던 플레이 양상을 더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개발사인 길드 스튜디오는 플레이엑스포 2025 현장에 마련된 빌드는 시연을 위해서 압축된 것이며, 이후 선보일 빌드는 보다 많은 것들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빌드는 어디까지나 보스전을 선보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태이며, 이후에는 스토리와 연출을 보강한 빌드를 시연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남모는 지난해 GIGDC 대학부 기획부문에서 수상을 한 이후, 현재 7명이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개발을 진행한지 그리 긴 시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앞으로를 기대할 만한 완성도와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2D 소울라이크 팬이나 긴장감 있는 전투를 즐겨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플레이엑스포 2025 B2C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줄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겠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한편, 남모는 이번 플레이엑스포 이후에는 보다 복잡 다양한 시스템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올리고자 한다. 여기에는 스킬 시스템과 액션의 강화 등이 들어가 있고 이것이 중심이 된다. 메트로베니아식 탐색 중심의 게임 플레이보다는 보스전에서 오는 긴장감과 극복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것을 가장 중심에 두고 있다. 발매 예정 플랫폼은 PC와 콘솔을 예정하고 있으며, 추후 국내 인디게임 행사나 TGS 등에서도 시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