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마블 어벤져스, 다섯 영웅·다섯 게임 플레이
아메리칸 슈퍼히어로 사상 최대 이벤트인 ‘어벤져스: 언드게임’이 개봉한지 2개월여, 아직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국제게임쇼 E3 2019를 맞아 스퀘어에닉스가 그간 철저히 비밀에 부쳐온 액션 어드벤처 신작 ‘마블 어벤져스(Marvel’s Avengers)’ 세부 정보를 공개한 것. 전체적인 내용은 앞서 티저에서 암시한 바와 같이 슈퍼히어로 팀 ‘어벤져스’의 분열과 재결합에 대해 다루고 있다.
먼저 모두에게 공개된 3분짜리 트레일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벤져스’가 이미 대중적인 영웅으로 받아들여진 세계, 북미 샌프란시스코에 취항한 헬리캐리어 갑판에는 어벤져스 데이를 기념하기 위한 축제가 한창이다. 그런데 갑자기 굉음과 함께 저 멀리 금문교에 불꽃이 피어오르자 아이언맨과 토르가 날아가고, 퀸젯에 탑승한 블랙 위도우와 헐크가 뒤따른다. 이들의 활약으로 금문교를 습격한 악당들은 진압되나 그 자체가 영웅들을 꾀어내려는 유인 작전이었으니, 끝내 추락하는 헬리캐리어와 함께 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충격적인 '마블 어벤져스' 오프닝, 영웅들은 이대로 몰락하는가?
게임 초장부터 ‘어벤져스’가 실패를 맛보고, 그것도 모자라 캡틴 아메리카가 (부활할 게 뻔하지만)수장 당하는 전개는 자못 충격적이다. 다만 워낙 짧은 시간 내에 여러 장면이 쏟아지듯 나오는 터라 뭔가 감상을 느끼기엔 좀 정신이 없기도 하다. 사실 이 3분짜리 트레일러는 실제 프롤로그 챕터에서 컷신만 모아서 재구성한 것이다. 현장에 참석한 미디어에게는 게임 플레이가 포함된 25분 분량의 영상이 추가로 상영됐다. 이런 행사가 늘 그렇듯 귀신 같은 캠 촬영을 통해 이미 유출되긴 했지만, 그래도 기자가 본 내용을 여러분에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운명의 A 데이, 금문교에 폭발이 일어나고 아이어맨과 토르가 날아가는 부분까진 똑같다. 그러다 금문교 초입에서 무장 단체가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경찰과 교전을 펼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토르가 경찰을 지원하고자 지상으로 내려오며 실제 플레이가 시작됐다. 화면에 보여지는 UI는 상단 체력 바, 하단 스킬 아이콘 3개(일반 2개, 궁극 1개)로 깔끔했다. 체력 바는 여섯 칸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비전투시 알아서 회복되는 방식이었다. PS4 듀얼 쇼크 기준으로 △버튼으로 일반 공격을 가하고 R1, L1 버튼으로 스킬 시전이 가능했다.
각 영웅의 고유한 전투 방식이 게임 플레이에 충실히 녹아 들었다.
토르의 액션은 영화에서 보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묠니르로 적의 머리를 깨고 벼락을 불러 멀리까지 지져버리곤 했다. 재미있는 점은 ‘자격 없는 자는 묠니르를 들 수 없다’는 작중 설정을 활용한 액션인데, 망치를 가슴에 얹어 한 명을 고정시켜 놓고 다른 적들을 주먹질로 패대기치는 것도 가능했다. 마치 ‘갓 오브 워’에서 크레토스가 도끼를 들었을 때와 던졌을 때 액션이 따로 있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이외에도 망치 돌풍을 일으켜 방패를 든 특수 병과를 쓰러트리는 장면이 눈에 띄었고, 궁극기는 연쇄 변개로 일대를 모조리 날려버리는 기술이었다.
토르로 한창 싸우던 중 제트팩을 장착한 적들이 귀찮게 굴자 하늘에서 아이언맨이 지원을 오며 자연스레 시점이 옮겨졌다. 아이언맨은 전신 여기저기서 발사되는 소형 미사일과 리펄서건, 그리고 유니빔 블래스트를 모두 사용하는데 어느정도 조준 보정이 있거나 타겟팅 방식인지 조준하지 않고도 잘만 맞춘다. 문제는 이 무장 단체가 대체 뭐하는 녀석들인지 각종 첨단 화기는 물론 전차까지 끌고 와 아이언맨 혼자서는 감당이 안되는 수준. 바로 이때 퀸젯에서 우레 같은 함성과 함께 브루스 배너, 헐크가 뛰어내렸다.
형들 왔다. 사고 친 놈들 빨리 나와라. 하필 휴일에 이것들이…
헐크는 역시 로키를 둔기로 쓰는 남자답게 가까운 적을 붙잡아 휘두르는가 하면 바닥을 뜯어 던지는 압도적인 힘을 보여줬다. 짐승처럼 부서진 벽을 타며 의외로 기민하게 움직이고 아이언맨을 고전시킨 전차도 단숨에 엎어버렸다. 궁극기는 있는 힘껏 박수를 쳐 전방의 적을 쓸어버리는 것. 또한 금문교에서의 전투와 교차하여 헬리캐리어 상황도 나오는데, 침입 부대를 맞아 캡틴 아메리카가 방패를 당구공마냥 튕기며 현란한 액션을 펼쳤다. 일단 한번 던져서 적을 맞추고 벽에 튕겨서 한번 더 맞추고 돌아오는 걸 발로 차서 다시 날리는 콤보 공격이 강렬했다.
이 와중에 모습을 드러낸 금문교 습격 사건의 범인은 바로 태스크마스터(Taskmaster). 한번 본 기술은 무엇이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진 반사신경’ 능력을 지닌 슈퍼 빌런이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블 VS 캡콤’이나 ‘스파이더맨(PS4)’ 그리고 본작까지 어째 게임에는 자주 얼굴을 비추는 중이다. 커다란 트럭에 폭탄을 잔뜩 싣고 온 태스크마스터는 승리를 확신하며 격발기를 누르나, 재빠르게 다가온 블랙 위도우에게 저지당하고 곧장 보스전에 돌입했다. 아이언맨과 토르, 헐크는 앞선 교전으로 붕괴하는 금문교를 떠받치느라 합세할 수 없었다.
'스파이더맨'에도 나왔던 태스크마스터. 튜토리얼 보스를 맡았다.
태스크마스터와의 보스전은 총 3페이즈로 진행됐다. 먼저 제트팩을 타고 날아다니며 칼로 위협하는 것을 옆구르기와 쌍권총을 응수했다. 그러다 제트팩이 부숴지자 검술과 방패 던지기로 덤벼오는 것을 이번에는 전매특허인 전기 단봉으로 제압. 마지막으로 폭탄마로 돌변하여 여기저기 수류탄을 까는 것을 궁극기인 투명화로 따돌리며 테이크 다운을 걸었다. 그러나 태스크마스터는 블랙 위도우에게 흠씬 두들겨 맞으면서도 “오늘은 영웅들이 몰락한 날로 기록될 거야.”라고 비릿하게 웃었고, 그와 동시에 캡틴 아메리카가 탄 헬리캐리어로부터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 뒤는 우리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기자가 ‘마블 어벤져스’ 시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토르,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의 게임 플레이 방식이 모두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다. 이제껏 나온 ‘배트맨 아캄 트릴로지’나 ‘마블 스파이더맨’ 같은 슈퍼히어로 게임은 뛰어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이고 한 영웅만 플레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마블 어벤져스’는 다섯 영웅의 상징적인 액션을 모두 제대로 구현함으로서 그 제목에 걸맞은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각각이 갖는 액션의 깊이가 어느정도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 할 부분이다.
25분 추가 영상을 통해 여러 궁금증이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적잖은 의문이 남았다. 이에 크리스탈 다이나믹스 노아 휴스(Noah hughe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나 잠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크리스탈 다이나믹스 노아 휴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시연은 인상 깊게 잘 봤다. 그래서 호크아이는 어디 있나?
: 아…(웃음). 당장은 다섯 명의 영웅에게 집중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호크아이를 잊은 것은 아니다.
● 그래도 다른 영웅을 제치고 그 다섯 명을 선정할 이유가 있을 텐데
: 사실 나만의 어벤져스를 꼽으라고 하면 사람마다 멤버가 다 다를 것이다. 그래도 가장 유명한 이들, 그리고 우리 스토리 전개에 어울리는 이들을 우선하여 선정했다.
● 트레일러 막바지에 앤트맨이 나오는데, 왜 스캇 랭이 아니라 행크 핌인가
: 이어질 스토리 전개와 어느정도 관련이 있다. 그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트레일러에 등장한 앤트맨, 스캇 랭이 아니라 행크 핌이다.
● 원래 코믹북을 좋아하나, 이 작품을 맡게 되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하다
: 난 언제나 만화와 게임을 좋아했고 그 두 가지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 꿈이었다. ‘마블 어벤져스’를 통해 꿈이 현실이 되어 너무 행복하다. 전세계적으로 아주 많은 팬들이 우릴 지켜보고 있음을 잘 알기에, 매우 흥분되는 기회인 동시에 큰 책임감도 느낀다.
● 본작은 크리스탈 다이나믹스와 에이도스 몬트리올이 합작했는데,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가
: 양사는 자매 스튜디오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일하며 매우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게임에 들어간 작업물 대부분을 함께 만들었기에 누가 어떤 역할을 맡았다고 구분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여러분이 게임을 했을 때 ‘이건 누가 만들어구나’하고 티가 나지 않길 바란다.
● 마블 원작 만화와 영화 등이 많이 있는데, 게임 개발에 영감을 얻은 작품이 있다면
: 수많은 만화와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런 작은 조각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특히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대해서는, 단순한 만화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그 야망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우리도 ‘마블 어벤져스’를 통해 앞으로 수년간 새로운 영웅과 지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싶다.
만화의 스케일을 넘어서는, MCU의 야망에 큰 영감을 받았다고.
● 추가 영웅을 넣은 계획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아마데우스 조를 적극 추천한다
: 우리도 모든 영웅을 추가하고 싶기에 그 중 누구 하나를 선택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향후 충분한 피드백을 받아 개발을 진행하겠다.
● 혹시 게임 스토리를 짤 때 실제 마블 코믹스 작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나
: 마블게임즈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빌 로즈먼이 많은 도움을 줬다. 그는 마블 세계관과 게임 양쪽에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지녔다. (※ 빌 로즈먼은 스파이더맨, 마블 퓨처파이트, 마블 배틀라인 등 다양한 게임에 관여한 바 있다.)
● 태스크마스터 혼자 이런 일을 벌였을 리 없다. 배후의 더 큰 악이 있을 텐데
: 일단 공개된 악당은 태스크마스터와 어보미네이션(헐크의 빌런)까지다. 나머지는 추가 발표를 기대해주기 바란다.
현재까지 공개된 악당은 태스크마스터와 어보미네이션 정도.
● 무엇보다 다섯 영웅의 게임 플레이 방식이 확연히 다를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 그렇다. 각각의 영웅을 플레이할 때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두 가지 측면에 집중했는데, 첫 째는 캐릭터의 전투 방식과 기술 연출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저마다 스토리와 목소리 연기가 충분히 완성도 높아야 했다. 이 부분은 놀란 노스. 트로이 베이커 등 여러 실력파 성우들이 멋지게 해냈다.
● 협동 플레이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유니빔을 방패로 반사시키는 것 같은 합체기도 있나
: 최대 3명의 친구과 협동 플레이를 지원한다. 시연에서 보았듯 각 영웅은 저마다 특화된 역할이 존재한다. 아이언맨이 하늘에서 적을 요격하면 헐크가 전차를 뒤집어 활로를 개척하는 식이다. 다만 합체기에 대해서는 여기서 답하기 어렵다. 오늘은 시연에 나온 내용만 언급할 수 있다.
● 캐릭터들이 디자인은 어디에 착안한 건가. 벌써 호불호가 꽤 갈리고 있는데
: 만화와 영화에서 영감을 얻고, 추가로 우리의 상상력을 첨가하여 현실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 오리지널 코스튬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다른 버전으로 갈아 입힐 수 있었음 좋겠다
: 가능하다. 게임을 하며 여러 추가 코스튬을 해금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영화 팬들이 좋아하는 것들도 있다.
오리지널 코스튬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특히 아이언맨.
● 영웅을 더 성장시킬 수 있나. 가령 레벨이나 스탯의 개념이 존재하는지
: 그렇다. 레벨을 올려 스킬을 해금하고 추가 장비도 얻을 수 있다. 화면의 세 가지 스킬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원하는 데로 세팅하는 것이다.
● 영상만 봐서는 스킬 작동 방식을 모르겠다. 어떤 자원을 소모하나, 아니면 쿨타임인가
: 쿨타임(재사용 대기시간) 방식이다.
● 마블은 한국에서 엄청나게 인기가 많다. 얼마 전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역대 외화 수입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이 게임에 대한 기대치도 매우 높은 편이다
: 마블은 전세계적으로 정말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한국의 여러분에게 ‘마블 어벤져스’를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 작품을 만들며 게임을 좋아하든, 만화를 좋아하든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다시금 고맙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